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즘의 진화론, 반체제 무장단체에서 외로운 늑대까지

2001년 9월 11일 이후 테러리즘은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테러리즘이란 덥수룩한 턱수염에 하얀 터번을 걸친 오사마 빈 라덴의 사진과 알-카에다로 고유명사화 되었다. 그리고 2012년 시리아 내전 이후, 테러리즘의 양상은 ‘다에쉬’ (Islamic State 혹은 ISIL이라 불리며 본 글에서는 아랍어로 IS를 뜻하는 ‘다에쉬’를 사용)와 최근 유럽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는 외로운 늑대 (Lone wolves)들의 산발적 공격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번 달 아랍인 서울에서는 알-카에다와 다에쉬로 대표되는 중동 지역의 테러리즘을 거시적 입장에서 테러리즘의 정의와 그 목적, 주체를 분석하고 및 중동 테러리즘 패턴의 변화를 다룰 것이다.

테러, 권력의 폭력적 과시

공포의 확산을 목표로 하는 테러의 역사는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나 근대적 맥락의 ‘테러리즘’이란 용어의 기원은 프랑스 혁명에서 기원한다. 프랑스 혁명 집권 공고화를 위해 1792년부터 1794년까지 일어난 로베스 피에르를 위시한 집권당 자코뱅주의자들의 반대파에 대한 대대적 숙청은 바로 근대적 의미의 테러리즘의 효시가 되었다. 당시 공포정치(La Terreur)를 영국의 철학자이자 정치가인 에드먼드 버크가 ‘테러에 의한 체제’, ’국가에 의한 테러’, 즉 공포정치(The Reign of Terror)라고 명명하면서 근대적 의미의 테러리즘이 등장하게 되었다.

현대에서는 정치적 동기에 의한 비무장인에 대한 무차별 폭력으로 테러리즘을 정의할 수 있다. 대부분의 테러공격은 무차별적이고 산발적인 공격을 통한 공포의 확산을 주 목적으로 하고 있다. 테러리즘의 범위에는 자살폭탄과 같은 물리적 공격뿐만 아니라 영상, 메시지를 통한 심리적 공격도 포함된다.

테러의 주체

테러의 주체(행위자)는 국가나 기업, 특정 집단 혹은 개인이 될 수 있다. 특히 ‘합법’이라는 정당화된 보호막 아래 이루어지는 국가 테러리즘은 규모와 영향력에 있어 자원 및 물리적 한계가 있는 반체제 테러리스트를 능가한다. 그 예로 2차 세계대전 동안 이루어진 나치정권의 인종청소(Genocide), 이라크 사담 후세인 1988년 쿠르드인 대학살 등을 들 수 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전통적인 테러단체는 중앙화된 정치조직과 민병대를 거느리고 있었으며 자신들의 테러 행위를 대대적으로 선전하였다. 하지만 냉전 종식 후 1990년대부터 반체제 운동의 동력이였던 좌파 테러운동이 힘을 잃으면서 테러 집단은 세포 단위의 네트워크 협력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변모하였다. 기존의 수직적인 조직 모델은 불분명한 지휘계통을 지닌 수평적인 모델로 발전하였고, 이 경우 중앙조직이 존재하나 하부 조직 단위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 통제권은 없었다.

실제 테러 공격의 행위자인 테러리스트가 어떻게 발생되는지에 다해서는 다양한 요인을 들 수 있다. 첫째, 개인의 억압받았던 경험, 부패한 체제에 대한 분노 표출로 볼 수 있다. 또한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이 공동체 및 외부의 탄압에 희생된 경우 보복을 위한 수단으로 자발적 테러리스트가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전쟁 및 점령군에 의해 자식, 남편을 잃은 팔레스타인, 이라크 미망인 출신 자살 폭탄 테러리스트를 들 수 있다. 또한 9.11 테러리스트의 경우 생활여건이 좋은 중산층 임에도 불구하고 부패한 체제에 대한 불만을 테러리스트 행위로 표출하기도 한다. 둘째, 경제적 요인이다. 이스라엘 점령군에 의해 삶의 터전을 잃은 팔레스타인 난민, 뜨거운 사막 한 가운데에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착취당하는 파키스탄 노동자 또한 자신의 가족을 경제적으로 보살펴 줄 것이라는 테러 집단의 약속 아래 테러리스트로 자원하기도 한다. 셋째, 정치적 야망이나 애국심의 발로, 자신이 믿는 이데올로기 실현을 위해 테러리스트로 변모하기도 한다. 그 예로 일본의 적군파, 196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활동하던 좌파 테러리스트 집단 등을 들 수 있다.

