할랄 뷰티, 필요가 아닌 윤리를 소비하다

한국의 관광 쇼핑의 중심지 명동에는 에뛰드 하우스, 더 페이스샵 등 커다란 화장품 쇼핑백을 든 중국 및 동남아시아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다. 그 가운데 검은 히잡을 쓴 낯선 여인들이 부지런히 화장품을 가방에 담으며 의뭉스러운 눈으로 직원에게 물어보고 있다. ‘Is this Halal?’

할랄 (Halal) 화장품, 아직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생소한 ‘할랄’이란 단어는 아랍어로 ‘허용된’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무슬림들은 교리에 따라 이슬람식으로 도축되거나 생산된 음식물을 섭취해야 하는데 이를 ‘할랄’이라고 한다. ‘할랄’인증은 비단 입에 들어가는 음식물뿐 아니라 의약품 및 화장품, 여행 보험, 패션 등 무슬림의 생활 전반에 다양하게 적용된다. 그 중 현 국제 마켓에서 조명을 받는 것이 바로 이 ‘할랄’ 화장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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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문화를 소비한다

장 보드리야르에 따르면 ‘소비’라는 것은 주체인 ‘나’가 객체인 ‘물건’을 ‘필요에 의해’ 사는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소비 자체를 통해 무언가를 ‘표시하고 표현하는’ 행위이다. ‘소비’는 더 이상 일차적인 필요 목적을 충족시키려는 행위가 아니라 문화적 만족 혹은 과시를 하기 위한 표현 행위이다. 즉 물질적 만족이 아니라 기호적·문화적 만족을 추구하기 위한 행위가 오늘날 현대 사회의 ‘소비’인 것이다. 무슬림의 경우 바로 이 ‘할랄’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그들의 정체성 및 윤리관을 표출한다. 현대 산업 사회에서 소비는 곧 언어로서, 상품의 구입을 통해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드러내 보여주는 일종의 기호(記號)로서 자리 잡게 되었다. 하지만 현대 소비자들과 달리 무슬림들의 소비 행위는 바로 이슬람이라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도덕적인 행위’를 물질로 표현하는 또 다른 종교적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즉, ‘할랄’ 제품 구입을 통해 자신의 종교적 문화적 정체성 재창출하며, 세속적인 소비를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행위로 재생산하는 행위인 것이다.

정신분석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인 클로테르 라파이유는 저서 <컬처 코드>에서 컬처 코드란 한마디로 “특정 문화에 속한 사람들이 일정한 대상에 부여하는 무의식적인 의미”라고 규정한다. 각 국가 별 고유한 문화 코드는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 경험을 통해 획득되며,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쇼핑, 생활 방식, 음식, 패션, 정치 등등 삶의 곳곳에서 우리가 사고하고 행동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다시 경험을 통해 재생산 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문화 코드를 안 다는 것은 이미 고객의 마음을 훔칠 준비가 되어있다는 뜻이다. 중동지역전문가 엄익란 박사는 시장과 소비문화를 통해 한 문화권의 전통적 가치와 문화, 혹은 그들의 사고를 가로지르는 문화코드, 정치적 경제적 상황, 그리고 세계화와 지역화의 패러다임을 읽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무슬림 소비문화

문명교류학자이자 이슬람학자인 정수일은 저서 <이슬람 문명>에서 무슬림들의 일반적인 의식구조는 전통적인 유목사회의 유습과 이슬람교의 종교적 규범, 그리고 현대화라는 복합적인 요인들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슬람은 그러나 샤리아(聖法, 이슬람율법)를 통해 여러 사회문화적 요인들을 조화시켜나가려고 시도한다. 무슬림들의 의식구조에서 근본은 유일신 알라에 대한 믿음과 복종이다. 이로부터 출발하여 그들의 삶에 대한 태도, 즉 인생관이 수립된다. 성선설(性善說)을 바탕으로 삶을 낙천적으로, 적극적으로 영위하라고 격려한다.

