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시계 그리고 아랍의 봄

240522 - close up on middle east area

반성문, 한 중동지역학자의 변

저명한 정치철학자 칼 포퍼는 사회현상이란 구름과 시계 사이의 움직임이라고 묘사했다. 시계는 일정한 태엽의 움직임에 따라 예측 가능하다. 하지만 구름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그 움직임을 과연 예측할 수 있을까? 2010년 겨울의 끝자락, 튀니지의 골목길에서 시작된 시민의 함성은 순식간에 ‘아랍의 봄’이란 이름의 시민 혁명으로 중동 지역을 휩쓸었다.

20세기 중반 근대국가 설립 이 후 근 50년간 테러, 석유 부국, 부패와 독재의 화석으로 투영되었던 중동은 마치 구름처럼 예측 불가능하게 변화했다. 초기 변화의 과정에서 외부인들은 ‘민주주의의 씨앗’ 혹은 그 가능성을 보았고 시민들은 불과 한 달 안에 독재자를 몰아내었다. 마치 냉전 이후 급작스레 무너진 소련에 허탈해 하며 소련에 관한 연구서를 불태웠던 1990년대 초 미국의 학자들처럼 중동을 ‘변화하지 않는 곳’, ‘중동 예외주의’로 보던 이들도 허탈감에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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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화약고라고 불리우는 중동지역, 예측이 거의 불가능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소나기 이전의 재빠르게 지나가는 구름 이였을까? 이 후 5년, 중동은 이제 ‘아랍의 재앙’ 이라고 불리는 만큼 시민들의 목소리가 가득했던 광장은 군부의 총알로, 끊임없는 내전으로 점철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다시 중동을 IS를 고유명사화 한 테러리즘의 중심지와 난민문제, 독재국가 들로 인식하게 된다. 불과 몇 년 사이, 시민혁명으로 역시 중동은 예측 불가능한 곳이라 외치며 급작스레 ‘민주주의의 성지’로 추앙하다가 다시 ‘그러면 그렇지’란 예전의 태도로 다시 중동을 테러리즘과 부패의 온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급작스레 일어난 혁명’ 이였을까? ‘어쩔 수 없는 경로의존성에 의한 독재와 테러로의 회귀’ 였을까? 단순히 중동은 구름처럼 예측 불가능한 곳일까?

산업화는 지식의 분업화, 그리고 전문화를 낳았다. 소위 많은 전문가들은 제각기 다른 분석을 내놓고 그 지식의 권위에 우리는 그대로 비판 없이 그 분석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인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발전으로 이제 지식의 권위와 유통이 평등화 된 사회에서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간다. 그 정보의 홍수 안에서 우리가 ‘중동’을 이야기 할 때, ‘중동’ 이란 곳을 알고 싶을 때 우리는 단순히 구글 창을 띄우고 검색어를 입력한 후 엔터키만 누르면 될까? 그러나 이것은 수없이 변하는 구름의 끝자락만 잡는 빙산의 일각을 보는 것은 아닐까?

결국은 시각이다. 구름과 같이 변화무쌍한 시시각각 일어나는 중동의 사건들, 즉 팩트(facts)를 공유하고 일반화 되고 보다 큰 그림으로 중동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각과 패러다임을 갖는 것, 즉 본인의 시계를 공유하는 것이다. 2011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을 휩쓸었던 시민의 자유의 함성, 하지만 이는 1950년대에도 1960년대에도 이루어졌었다. 거리로 나온 시민들, 그들의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이슬람일수도, 사회주의 일수도, 자유주의 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 근저에는 ‘시민의 자유와 정의’가 늘 존재했었다. 1950년대 카이로 거리에서 어떤 시민의 외침이 있었는지, 그리고 통시적으로 그 목소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과거의 역사와, 그 경험의 반복 패턴에 따른 보이지 않은 변화를 독자들과 공유하려고 한다. 시계와 구름 사이의 조율, 중동을 이해하기 위한 첫 발걸음이다.

Ahrum YOO is Arab in Seoul’s editor-in-chief. She has a MA in Politics and took a PhD course with reference to Middle East Politics from the 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in London. She is specialised in Syrian, Iraqi and Lebanese affairs. Her academic interests are sectarianism, the role of political ideology and identity in contentious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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