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다양한 이야기, 바위의 돔

이슬람 미술 사학을 처음 시작하는 학생을 가장 괴롭히는 세계적인 학자가 있다. 올렉 그라바르(Oleg Grabar,1929-2011)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슬람 건축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면서 바위의 돔(Dome of the Rock)을 연구한 올렉 그라바르의 “The Umayyad Dome of the Rock in Jerusalem”을 처음 접했을 때 한 올의 머리카락도 남기지 않을 기세로 온 머리를 쥐어 뜯으며 논문을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은 잊을 수가 없다. 그 뒤에도 작품에 대한 해석이 막막해지거나 연구 방향이 헷갈릴 때면 어김없이 바위의 돔에 관련한 연구 자료를 다시 확인하며 이슬람 건축을 연구하는 방법과 해석을 되새기곤 하였다.

바위의 돔은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최초로 건설된 기념비적 건축물로 688년부터 692년 사이 건축되어 현재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위치한 성전산(Temple Mount)에 위치하고 있다. 팔각형의 건축물 위에 황금으로 뒤덮인 반구형 돔이 짧은 원기둥(드럼, drum)위에 얹혀 있다. 팔각형 건물의 외벽 상층부 반은 푸른 색 타일을 이용해 장식하였고, 이슬람 세계 특유의 기하학 패턴을 사용하였다. 건물 외벽 가장 위쪽은 아랍어를 사용한 캘리그래피 장식이 되어 있는데, 주로 꾸란 구절을 사용하여 명문 장식으로 활용하였다. 주로 이슬람이 유일신 사상이라는 것과 예수의 인성에 대한 구절을 다룬다. 입구 상단부에는 압드 알-말릭(Abd al-Malik)의 후원으로 건설하였다는 사실을 알리는 명문이 적혀있다. 건물 내부에는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하고, 솔로몬이 재판을 하였으며, 예언자 무함마드가 천국으로 승천한 곳이라 알려진 거대한 바위가 놓여 있다. 건물 내부 장식은 꾸란에서 묘사하는 천국에 등장하는 요소인 보석, 구슬, 꽃병, 꽃 문양 모자이크를 사용하였다. 건축을 후원한 압드 알-말릭은 우마위야 왕조의 다섯 번째 칼리프로써, 왕조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칼리프이다. 굉장히 독실한 무슬림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영토 확장, 반란 진압, 화폐 개혁, 행정언어통일, 칼리프 휘호 정리 등 강력한 정치력을 필요로 하는 활동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바위의 돔이 재미있는 까닭은 상당히 많은 자료가 남아 있는 초기 건축물임에도 불구하고, 이 건물의 정확한 용도를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모스크라 하기에는 기본적으로 종교 의식을 치룰 수 있는 공간이나 요소가 없다. 일상생활을 위한 공간이라 다른 어떤 용도를 가진 건물에 적용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다. 다양한 해석을 통해서 최근 연구에 따르면, 바위의 돔은 압드 알-말릭의 종교적 소명에 따라 천국을 이 땅에 재현한 것이자, 최후 심판의 날에 사용될 무대를 만들었다고 본다. 전통적 해석에 따르면 유대인과 기독교인이 대부분이었던 예루살렘에 이슬람이라는 뿌리는 같지만 새로운 종교를 알리고 홍보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본다. 역사적 해석 관점으로는 당시 메카를 중심으로 세력을 형성하던 우마위야 왕조의 반대 세력을 제압하고, 왕조의 강한 권력을 표출하기 위한 건축으로 건설되었다고 보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바위의 돔은 이제 막 안정되고 세력이 뻗어나가기 시작한 종교와 그 종교를 이념으로 삼고 있는 왕조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건축이자 자신을 알리기 위한 프로파간다로써 건설된 것이었다.

한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622년 헤지라가 있고나서, 한 세기가 채 지나기도 전에 시작된 거대 건설 프로젝트가 바위의 돔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건축을 하는데 있어 온전히 무슬림만의 기술과 힘으로는 이런 건축물을 건설하기가 역부족이란 것을 의미한다. 이에 압드 알-말릭은 비잔틴 제국의 기술자를 채용하여, 건축을 주도하도록 하였다. 따라서 후원자는 무슬림이지만, 건축을 설계하고 실질적으로 건물을 짓고, 장식한 장인은 기독교인이었던 비잔틴 제국 출신이었다. 바로 여기에 이슬람 예술의 가장 큰 특징이 있다. 이슬람은 현존하는 유일신 사상 중 가장 늦게 발흥한 종교이다. 따라서 처음부터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하기보다 이전의 종교와 다양한 제국의 문화를 모방, 흡수하면서 발달하였다. 예술 영역도 다르지 않다. 이슬람 예술이라는 거대한 카테고리로 분류 가능한 작품 중에는 기술자가 무슬림이 아니기도 하였고, 사용자가 다른 문화권 사람이기도 하였다. 이처럼 이슬람 문화는 처음부터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삶이 한데 섞여 형성된 것이다. 바위의 돔은 바로 그 시작점을 이야기 하는 건축이자, 얽힌 이야기, 장식, 형태, 의미 등을 통해 이슬람의 본질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건물이다.

바위의 돔 전경, 팔각형 건물 위에 원통형 드럼(Drum, 돔을 바치기 위한 구조물)이 있고 그 위에 금으로 덮힌 반구형 돔이 올라가 있다.
바위의 돔 투시도, 내부 형태는 종교 건축이나 세속 건축으로 뚜렷하게 정의 내릴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가운데 돌을 중심으로 벽을 따라 복도가 형성되어 있다. print from 1887, after the first detailed drawings of the Dome, made by Frederick Catherwood in 1833, “Drawings of Islamic Buildings: Dome of the Rock, Jerusalem.”. Victoria and Albert Museum.

 

바위의 돔 외부 장식, 푸른색을 이용한 기하학적 패턴 장식과 꾸란 구절을 이용한 명문 장식이 보인다.

 

바위의 돔 내부 암석 모습, 출처 : 위키피디아

 

 

 

 

Yi SOO Jeong is a lecturer of Korea Army Academy at Yeongcheon, She has MA in Anthropology and PhD in Middle Eastern & African Studies from the Hankuk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 She is specialized in Islamic studies and Islamic Art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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