중동 테러리즘의 기원

현대적 의미의 중동 테러리즘의 기원은 1948년 5월 15일 팔레스타인 땅 위의 이스라엘 국가 건립이라고 볼 수 있다. 팔레스타인이라는 한 지역의 문제를 비행기 납치 등을 통해 국제문제로 이슈화 시키는 데 성공한 팔레스타인 테러리즘의 주체는 1964년 창설된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였다. 자국 문제의 국제적 이슈화에 그쳤던 테러리즘은 이젠 영토와 인구를 확보하여 실질적 통치를 하는 단계로 까지 발전되었다. 이 글에서는 1990년대 이후 중동 테러리즘의 대표적 주체였던 알-카에다와 다에쉬를 중심으로 그 기원을 추적하려고 한다.

현 알-카에다와 다에쉬의 기원은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1978년 아프가니스탄에 공산주의 정권이 수립되자 이에 반발한 아프가니스탄 시민들을 제압하기 위해 197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다. 이에 자신과 같은 무슬림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전 세계, 특히 인근 아랍 국가들의 무슬림들이 ‘무자헤딘(지하드(聖戰)을 실천하는 사람)’이란 이름으로 아프가니스탄 내전에 참여하게 된다. 근 10년 이상 이어졌던 이 긴 내전에는 미국의 기술 및 무기 지원, 사우디 아라비아의 금전적 지원, 그리고 이집트를 위시로 한 여러 아랍국가 무슬림들의 참전이란 삼박자가 그 원동력이 되었다.

1979 당시는 냉전이 첨예한 시기로 미국의 안보 목표는 소련의 남하였다. 지정학적으로 보았을 때 당시 미국의 전략적 에너지 수급원인 사우디 아라비아와 당시 미국의 우방이었던 이란 상부에 위치한 아프가니스탄은 일종의 소련의 남하를 막는 버퍼존(Buffer Zone) 이였다. 이에 미국은 파키스탄 서북부 지역에 분포한 다양한 무자헤딘 양성기관 및 마드라사(이슬람 교육기관), 이슬람 사원에 군사 및 정보요원을 보내 보다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훈련을 받게 한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경우,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의 성공으로 이란 팔레비 국왕이 추방되고 쉬아 성직자에 의한 새로운 정치체제가 수립되자 혁명의 확산을 막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들여 아프가니스탄에 참여한 무자헤딘을 도왔다. 그리고 이집트, 사우디 아라비아를 포함한 다양한 아랍국가에서 고통 받는 아프가니스탄 무슬림 형제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많은 자발적 시민들이 내전에 병사로 참여하는 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오사마 빈-라덴이다.

10년 이상을 끌어온 지지부진했던 내전은 1989년 소련이 붕괴되면서 종식된다. 냉전이 끝나고 Pax-Americana의 새 시대에 미국은 어느새 아프가니스탄을 잊는다. 갑자기 내전이 종식되면서 아프가니스탄은 혼돈의 상황에 빠지게 되고 이 공백을 매운 집단이 바로 탈레반이다. 또한 10년 동안 무자헤딘으로 싸우던 병사들도 자국으로 돌아가게 되지만 자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부패하고 무능한 자국 지배 세력에 반기를 들게 된다. 이 때 나온 개념이 ‘실패 국가’(Failed State), 즉냉전 동안 미국과 소련의 대리전(proxy war)를 치렀던 제3국가들이 냉전 종식 후 그대로 방치되어 국가 기능을 상실 한 채 일종의 권력 공백의 ‘실패국가’가 되어 향후 ‘테러리스트’ 육성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게 된다. 대표적인 국가로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을 들 수 있으며 대표적인 테러리스트 집단이 바로 알-카에다 이다.

2001년 9.11 이후 미국은 알-카에다 색출 및 제거에 심혈을 기울인다. 그 덕분에 알-카에다는 기존의 Top-down 체제의 중간 연결자들이 제거되어 상하명령전달체계가 무너지고 여러 군소 조직으로 분해되었다. 특히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4개 하부 조직으로 나뉘어 독립적 행동을 하게 되는 데 그 중 하나가 현재 예멘 내전의 주역인 AQAP이다. 4개 하부 조직 중 알-카에다-이라크 (AQI)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급성장하게 되는데 그 동력에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당시 이라크의 혼란 정국으로 인한 권력과 치안의 공백으로 급성장이 가능했다. 둘째는 사담 후세인의 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미국의 ‘De-Bathification’정책으로 인하여 수십 년간 이라크를 운영한 바스당(Bath Party) 관련자 및 군대를 해체한 것이다. 하루 아침에 직업을 잃은 수많은 바스당 군 참모들 중 특히 박해를 받은 순니파 군인들이 결국 알-카에다 이라크 같은 테러집단에 참여하게 되면서 테러집단의 전투 기량이 급속도로 발전하게 된다.

