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집은 어디인가? 시리아 사태, 난민 그리고 유럽. 급변하는 국제 질서 (2)

2015년 9월 시리아 난민 세 살배기 아일란 쿠르드의 차갑게 굳은 사체가 터키 한 바닷가에서 발견되었다. 빳빳이 굳은 창백한 아이의 사진이 언론에 보도되자 세계 많은 이들의 분노를 일으켰고 이후 시리아 난민에 대한 우호적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끝이 보이지 않은 시리아 내전과 대규모 난민의 끊임없는 유입으로 유럽의 빗장은 점차 더 견고해지고 있다. 이에 프랑스의 마린 르팽을 위시로 한 헝가리, 네덜란드 등 유럽 각 국가들의 극우파 정당들이 난민 및 이민자 혐오 정서를 부추기며 우세하기 시작했다. 이제 시리아 난민 문제는 비단 시리아, 주변 중동국가들의 안보 문제만이 아닌 유럽의 극우파 대두와 이민 정책 등 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뜨거운 돌이 되었다.

 

 

높아지는 진입 장벽, 거세지는 유럽의 이민자 혐오 및 난민 정서

난민, 인도주의, 인권. 현 21세기 국제정치 무대에서 종종 회자되며 현 국제질서의 기본으로 여겨지는 이 개념들은 탈냉전 후 현대사의 유산이다. 1990년, 약 40년 동안 국제 사회를 지배했던 소련과 미국의 냉전체제가 붕괴하고 자유, 인권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주의를 위시한 미국의 팍스 아메리카(Pax America) 시대가 시작 되었다. 이에 냉전종식 이후 인권과 인간안보의 중요성에 대한 국제적 인식 확산 되었다. 특히 인권이라는 탈 국경적 가치가 주권이라는 국가중심가치에 우선하면서 국제사회가 일정한 인권규범을 강제할 수 있는 인도주의 개입(Humanitarian Intervention) 및 난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1998년 세르비아 정부군의 알바니아계 주민에 대한 무차별 인종 학살을 막는 다는 명분 하의 NATO의 코소보 사태 개입이었다.

그러나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경제 불황과 취업난, 점 조직화 된 테러리즘, 유럽 내 이민자 혐오 증가 등으로 유럽 사회 내 인권 및 인도주의, 박애에 대한 신념은 점차 옅어지고 이제는 탈 국경 가치가 아닌 국경 내 이권, 즉 주권 우선주의 및 국가주의를 외치는 극우파의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2016년 여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던 영국의 EU 탈퇴, 브렉시트(Brexit) 였다.

 

브렉시트, 극우파의 득세, 변동하는 세계질서

2016년 6월 유럽의 화두는 단연 Brexit 였다. 대다수의 전문가와 언론이 영국의 EU 잔류를 예측했던 것과 달리 영국 국민은 Brexit를 선택하였다. 이에 대다수의 언론은 영국 국민의 Brexit 선택의 근저에는 바로 이민자에 대한 혐오가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외에도 유럽의 반 이민자 정책을 내세우는 우파 정당의 우세, 극단의 무역 보호주의 및 이민자 혐오를 강조한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 등 전 세계적으로 이민자에 대한 혐오가 증가하고 있음을 쉽게 볼 수 있다. 유럽 및 미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논의 되어왔으나 인권 및 인도주의라는 탈 국경 가치들에 가려 가려져 있었던 이민자 혐오는 2016년 시리아 사태에 따른 대량의 난민 유입이 기폭제가 되어 수면 위에 떠오르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1951년 난민 협약(the UN’s 1951 Refugee Convention)과 1967년 의정서에 기반한 수용국은 망명자를 박해가 우려되는 국가로 송환하지 않는다는 강제송환금지를 뜻하는 ‘르풀르망 (non-refoulement)원칙’에 따라 유럽 국가들은 난민을 수용하고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시리아 사태 이후로 급격히 증가된 반 이민자 정서와 국가중심주의 여론, 대규모 난민 유입에 따른 사회적 문제 및 자국 내 테러 공격 증가 등으로 유럽 내 각 국 지도자 및 관련자들의 강제송환금지 원칙의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2016년 6월 20일자 이코노미스트지는 밝혔다.

