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경제와 석유

중동지역의 경제는 석유 생산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산유국이 집중된 아라비아 반도의 국가들은 석유 생산이 본격화되면서 상전벽해에 가까운 변화를 경험하였다. 이곳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 지형으로 이루어져 현지인들은 상업 및 무역, 유목, 때로는 진주조개잡이 등으로 삶을 영위해왔다. 그러나 유전이 개발되고 ‘오일달러’가 유입되면서 중동의 산유국들은 막대한 부를 얻게 되었다. 또한 급속한 경제성장을 경험하였으며, 에너지 안보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행위자로 부상하였다. 반면 민주주의가 발달하지 못하고 나라 경제가 석유 부문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처럼 석유는 중동 산유국의 경제를 견인하는 긍정적인 역할도 했지만, 정치 및 경제 제도 발달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석유, 검은 야누스의 얼굴

 

중동지역 경제는 석유의 영향으로 인해 몇 가지 특징을 보인다. 첫째, 정부가 국가 경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GCC 국가에서 중앙정부는 석유로부터 얻은 이익을 독점하고 이를 국민에게 분배해왔다. 분배 방식은 정부가 인프라를 개발하고 자국민에게 공공 부문 고용기회와 높은 수준의 복지를 제공하는 형태이다. 또한 산업다각화라는 목표를 위해 각종 국영기업을 설립하고 해당 산업의 성장을 이끌도록 다양한 지원을 해왔다. 그 결과 국가 경제에서 정부의 역할 및 지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이것이 민간 부문의 발전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둘째, 제조업이 발달하지 못했다. 이는 상인 마인드가 강한 중동의 문화적, 역사적 특성과 높은 온도로 육체노동이 어려운 환경 탓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석유 부문 위주로 국가 경제가 개발되면서 노동을 통한 부의 창출보다는 정부에 의한 부의 분배를 누리고자 하는 동인이 강하게 작용하였다. 그 결과 교육에 대한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인적자원이 제대로 개발되지 않아 낮은 노동생산성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제조업 기반의 약화로 이어졌다.

 

셋째, 중동 산유국의 경제성장은 국제유가에 따라 높은 변동성을 보인다. 앞에서도 설명하였듯이 석유를 중심으로 경제개발이 이루어지다 보니 수출, 재정수입, 국내총생산 등에서 석유 부문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물론 GCC 국가들은 산업다각화 혹은 경제다각화를 목적으로 발전계획을 수립 및 추진하고 있지만, 일부 산업을 제외하고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국제유가는 정부 재정 수입 및 상품 수출액의 변동을 야기하며 경제성장률에도 직접적이며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된다. GCC 국가들은 정부 재정으로 각종 인프라 개발을 진행해왔으며, 저유가는 각종 개발 프로젝트의 축소나 중단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국제유가에 의한 극심한 부침을 완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부분의 중동 원유 수출국들은 국부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고유가시기에 외환보유고가 아닌 특별 기금을 조성하여 저유가나 석유 고갈 시를 대비하는 것이다.

 

넷째, 국제유가는 산유국뿐만 아니라 비산유국의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원유를 수출하는 국가의 무역수지는 개선되지만,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는 물가 상승과 무역수지 악화를 겪게 된다. 하지만 중동 지역은 예외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이집트, 요르단, 팔레스타인 등 인접한 국가일수록 산유국의 경기와 높은 수준의 동조화가 나타난다. 산업 기반이 약한 중동 원유 수입국들은 언어 및 종교, 문화적 동질성이 높은 GCC 국가들로 인력을 송출하고 있다. 그러다 저유가로 산유국의 경기가 악화되어 현지의 고용 시장이 위축되면 해외 노동자의 자국 송금이 감소하게 된다. 반면 GCC 산유국은 원유를 비롯한 각종 현물 등의 형태로 중동 원유 수입국에 원조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투자도 활발히 하고 있다. 즉, 송금, 원조, 오일 머니 등 원유 수출국의 자금은 원유 수입국으로 유입되고 이때 국제유가 수준에 따라 그 규모도 달라져 동조화가 나타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GCC 산유국들은 달러에 자국 화폐의 가치를 연동시키는 고정환율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이 고정환율제를 유지하는 명목상의 이유는 원유가 달러로 거래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고정환율제가 석유 중심 국가의 경제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변동환율제를 적용하고 있는 일반적인 개방경제국가에서 경기가 둔화되면 환율이 상승하고 이는 수출 증가로 연결되어 경기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석유 이외의 수출품이 거의 없는 국가에서 환율 상승에 따른 경기 회복 효과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막대한 외화자산을 보유한 GCC 산유국들은 고정환율제가 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률의 변동을 억제할 수 있고 안정적인 경제 성장에도 기여한다고 판단하여 고정환율제 적용에 따른 비용에도 불구하고 이를 유지하고자 한다.