테러의 점조직화, 네트워크 테러리즘

2005년부터 심화된 알-카에다와 알-카에다 이라크(AQI)의 아부 무사 알-자르카위와의 갈등은 기존 테러 조직의 계층화를 무너뜨리고 테러 집단의 네트워크화에 일조했다. 즉 위계질서가 존재하던 하나의 집단에서 조직과 구심점이 사라진 일종의 ‘테러리즘 운동(movement)’이 된 것이다. 기존 알-카에다가 조직 내 명령체계가 상위 지도부의 지시가 하부 조직에 전달되어 테러 행위로 이러지는 ‘하방향(Top-down)’형식으로 운영되었다면, 현재 ‘네트워크 테러리즘’은 ‘상방향(Bottom-up)’ 혹은 일정 명령지시체계 전달과정이 생략된 채 이루어 지는 것이 특징이다. ‘네트워크 테러리즘의 특징에는 ‘지도자의 부재 (leaderless)’, ‘탈 조직화(non-hierarchy)’, ‘외로운 늑대들-자발적 행위자 (lone-wolves)’ 를 들 수 있다.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의 기폭제 중 하나는 프랑스에서 망명 중인 호메이니의 메시지가 담긴 녹음 테잎이였다. 약 30여 년이 지난 지금 2017년은 카세트 테잎을 넘어 다양한 통신 매체 및 플랫폼을 통하여 테러리즘의 규모와 방법론이 변화하고 있다. 인터넷 및 SNS로 대표되는 기술의 발달에 따라 물리적, 지리적 벽이 사라지자 테러리즘의 이데올로기와 표적(공격 대상) 설정 등 테러 행위에 따른 다양한 정보의 장이 형성 되었다. 이 시스템에서 누가 언제 어디서 명령을 내리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발적 ‘외로운 늑대(Lone wolves)’들이 자신의 방에서 지구 반대편에서 올려진 한 극단주의자의 동영상 및 다에쉬의 선전물을 보며 자극을 받게 되고 SNS를 통해 그들과 접촉하게 된다. 직접적 접촉 없이도 인터넷을 이용, 간단한 폭발물을 제조 하거나 혹은 쉽게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도구를 이용하여 불특정 시간 장소에서 테러행위를 저지른 후 특정 테러집단에서 실질적으로 관련이 되었든 안 되었든 ‘본 조직의 영향으로 저질러진 행동’ 이라 주장하면 바로 ‘특정 테러집단의 (영향 혹은 명령으로 이루어진)’ 테러공격으로 받아들여 지는 것이다.

외로운 늑대들, 그들은 왜 외로운 늑대가 되었나?

현재 시리아는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유럽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산발적 테러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금년 들어 더욱 잦아진 유럽에서 일어나 테러공격의 원인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자국 내의 ‘외로운 늑대들’로 지적하고 있다. 외로운 늑대란 자국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 급진 사상에 경도되어 자발적으로 테러를 일으키는 이들을 지칭한다. 특히 이민 2세나 3세로 서구권 국가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나 사회에 속하지 못하고 배제되어 급진 이슬람 사상에 경도되어 스스로 이라크나 시리아로 ‘지하드’에 참여한 이들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들의 특징은 인터넷 상 SNS등의 플랫폼에 올려진 급진 테러리스트의 선전물을 보고 자발적으로 경도되어 스스로 이데올로기와 공격대상을 선정한다. 이 전 테러 집단과 달리 직접적 명령 체계나 테러 집단과의 직접적 접촉 없이 자발적으로 테러 공격을 자행한다. 대표적인 급진 사상가의 예로 Abu Musab al- Suri를 들 수 있는데, 바로 ‘지도자 없는, 자발적 테러공격, 지하드’라는 아이디어의 창시자 이다. 2001년 9.11 이 후 전 세계 테러 조직 및 용의자에 대한 감시 및 제재가 심화되어 테러리스트들의 이동에 제약을 받자 Abu Musab Suri는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무기로 자행되는 자발적 지하드’란 급진 사상을 주장하게 되고 2009년 알-카에다가 이를 받아들인다.

특히 다에쉬의 경우 현 이라크, 시리아 전선에서 밀리자 유럽을 거점으로 중동이 아닌 타국에 자발적인 테러리즘을 고무시키고 있다. 금년 5월에 런던에서 벌어진 민간인을 상대로 한 무차별 칼부림 사건처럼 최근 다에쉬는 전문가가 제조한 폭탄이 아닌 주방용 칼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품을 이용한 테러를 선동하고 있다. The Economist지 6월 보도에 따르면 이번 런던 테러 용의자 중 한 명은 급진 이슬람 학자인 Ahmad Musa Jibril의 동영상을 지속적으로 시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중동을 넘어 유럽 및 전세계로 확산된 네트워크 테러리즘의 중심에는 다에쉬의 선전물이 존재한다. 다에쉬의 테러리즘 선전 전략 및 이슬람 테러리즘의 이데올로기에 관하여 아랍인서울 다음 테러리즘II편에서 다룰 것이다.

Ahrum YOO is Arab in Seoul’s editor-in-chief. She has a MA in Politics and took a PhD course with reference to Middle East Politics from the 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in London. She is specialised in Syrian, Iraqi and Lebanese affairs. Her academic interests are sectarianism, the role of political ideology and identity in contentious politics.

답글 남기기

*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