 무슬림들은 체면의식이 남달리 강하고 명예와 품위, 자존심을 중시한다. 아랍계 무슬림의 경우, 사회학의 명저로 꼽히는 중세 이슬람시대 이븐 칼둔의 <무깟디마>에서는 부족의 명예를 개인의 안위보다 중시하는 ‘앗싸비아’정신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무슬림들은 명예를 중시하는 풍토에 기반하여 과시적 소비가 많이 이루어 지기도 한다. 또한 이슬람 및 자국의 전통에 집착하면서 대중매체 및 기술의 발달에 따른 세계적 트렌드를 따라가려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엄익란 박사는 그의 저서<이슬람 마케팅과 할랄 비즈니스>에서 현재 무슬림 소비자들은 전통과 현대, 서구와 이슬람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며 가치소비의 패턴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필요에 따라 소비했던 과거의 단순 구매자들과 달리 이들은 불매운동 및 커뮤니티 등을 통한 소비자 입장에서 분석된 제품 정보를 토대로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소비를 창출하는 능동적 생산자로 변모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할랄, 결과보다는 과정, 가격보다는 가치

 

죽은 고기와 피와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 또한 하나님의 이름으로 도살되지 아니한 고기도 먹지 말라.

그러나 고의가 아니고 어쩔 수 없이 먹을 경우는 죄악이 아니라 했거늘

하나님은 진실로 관용과 자비로 충만하심이라 (꾸란 제 2장 173절) (엄익란, 2014: 234)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근거한 윤리관에 부합해야 하는 이슬람 비즈니스는 아랍어로 ‘할랄Halal, 즉 ‘허용된 것’과 하람 Haram ‘금지된 것’으로 나뉜다. 이슬람의 가장 근본적인 비즈니스 윤리는 단순한 이익 창출이 아니라 이슬람 세계를 존중하고 이슬람교가 제시한 규칙과 규율을 준수하는 것이다. 생산뿐 아니라 유통, 가격 책정, 광고 등 모든 과정이 샤리아에서 규정한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우선 기업은 할랄 제품에 불합리한 가격을 책정해서는 안되며 이 과정에서 불로소득인 이자 수취도 금지된다. 마케팅과 광고의 내용 역시 이슬람에서 허용하는 수준으로 해야 하며 이 모든 과정에 참여하는 기업은 샤리아에서 금하는 도박, 술, 매춘 등의 사업에 투자하거나 연관되지 않아있어야 최종 ‘할랄’ 자격을 부여 받을 수 있다.

연간 2 달러에 달하는 이슬람 시장, 시장과 종교의 조우 

 세계은행 World Bank에 따르면 소말리아를 포함한 아랍 22개국 총 GDP는 2015년 기준 2.566 Trilion이며 인구수는 약 3억 9천만 명으로 추산 하고 있다. 걸프지역 중 예멘을 제외한 6개 산유국의 평균 1인당 국민소득(GNI)은 2015년 기준 약 3만 9,548달러로 생활수준이 높다. 구매력이 다른 아랍 국가보다 높은 걸프 국가의 문화적 특징은 다른 아랍 국가에 비해 이슬람 가치를 더 중요시 여긴다는 점에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을 포함한 이슬람 시장은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크다. 전세계 무슬림 인구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10년 후면 전 세계 인구의 약 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유로모니터 연구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30세 미만 젊은 인구들은 주로 중동, 아프리카, 인도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할랄 뷰티, 나를 위해 소비한다

이슬람 세계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고 필요에 의한 소비 보다는 ‘나’를 위한 소비가 늘면서 할랄 화장품 시장이 각광 받고 있다. 2015-2016년 <State of the Global Islamic Economy Report>에 따르면 2014년 할랄 의약품 및 화장품 시장은 약 US$54 Billion 으로 총 소비액의 7%에 달했다. 동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 할랄 의약품 및 화장품 시장은 US$ 80Billion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할랄 의약품 및 화장품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국가는 싱가포르, 이집트, 말레이시아 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200개 이상의 할랄 인증 단체가 있으나 인증가격 및 기준은 각기 다른 실정이다. 이에 말레이시아가 주도하여 표준 할랄 인중 제도 도입 추진 중 이며, 아랍국가 중 아랍에미리트가 이슬람회의 기구의 57개 모든 회원국에 통용될 수 있는 표준 할랄 인증 제도를 주도 하고 있다. 세계 3대 할랄 인증기관으로는 말레이시아 자킴(JAKIM), 인도네시아 무이(MUI), 싱가포르 무이스(MUIS)로 꼽을 수 있다.