 

저유가 시대, 중동에 부는 변화의 바람

한편 2014년 이후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GCC 국가들에서 이전과 같은 경제 구조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은 북미지역 셰일오일의 급격한 생산 증가, 신재생에너지의 확산 등과 같은 공급 측면과 신흥국의 경기 둔화, 중국의 세계제조공장 탈피 등 수요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많은 전문가는 국제 에너지 시장의 구조적 변화로 유가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 어려우며, 장기적인 저유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전망은 GCC 지역에서 국가 개혁의 필요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GCC 산유국들은 자국 경제에 석유 부문이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자 탈석유화 정책을 강화하고 있으며 새로운 성장 동력도 마련하고자 한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대표적인 예이다. 2016년 4월 지금의 제1 왕세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Mohammad Bin Salman)은 국가 혁신계획인 ‘사우디 비전 2030’을 발표하였다. 이 계획을 통해 관광, 국방 등 다양한 산업 육성과 민간 주도 성장 전략을 제시하였다. 이후 UAE와 쿠웨이트도 새로운 개발정책을 발표하고 그 이행을 강화하고 있다.

 

GCC 산유국들이 개발계획을 통해 추진하고 있는 개혁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진다. 먼저 재정 수입원을 다양화하는 것이다. GCC 6개국은 2018년부터 5%의 부가세를 도입하고, 각종 세제를 개편하여 비석유 정부 수입을 늘리고자 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에 대한 기업공개를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1조 8천억 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를 조성하고 그 수익을 정부 재정 수입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GCC 산유국들은 재정 지출도 축소하고 있다. 주로 기존의 정부 재정 지출 중 비중이 컸던 각종 에너지 보조금을 삭감하고 민간 자본 중심의 인프라 개발을 추진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고 민간 부문의 참여를 확대하려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 유치 및 혁신기반 조성을 통해 지속가능한 산업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관측된다. GCC 산국들은 자체 자금 부족보다는 기술 및 경영 노하우 전수를 목적으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왔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에 대한 지분 및 투자 가능 부문 제한, 복잡한 절차 등으로 석유 부문을 제외하고 외국인 투자유입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최근 들어 GCC 국가들은 회사법, 외국인투자법을 정비하여 투자환경을 개선하고 제조업을 비롯한 민간 부분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석유 이외의 상품 수출이 늘어나면 변동환율제 도입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될 것이다.

 

이처럼 저유가는 중동 산유국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켰지만 석유 중심 경제체질을 바꿀 기회로도 작용하고 있다. GCC 국가들이 경제체질 개선 및 혁신 위주의 개혁정책을 추진하면서 기존에 석유 중심 경제를 통해 조성된 구조적 특징도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저자는 연재를 통해 중동 경제의 구조를 살펴보고 앞으로의 변화 방향에 대해서 전망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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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 Sung Hyun is a senior researcher of the Middle East and Africa team at the Korea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 Policy (KIEP). His research areas have been economic development of Middle Eastern Countries and Islamic Finance. His recent publications are on ‘Electricity Industrial Policies in the Middle East and their Implications for Korean Companies’ and ‘Lower oil prices and economic cooperation between Korea and the Middle East’. He holds Master’s degree in Economics from Hankuk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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