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족의 미래는? (2)

키르쿠크, It’s Oil, you stupid!

이라크는 제 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에 의해서 과거 오스만 제국의 3개 지방인 모술(Mosul), 바그다드(Bagdad), 바스라(Basra)를 조합하여 만든 인공적인 국가이다. 영국은 국제 연맹의 승인을 통하여 모술 지역을 여러 단위로 나누어 쿠르드 준 자치지역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석유가 발견되면서 모술 지역을 영국 위임령인 이라크에 강제 편입시켰다. 이후 이라크 중앙 정부는 모술과 키르쿠크 유전 지역 장악을 위해 쿠르드족과 대립각을 세우게 되었다. 대표적인 예는 쿠르드족의 아랍화 정책이다. 1947년 이라크 바스당(the Ba`th party) 제정법에는 “아랍어를 말하거나 혹은 아랍 영토에 살거나 살게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 혹은 아랍 국가에 포함되기를 희망하는 어떤 사람도 아랍인.” 이라고 규정되어 있다. 이에 따라 ‘아랍 민족주의’에 기반한 교육이 이루어 졌고 쿠르드어 사용이 금지되었다. 또한 쿠르드인의 모술, 키르쿠크 강제 추방과 아랍인의 이주정책이 도입되었다. 이 모든 아랍화 정책의 동력은 바로 이라크 원유 매장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모술, 키르쿠크의 석유였다.

출처 : Stratfor

이라크의 주요 수입원은 석유이다. 현 이라크 정부 수입의 90%이상이 원유 수출에서 나오며 주요 산유지는 키르쿠크, 모술이 위치한 이라크 북부, 그리고 바스라를 중심으로 하는 남부 지역에 위치한다. 키르쿠크-지중해 송유관이 매설되어 있어 유럽으로 상시 수출이 가능하다. 이라크 석유는 채굴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지 오일(easy oil)’로 알려져 있으며 BP(British Petroleum) “BP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June 2017” 보고서에 따르면 이라크 석유의 현재 확인매장량(proven oil reserve)는 약 153억 배럴로 이는 전 세계 매장량의 약 9%를 차지한다. 2003년 이후부터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이라크 석유법에는 두 개의 쟁점이 있다. 첫째로 이라크 중앙 정부와 쿠르드자치정부(KRG) 사이의 석유 및 가스개발과 관련된 소유권 및 분배 문제, 둘째는 바그다드와 국제석유기업이 체결한 석유 개발 계약 규정과 수익분배다. 이라크 중앙 정부가 석유개발 및 분배에 관한 결정권을 요구하는 반면 KRG는 이라크 내 쿠르드 자치지역 유전에 대한 통제권과 수익원 확보를 요구한다

2007년 KRG는 자체적으로 통과시킨 석유법에서 쿠르드 자치지역 내 산유지 채굴 관련 권한의 이라크 중앙정부로부터의 독립을 규정하였다. 이에 따라 KRG 자체적으로 외국 기업과 석유 개발에 관한 약 50건의 계약 체결을 진행하였다. 이 후 이라크 중앙 정부가 KRG가 국제석유기업과 독자적으로 체결한 계약을 인정하지 않는 등 갈등이 고조되었으나 2012년 9월 초 이라크 중앙 정부는 원유생산 대금을 지불하고 쿠르드 지역 원유를 수출하는데 합의 하였다. KRG는 2014년부터 독자적으로 송유관을 통해 터키에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이라크 석유법에 대한 이라크 중앙 정부와 KRG 사이의 완전한 합의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비단 석유 외에도 키르쿠크는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현재 키르쿠크는 쿠르드족 뿐만 아니라 투르크멘(Turkmen), 아시리아(Assyrian), 아랍(Arab) 등 다양한 민족이 거주하고 있다. 키르쿠크는 원래 쿠르드, 투르크멘의 집단 거주지역 이였으나 이라크 정부가 1974년부터 추진한 아랍화 정책의 일환으로서 이 지역 주민이었던 쿠르드족 30만명이 추방되었다. 그리고 1980년대 사담 후세인 정권이 30만 명의 아랍계를 이주시켜 인구 구성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게 되었다. 현재 약 70만명에 달하는 쿠르드지역 투르크멘인들은 이번 쿠르디스탄 독립 국민투표에 촌각을 곤두세웠다. 쿠르디스탄 독립국가 설립 이 후 쿠르디스탄 내부 소수민족은 제2의 탄압이 가해지지 않을까 우려를 내보이고 있다.

