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의 가족 중심 문화와 카타르 항공의 ‘큐 스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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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카타르 항공은 ‘큐 스위트(Q Suite)’로 명명된 새로운 비즈니스 석 설치를 통해 자사의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새 비즈니스 석의 가장 큰 특징은 가족석이나 커플석 등의 좌석이 도입되어 일행끼리 공간의 공유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물론 파티션도 함께 설치되기 때문에 1인 승객이라 할지라도 불편함 없이 비즈니스 석을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공간을 공유하는 형태의 좌석은 기존 항공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시도로써, 가족 중심적인 아랍의 문화를 충실하게 반영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걸프를 비롯하여 아랍 지역의 고객은 물론 가족 단위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승객에게는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 항공은 걸프 지역에 기반을 두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항공사로, 경쟁사인 에미레이트 항공 및 에티하드 항공과 함께 최근 몇 년 간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한 항공사 가운데 한 곳이다. 이용객 입장에서는 이들 세 항공사 간에 뚜렷한 차이점이 없으며, 비슷한 수준으로 상향 평준화된 항공사라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기존에 취했던 성장 전략이 엇비슷했기 때문이다. 이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길목에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가 위치하여 ‘환적지’로서의 역할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살리는 쪽으로 항공사의 발전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취한 전략은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방식으로, 이는 물류 업계가 운송의 효율화 및 비용 절감을 위해 오래 전부터 사용해온 전략이다. 세 항공사 모두 세계 각지로부터 허브 공항으로 승객을 끌어 모은 뒤 다시 승객들을 목적지로 보내는 방식으로 승객 운송의 효율화를 도모했다. 이에 더해 승객의 편의성까지 극대화시켰는데, 각 국가의 표준시를 고려해서 비행편을 배정하여 유럽에서 아시아로 향하든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든 환승 시간을 최소화시켰다. 그 결과 세 항공사의 편의성은 여행객들에게 널리 알려져 한국에서도 유럽이나 아프리카, 서아시아 등지로 여행하는 경우 이들 항공사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정도가 되었다.

상위 클래스를 강화하는 업계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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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 간의 좌석 공간 공유가 가능한 카타르 항공의 큐 스위트 (출처: 카타르 항공)

이러한 가운데 상위 좌석의 차별화를 먼저 앞세웠던 것은 에미레이트 항공과 에티하드 항공이었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현존하는 최대 크기의 항공기인 에어버스 380 기종을 도입한 이후 샤워 및 스파 시설을 설치한 퍼스트 클래스를 선보이며 해당 클래스 이용객의 편의를 증대시켰으며, 에티하드 항공의 경우는 완전한 프라이버시를 보장하여 기내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퍼스트 클래스인 ‘아파트먼트 스위트(Apartment Suite)’를 장착하면서 에미레이트 항공의 고급화 전략에 맞불을 놓았다. 그러나 퍼스트 클래스로 여행이 가능한 고객층은 지극히 한정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그러므로 카타르 항공의 ‘큐 스위트’는 신규 고객의 유입을 도모할 수 있는 동시에 자국의 문화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다른 두 항공사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항공 업계의 트렌드는 프리미엄 클래스 강화 및 서비스 확대로 압축이 가능하다. 기존 대형항공사들은 단거리 노선 및 이코노미 클래스에서의 수익 악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불필요한 서비스의 생략과 유료화로 운영 비용을 줄여 항공권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저비용항공사(LCC)의 공세가 매섭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대형 항공사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저렴한 가격보다는 편안한 여행에 중점을 두는 중산층 승객을 잡는 쪽으로 경영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수요층이 제한적인 퍼스트 클래스는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대신 비즈니스 클래스 및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는 서비스를 강화하고 좌석을 확대 편성하는 것이다. 카타르 항공의 ‘큐 스위트’ 설치 역시 이와 같은 업계 추세에 발을 맞춘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우리의 경우, 아시아나 항공은 퍼스트 클래스 규모 축소 및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의 신설을 발표했고, 대한항공은 신규 도입 기종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클래스의 하드웨어를 퍼스트 클래스에 준하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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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족 공간과 개인 공간 womens-rights-in-saudi-arabia.weebly.com

그렇기 때문에 카타르 항공의 이와 같은 행보는 그 자체로는 크게 놀라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단순히 업계의 대세를 좇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 고유의 문화를 가미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것이다. 아랍 문화의 특징으로 규정할 수 있는 건 비단 한 가지뿐만은 아니다. 카타르와 쿠웨이트,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그리고 오만을 동시에 일컫는 걸프 지역의 특징적인 문화로는 가족 중심 문화를 꼽을 수 있다. 이 지역에서 가족을 어느 정도로 중요하게 여기냐 하면, 맥도날드, 코스타 커피 등과 같은 대중적인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도 가족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다. 북아프리카 지역이나 레반트 지역 같은 다른 아랍 지역으로 가도 이러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가족 중심 문화는 걸프의 주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가족 중심적인 걸프 문화

이처럼 걸프 지역에서 느낄 수 있는 가족 중심적인 문화는 과거 이 지역의 활동이 부족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것에서부터 기인한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를 끼고 있는 이라크, 나일강이 흐르는 이집트,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된 땅인 팔레스타인 등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이웃 지역의 환경과는 달리 아라비아 반도는 예멘과 오만의 일부 지방을 제외하고는 돌과 모래가 가득한 척박한 땅이었다. 이처럼 가혹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힘과 보호가 필연적으로 동반되어야 했으며, 이를 제공할 수 있는 집단은 부족뿐이었다. 따라서 부족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고, 개개인은 부족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부족 중심의 문화가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

오늘날에도 걸프 지역은 다른 아랍 국가들에 비해 출신 부족이 무엇인지가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편이며, 유력 가문 출신인 경우 자신의 성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전원 지역에서는 부족 간의 알력다툼에 대한 소식이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으며, 예멘 의회의 경우 의석이 각 부족마다 할당되어 있을 정도다. 도시화가 진행된 지역에서도 이와 같은 분위기는 예외가 아니어서 부족 단위의 연대나 활동은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을지라도, 가족 단위의 활동과 연대는 여전히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카타르는 그간 세계 문화 예술의 중심지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루브르 박물관 및 구겐하임 미술관의 분관을 유치한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나 미술품 경매로 유명한 소더비의 아랍 지사를 유치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비해서는 명성의 중량감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는 이슬람 예술박물관과 아랍 현대미술관이 완공되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으며, 오는 2018년에는 현대건설이 수주하여 공사가 진행 중인 국립박물관이 개관할 예정이다. 카타르는 세계 유수 작품과 함께 아랍 고유의 예술과 문화를 알릴 수 있는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카타르 항공의 큐 스위트 역시 그러한 시도의 일환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자국 문화와 산업을 접목시킨 카타르 항공의 이번 시도가 성공할 지, 더 나아가 다른 아랍 항공사에도 영향을 미칠 지 귀추가 주목된다.

Won-gu Kang is Arab in Seoul’s editor. He is in a master and PhD integrated course in the Middle Eastern Departement, Graduate School of Int’l and Area Studies, Hankuk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 He wants to be a scholar who specialized in Maghrebi politics especially Moroccan modern period and its Makhzen 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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