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으로 떠난 이슬람 여행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위치한 이베리아 반도 남쪽 끝에는 영국령 지브롤터(Gibraltar)가 있다. 이곳은 사람과 차량이 다니는 교차로를 통과하는 곳으로 항공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꼭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이다. 지브롤터라는 지명의 어원은 놀랍게도 아랍어에 있다. 산을 뜻하는 아랍어 ‘자발(Jabal)’과 사람 이름인 ‘따리끄(Tariq)’의 합성어로 ‘따리끄 장군이 넘어간 산’이라는 의미이다. 지리적으로 북아프리카와 맞닿아 있는 스페인이 이슬람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싶지만, 711년부터 1492년까지 이베리아 반도 안에서 무슬림과 기독교인은 한데 어울려 살아갔다. 711년 베르베르인 장군인 따리끄가 군대를 이끌고 스페인으로 진격하면서 입성한 땅이 현재의 지브롤터인 것이다. 여러 유럽 국가 중에서도 수많은 관광자원을 갖고 있고 여행객을 유혹하는 스페인을 오늘은 이슬람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여행해보고자 한다.

*비행기 이착륙을 기다리는 정차행렬 (출처 : 위키피디아)
*타리크 산의 모습이다. (출처 : 위키피디아)

711년 우마위야 왕조의 후원을 받은 북아프리카에 거주하던 무슬림이 지브롤터를 통해 이베리아 반도에 입성한 이후 9년만에 북부의 작은 도시를 제외한 반도 전역을 이슬람 세력이 차지하였다. 피레네 산맥을 넘어 프랑스 남부까지 진출하기도 하였다. 750년에 시리아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한 우마위야 왕조가 멸망하고, 왕족의 일부가 스페인으로 이주하여 꼬르도바(Cordoba)를 중심으로 후기 우마위야 왕조를 건설하였다. 당시의 무슬림의 예배 공간이었던 모스크와 왕실의 별궁이 아직까지도 꼬르도바에 남아있다. 꼬르도바를 가로지르는 과달끼비르 강(Guadalquivir) 한 켠에 웅장한 모습의 꼬르도바 대모스크가 있다.

모스크로 건설되었고, 1492년 이후부터 대성당으로 사용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2016년에는 꼬르도바 시청에서 무슬림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방편의 일환으로 건축의 공식 명칭을 꼬르도바 대모스크-성당으로 변경하였다. 오렌지 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수목으로 채워진 중정을 지나 모스크 안으로 들어가면 붉은색과 흰색을 교차한 내부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성스러운 예배 공간이라는 느낌과 함께 금방이라도 음악이 흘러나오며 춤을 추는 축제의 장으로 바뀔 것만 같은 발랄한 분위기에 기분이 좋아진다. 어두운 복도 저편 끝에는 은은하고 따뜻한 빛이 감도는 미흐랍이 독립된 공간을 구성하며 위치하고 있다. 재밌는 것은 어두운 복도를 걸어가다 보면 중간쯤에서 하얗고 투명한 듯한 밝은 빛이 비추고 고개를 들어 주변을 돌아보며 성당에서 볼 수 있는 조각상 장식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도 가톨릭 예배를 볼 수 있는 공간으로 해당 건물이 모스크와 성당의 기능을 모두 갖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코르도바 모스크 전경 (출처 : 위키피디아)
*모스크 내부 모습 (출처 : 위키피디아)
*미흐랍 (출처 : 위키피디아)
*성당부 모습 (출처 : 위키피디아)

꼬르도바 대모스크가 스페인에서 처음으로 자리잡은 왕조의 매력을 보여준다면, 그라나다(Granada)에 건설된 알함브라 궁전은 스페인 내 마지막 이슬람 왕조의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알함브라 궁전은 마지막 이슬람 왕조인 나스르(Nasrid)왕조가 건설하였다. 나스르 왕조는 그라나다를 중심으로 1232년부터 1492년까지 존속되었던 왕조이다. 1238년부터 1358년 사이에 건설된 알함브라 궁전은 그라나다의 높은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다. 이슬람 미술 사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정신분열증과 같은 모습을 한 궁전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과 곧 패망을 앞둔 왕조의 불안감이 공존하는 모습이다. 궁전으로 들어가는 첫 입구부터 안내를 받지 않고 궁전안으로 들어갈 경우 길을 잃고 다시 입구로 나올 수 밖에 없는 형태로 설계되어 있다. 내부 건물은 미로처럼 구성되어 있어 생각없이 다니다가 길을 잃기 쉽다.

이베리아 반도 내 마지막 이슬람 왕조로 존속이 위태로워지고, 입지가 점점 좁아짐에도 불구하고, 왕궁 내부의 장식 명문에는 이슬람이 마지막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문구가 사용되기도 하였다. 사자의 정원으로 유명한 공간에 놓인 사자가 지탱하고 있는 분수는 이슬람이 기독교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상징한다. 종유 동굴과 같이 장식된 두 자매의 방과 대사의 방에 들어서면 모든 관광객이 고개를 젖혀 천장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모습이 재미있다. 붉은빛 흙으로 마감된 건물 경계 안에서 예쁘게 꾸며진 정원과 그 위의 푸른 하늘, 눈부시게 흩어지는 햇빛을 바라보고 있자면 외부에서 성난 군대가 당장이라도 모든걸 부수고 들어온다 한들 현실을 잊고 아름다움에 빠질 수 있을 것만 같은 평화를 느낄 수 있다. 어디가 내부공간이고, 외부공간인지 그 경계가 불분명한 공간, 떨어지는 물줄기와 분수소리를 들으며 오롯이 스페인 남부의 햇살과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알함브라 궁전을 재점령한 스페인 군대가 궁전을 부수고 유럽식 건축을 다시 지으려하자, 왕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을 없애고, 세상 어디에나 있는 것을 만드려했구나.’라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 그곳이 바로 알함브라 궁전이다.

*알함브라 전경 (출처 : 위키피디아)
*사자의 궁 속 분수대 (출처 : 위키피디아)
*궁전 내 명문장식 (출처 : 위키피디아)
*두 자매의 방 속 천장 장식 (출처 : 위키피디아)

 

유럽을 여행하면서 스페인 남부지역을 방문하는 것은 사실 여행 동선상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유럽과 이슬람의 문화가 혼재하는 곳, 19세기 유럽의 고위 자제들이 지금의 우리가 가는 배낭여행과 같이 견문을 넓히기 위해 찾던 곳인 남부 스페인을 둘러보며 이슬람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Yi SOO Jeong is a lecturer of Korea Army Academy at Yeongcheon, She has MA in Anthropology and PhD in Middle Eastern & African Studies from the Hankuk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 She is specialized in Islamic studies and Islamic Art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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