PDK PUK, 끝없는 쿠르드 내부 분열, 그리고 고란 운동(Gorran Movement)

쿠르드자치정부와 주요정당 (출처 : wikipedia, gorran운동 공식 홈페이지 gorran.net)

이라크 쿠르드족의 내부 정치는 마수드 바르자니(Masoud Barzani)로 대표되는 쿠르드민주당(KDP)와 잘랄 탈라바니(Jalal Talabani)로 대표되는 쿠르드애국동맹(PUK)의 양자 경쟁 구도로 볼 수 있다. 이라크 근대 정치 권력관계는 ‘후원정치(Patronage System)’로 설명할 수 있다. 후원정치란 후원자(Patron)와 종속인(Client)의 특수이해와 충성의 교환에 기초한 정치적 관계(patron-client relationship)로서 가문과 부족 연줄에 따라 직업 및 정치활동 등 사회, 경제 이권을 후원자에게 보장 받는 대신 종속인은 ‘충성’을 맹세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국민들에게 정상적인 경제, 사회 보장 시스템을 제공하지 못하는 국가와 중동 권위주의 국가에서 지도자의 권력을 공고화 하기 위한 수단으로 많이 쓰인다. 사담 후세인의 경우 자신의 권력 공고화를 위해 친인척, 티크리트(Tikrit) 동향 출신의 장교들에게 이권을 나눠주고 충성 맹세를 받았다. 바르자니 집안 또한 쿠르드 지역의 저명한 가문으로서 정치 및 경제 이권을 나눠주고 충성을 받는 ‘후원자’로서의 역할을 굳혔으며 가문, 부족을 기반으로 한 ‘후원자-종속인 관계’ (Patron-Client Relationship)는 PUK와 이라크 쿠르드 민병대인 페쉬메르가에서도 작용하고 있다.

쿠르드 민족주의에 기반한 KDP는 무스타파 바르자니(Mustafa Barzani)에 의해 1946년 세워졌으며 이라크 바스당 정부로부터 독립운동을 이끌었다. 1958년, 1970년 이라크 중앙정부와 자치권 보장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기도 하였으나 당시 이라크의 적대국이였던 이란의 지원을 받아 쿠르드 독립운동을 이어왔다. 그러나 1975년 바르자니 가문의 독식을 비판하며 잘랄 탈라바니를 위시로 한 사회주의 노선은 KDP에서 분리하여 쿠르드애국동맹(PUK)을 창당했다. 이 후 KDP와 PUK는 각자의 세력 확장을 위해 이라크 중앙정부, 이란 등과 연합하며 경쟁체제에 돌입하였다. 이 경쟁관계를 이용하여 사담후세인은 1970년대 후반, 1980년대 초 이란의 후원을 받는 KDP를 견제하기 위해 PUK를 회유하여 동맹을 맺기도 하였다. 두 정당의 경쟁은 1994년부터 1998년 까지 KDP와 PUK사이의 내전으로 발전되었다.

2014년부터 이어진 다에쉬(IS)와 전쟁에서 두 쿠르드 정당들은 바그다드와 협력하는 동안 쿠르드 독립 문제를 유보했었다. 다에쉬의 모술 장악은 KDP와 PUK의 부패 및 권력 독점 문제를 안보라는 이름으로 가려주었다. 하지만 2017년 다에쉬가 소강상태를 보이자 강력한 안보 위기 카드를 잃은 KDP의 마수드 바르자니가 국내 지지 기반을 다지기 위해 ‘쿠르디스탄 독립 국가 건설 국민투표’라는 카드를 내 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마수드 바르자니는 19일 연설에서 “만일 국제사회가 국경선 재정립 및 수자원, 석유자원 배분 관련 바그다드 정부와 재협상에서 국제사회의 감시와 보장이 약속된다면 국민투표를 연기하고 다른 대안을 제시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르자니의 제안에 이라크 중앙정부의 포함한 미국, 터키 등 국제 사회는 거부의사를 표했다. 금 주 월요일에 진행된 국민 투표 여부를 전날인 24일 까지 유보 가능하다며 관련 국가들에게 협상 카드를 내 보인 바르자니는 결국 25일 국민투표를 강행했다.