 엄익란 박사가 <할랄 마케팅> 저서에서 인용한 Ogilvynooe사의 상품에 따른 무슬림의 상품 인지도에 따르면 화장품은 할랄인지 아닌지 한번쯤 훑어보게 되는 제품 군이다. 스킨케어, 헤어케어, 바디케어 용품, 옷이나 액세서리를 비롯한 패션 용품 등이 이에 속한다. 할랄 화장품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인증 기준은 살충제 및 동물 재료, 특히 돼지를 원료로 하는 젤라틴류, 알코올, 발효과정을 통해 얻은 재료가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또한 환경 오염을 최대한으로 줄이기 위한 친환경 가공법 및 동물 실험 금지 또한 적용되어 유기농 제품을 추구하는 비무슬림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또한 가공 및 유통 과정 중 노동자에 대한 인권 존중, 공정 무역 등 과정 상의 윤리적 기준도 엄격하여 특히 유럽의 경우 유기농 및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비무슬림의 소비자들의 청결, 웰빙, 건강 등 가치관에도 부합하여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할랄 화장품의 경우 현재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그리고 영국이 주도 하고 있다. 두바이의 아메인포AMEinfo에서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랍 지역 할랄 화장품 시장은 2008년 15억 7,000만 달러에 달했고, 매년 12%정도 성장하고 있다. 아랍국가 중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의 할랄 화장품 시장의 규모가 가장 크다. 특히 기후 문화에 따라 피부 노화 방지, 보습, 피부 미백 등 전문시장이 발달하고 있다.. 현재 다국적 기업인 네슬레가 할랄 시장을 선도 하며 75개의 할랄 물품 생산하고 있는데 이는 네슬레 전체 수입의 약 5%(50억 달러)를 차지하는 규모이다.

한류, 그리고 할랄 전문가과정

 중동에서 한류는 2004년 드라마 <가을 동화>가 방영되며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2006년 이란에서 방영된 드라마 <대장금>이 기폭제가 되어 이웃 국가로 확산 되었다. 한국 드라마, 특히 사극의 경우 영미권 드라마와 달리 성적 묘사 및 이성 교제 수위가 낮고 권선징악, 가족애, 영웅 신화 등 아랍 지역에 익숙한 콘텐츠로 이루어져 더 각광을 받았다. 이에 드라마로 시작된 중동지역의 한류는 한국 제품 소비로 확장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한국의 할랄 화장품 산업은 초기 단계이다. 이코노미스트지의 2015년 5월 25일 기사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현재 탈렌트화장품·한불화장품(JAKIM), 코스맥스(MUI)만 3대 인증을 받은 상황이다. 이마저도 인증만 받고 할랄 제품은 아직 본격 출시되지 않았다.

할랄 시장 활성화 및 전문가 양성을 위해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인력공단, 머니투데이 가 주관하는 할랄 전문가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할랄 전문가 과정은 할랄 상품, 이슬람 문화, 할랄 시장의 현황과 품목, 트렌드와 동향, 국가별 특성, 할랄 무역, 화장품 생산 및 제조 과정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 200시간 이수로 구성된 프로그램 말기에는 2주 정도의 할랄 관련 기업 인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할랄 전문가 과정 수강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모집 공고 후 서류 전형 및 면접을 통과 한 후 얻을 수 있으며 전 수업은 무료로 진행된다.

 2015년 하반기 할랄 전문가 과정에 참여했던 최은파(26)씨는 2015년 9월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하였다. 수강생들은 주로 아랍 및 인도네시아 등 무슬림 지역 전공자 보다 경영학과, 기계공학과, 외식경영학과, 문화인류학과 등 다양한 직업군 및 배경의 지원자들로 구성되었다고 말했다. 최은파씨는 ‘할랄 전문가’과정을 통하여 ‘할랄’시장에 관하여 보다 전문적이고 폭넓은 지식을 쌓고 할랄 산업 종사자들과 인맥 네트워크 구축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할랄을 넘어 관련된 무역 및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 등을 접하고 기본적 무역 이론과 실무 수업을 통해 무역 관련 자격증 준비도 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예산의 제약과 프로그램 말기에 수강생의 참여도가 저조해졌다는 한계점을 지적했다. 이는 할랄에 대한 전문 지식을 쌓으려고 하기보다 취업을 목적으로 지원을 했다가 실질적인 취업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교육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수강생들의 참여율이 말기에 저조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수업 내용도 실무와 거리가 먼 추상적이고 이론적이라는 한계를 지적했다.

 

 

Ahrum YOO is Arab in Seoul’s editor-in-chief. She has a MA in Politics and took a PhD course with reference to Middle East Politics from the 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in London. She is specialised in Syrian, Iraqi and Lebanese affairs. Her academic interests are sectarianism, the role of political ideology and identity in contentious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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