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방한외래객 증가, ‘벚꽃엔딩’에서 끝나지 않기를

75682079 - arabic middle eastern businessman doing business trip and walk at airport while carrying lugg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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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도 길었던 겨울이 지나 분홍빛 봄이 우리 곁을 찾아왔다. 벚꽃, 유채꽃 등 봄의 절정을 이루는 축제가 전국 각지에서 열려서 일까? 주말만 되면 전국 유명 관광명소들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인다.
봄이 온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낮에는 28도를 기록하며 옷차림도 한결 가벼워졌고 이러다 바로 여름이 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우리나라 국민들도 미국 전 대통령이 주창한 ‘Yolo족’의 대세를 따라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작년부터 정말 많이 느낄 수 있는 건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하고 여행한다는 점이다.

아랍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한 2-3년 전에는 괜히 옆에 히잡 쓴 사람만 지나가도 먼저 ‘앗살라무알라이쿰’이라고 말을 건네 보고 싶어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다니는 학원에만 가도 원어민 선생님들이 많고, 카톡 전송만 해도 아랍어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언니, 오빠, 친구들이 있기 때문에 방한 아랍인들에 대해 전만큼 예민한 레이더를 켜고 반응하지 않는다.

그래도 뭔가 달라졌다. 바로 한국을 여행하고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에 살고 싶어서 들어오는 아랍인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예전엔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아랍인이 3명 이었다면 요즘은 하루에 10명 넘게 볼 때도 있다.

왜 아랍인들은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고 한국 여행을 전보다 더 선택하게 되는 걸까? 기회가 되면 아랍 문화에 대해 알고 싶고 여행도 좋아하기 때문에 궁금증이 생겼다.

2016년 3월 대비 동월 국내 아시아.중동 여행객과 중국인 여행객 추이,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공사 3월 방한외래객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2017년 3월 아중동 지역 방한외래객은 전년 동월대비 8.8% 증가했다. 8.8%면 엄청난 증가세다. 증가 이유로는 봄꽃 시즌 도래로 인한 방한 수요 증가 및 전년대비 항공편 증편에 따른 방한 관광객 증가세 지속을 꼽았다. 전체 통계를 보면, 3월은 일본·동남아 지역의 성장세는 지속됐지만 중국 방한관광객이 크게 감소하며 전년 동월대비 11.2% 감소한 120만 명이 방한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방한관광의 중국 의존도는 굉장히 높은 편이다.

사드 보복으로 유추되는 중국의 정치·경제적 제약들을 해소시키는 데 국가재정을 쏟아 붓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중동 지역 관광객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중구에 위치한 대형 백화점 두 곳의 럭셔리 샵에 가면 어느 때보다 아랍 여성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둘 째 가라면 서러워 할 만큼 아랍 여성들은 화장품에 관심이 많다. 어떤 여자가 자신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제품에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있을까? 인종, 종교의 차이를 떠나서 K-Beauty는 글로벌 시장에서 독자적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할랄’도 그러한 것들 중에 하나다. 여행지에서 대부분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 의무감에 직면한다. 여자들은 상대적으로 디저트라는 중요한 세컨 스텝이 있기 때문에 여행 필수 명소보다 ‘맛집’ 찾기에 열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작년에 유럽 영국, 프랑스, 스위스를 다녀왔는데 세 나라에서 꽤 오랫동안 여행을 했음에도 현지의 서양 음식보다 한국에서 파는 서양 음식이 더 맛있다고 생각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만큼 우리나라 외식업계 수준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버금간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한국을 찾는 무슬림들이 많아지면서 ‘할랄’에 대한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연구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높고 고부가가치 식품산업에 속해 할랄 시장에 대한 관심이 최근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조금 ‘천천히’ 갈 필요가 있다. ‘빨리빨리’ 이룩한 경제 성장의 폐해를 우리는 너무 오래도록, 그것도 많은 영역에서 목격해오고 있지 않은가. 아랍인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종교적 이유로 음식점 찾는 것이 불편하지 않도록 관련 산학연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이제 우리의 삶 속에 스며들어와 한 부분이 되어 살아가고 있는 아랍인들에 대한 배려뿐만 아니라 ‘가고 싶은 한국, 여행하고 집으로 돌아갈 때에 다시 꼭 오리라 다짐하게 만드는 한국’을 만들고 싶다는 작은 꿈을 나는 오늘도 마음속에 새긴다.

눈을 한 번도 본 적 없다는 이집트 교환학생 친구 May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햇빛이 강렬해 눈이 따가운 한낮 거리를 걷다 불평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 순간 May의 말이 떠오른 건 기적이다. 내겐 일상인 사계절이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경험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태도가 바뀌더라. 이제 에어컨 없이 살 수 없는 날이 곧 찾아 올 것이다. 더운 날 종교적 이유든, 개인의 선택이든 간에 히잡이나 차도르를 쓰고 한국 땅을 처음 밟는 무슬림들에게 더위를 조금이나마 씻겨줄 수 있는 미소 한 번씩 건네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무한도전과 정준하 덕분에 유명해진 ’앗살라무알라이쿰‘과 함께라면 금상첨화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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