 

난민, 받아들일 것인가 막을 것인가? 21세기 유럽의 양날의 검

경제학적 및 국제 사회의 관점에서 볼 때 난민의 수용은 국제 사회 전체의 번영과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난민 유입은 인구의 일시적인 증가 및 값 싼 노동력의 유입으로 간주될 수 있어 난민 수용국의 GDP규모가 상승할 수 있다. 이에 기반하여 국경을 개방한 국가가 바로 독일이다. 하지만 갑작스런 대규모 난민의 유입은 난민 수용국이 보유하고 있는 공공시설(public utilities)의 공급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 즉, 난민 유입이 증가함에 따라서 전력이나 수도, 난방, 주택 공급이 수요보다 뒤쳐지는 현상이 발생하며, 이러한 공공시설 공급을 증가시킬 수 없는 단기에는 원활한 국가 경제의 운영에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시리아 인접 국가로 가장 많은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레바논 및 터키이다. 특히 터키는 유럽의 반 이민자 및 난민 정서에 맞물려 유럽으로의 난민 진입을 막는 버퍼 존이자 시리아 내전에 따른 자국 내 테러 공격 및 국내 정치 안보 불안으로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또한 갑작스런 난민의 유입은 식료품, 의류 등의 생활 필수품, 기타 소비재의 수요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물가 수준이 상승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경제적 비효율성이 발생한다. 예로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따른 대규모 이라크 난민이 인접국가였던 시리아와 요르단에 유입 되면서 임대료 및 생필품 가격이 급등하여 수용국 주민과 난민 사이의 갈등이 첨예해 졌었다. 특히 난민 수용국의 기존 근로자들은 임금 수준이 경직적인 단기에 실질 임금 하락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보게 되며, 이는 소득 분배의 형평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시리아 난민이 무사히 독일 등 유럽국가에 도착하여 합법적으로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다 하더라도 유럽 사회에 적응하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영국 경제정치 주간지 더 이코노미스트 (The Economist)지는 2016년 6월 20일자 난민 관련 특별기고에서 대부분의 난민들이 언어 장벽 및 기술 부족 등으로 취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문화 차이 등으로 보호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보호국의 경우 갑작스런 대규모 난민 유입으로 독일을 비롯한 유럽 내 각종 이민자 혐오 범죄 및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인이 아닌 인간으로, 인도주의의 마지막 희망

이전 글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난민은 수용국의 경제, 정치 및 사회적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점차 우경화가 거세지고 반(反) 이민자 정서가 높아지고 있는 유럽에서 시리아 난민은 단순한 사회 현상(Phenomenon)이 아닌 문제를 일으키고 제거해야 할 증상(Symptom)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국제법 상의 한계, 위의 유럽 내 정치, 사회적 문제에도 불과하고 난민을 향한 문을 닫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16년 여름, 런던 영국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시리아 난민 수용 쿼터를 2000명 이상으로 늘리자는 시민들의 평화로운 시위가 이어지고 있었다. 시위의 주최자 중 한 백인 여성이 발언대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누군가가 물어보더군요. 저 영어 한 마디 못 하는 외국인들을 받아서 뭐 할거냐고? 사회의 문제 밖에 더 되지 않냐고? 불과 17년 전, 저는 바로 그 영어 한 마디 못하는 외국인 중 한 명 이였습니다. 내전으로 피폐해진 코소보, 내 고향을 떠나 맨발로 이 곳 영국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리고 17년, 저는 고등학교의 교사로, 이 영국 사회의 당당한 시민 중 한 명으로 살고 있습니다. 왜 난민을 더 받아들여야 하냐고요? 그 증거는 바로 여러분 앞에 있습니다. 바로 접니다. 그 때 영국 정부가 저를 난민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그 때 16세 소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빗장을 다시 걸어 잠글 수는 있다. 하지만 이미 한 번 열린 문은 완벽히 잠기기는 어렵다. 그리고 이미 한 번 시작된 인식의 변화는 계속 잠겨진 문 틈새로 이어지고 있다.

 

 

 

Ahrum YOO is Arab in Seoul’s editor-in-chief. She has a MA in Politics and took a PhD course with reference to Middle East Politics from the 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in London. She is specialised in Syrian, Iraqi and Lebanese affairs. Her academic interests are sectarianism, the role of political ideology and identity in contentious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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