하지만 KDP와 PUK 두 양당체제에 반기를 드는 세력이 등장하였다. 고란운동(Gorran Movement)는 바르자니와 탈랄바니로 대표되는 KDP와 PUK의 정권 장악 및 부패를 비난하며 젊은 쿠르드인의 지지를 받아 2009년 PUK에서 분리된 정당이다. 세속주의와 쿠르드 민족주의, 사회주의를 기반으로 한 고란 정당은 쿠르드어로 ‘변화’를 뜻한다. 쿠르드 특정 가문 및 부족에 의한 기존 ‘후원 정치(Patronage System)’와 만연한 부패를 비난하는 젊은 쿠르드 인의 지지를 받아 2009년 쿠르드 지방선거에서 111석 중 24석을 차지하였다. 고란운동은 과거 바그다드와 석유 수입 배분 문제 등에서 집권당인 KDP의 노선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나 2017년 국민투표의 경우 바르자니 자신의 권력 연장 의지로 판단, 국민투표 강행에 반대의사를 보였다.

쿠르디스탄 독립은 이루어 지는가

이번 쿠르드 분리-독립 국민투표에 법적 효력은 없으나 중동 정세에 미치는 영향력은 컸다. 국민투표 전후로 시리아 북부 쿠르드 민병대 YPG는 Rojava 지역 자치권 보장을 위한 투표를 선언 하였으며, 투표 전 날 이란 동부에서는 이라크 쿠르드 독립을 지지하는 이란 내 쿠르드인의 지지 시위가 벌어졌었다. 비아랍 국가의 탄생을 환영하는 이스라엘을 제외한 터키, 이란, 이라크 등 주요 이웃 국가들은 쿠르디스탄 독립국가 건설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미국, 러시아, 독일 및 유엔을 포함한 국제 사회 또한 쿠르디스탄 독립으로 인한 새로운 중동의 분쟁을 원치않는 분위기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라크 정부 내 자치권 보장 이라는 현상 유지를 지지하고 있다. 각 국의 반응을 비추어 보았을 때 쿠르드 독립국가 건설의 현실화는 요원해 보인다. 이라크 쿠르드족 지도부 또한 중동정치 역학관계를 잘 이해하고 있다. 이번 국민투표는 쿠르드족 자체의 키르쿠크 석유 이권 보장을 위한 협상력을 높이고, 다에쉬 소강 이 후 KDP바르자니의 이라크 쿠르드 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또다른 정치적 계산으로 볼 수 있다. 금년 11월 1일 예정된 이라크 쿠르드 자치지역 대통령, 의회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바르자니의 정치적 계산, 그리고 이라크 정부와의 협상 진행 유추를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Ahrum YOO is Arab in Seoul’s editor-in-chief. She has a MA in Politics and took a PhD course with reference to Middle East Politics from the 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in London. She is specialised in Syrian, Iraqi and Lebanese affairs. Her academic interests are sectarianism, the role of political ideology and identity in contentious politics.

2 Comments

  1. 글 잘 읽었습니다.
    쿠르드 문제와 아랍 문제에 관심 가져줘서 감사합니다만, 자칫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몇자 남깁니다.
    쿠르드 문제를 이야기하며 PKK와 오잘란에 대한 언급이 없군요. 잠깐 언급된 시리아의 YPG는 PKK가 시리아에서 사용하는 이름입니다. 이라크 쿠르디스탄에서 PKK의 지지세력 또한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고란 운동은 쿠르드어로 묶여 버리지만 쿠르드 주류 언어인 쿠르만지/소라니와는 다른 언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인 쿠르드 소수언어인 자자키/고라니 사용하는 쿠르드족 일부가 쿠르드 내부의 차별과 주류 쿠르드 사회의 부패에 반발하여 시작한 운동으로 쿠르드라는 이름으로 묶여버리는 또다른 소수민족의 민족주의 운동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쿠르드 독립운동 내부에도 여러 계열과 주장이 혼재되어있고, 쿠르드에 대한 탄압이 가장 심한 나라인 터키는 특히 이라크의 투르크만을 자기 민족이라고 주장하며 이라크 국경을 넘나드는 군사작전을 실시하며 이라크 쿠르디스탄의 정세를 불안하게 하고있죠.
    쿠르드 문제를 이라크 국내문제화 하는 것은, 쿠르드 문제를 국제화 하여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가장많은 쿠르드족이 거주하는 터키의 쿠르드운동 세력과 유럽에 거주하는 역시 적지않은 수의 쿠르드족의 노력을 무시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터키에서 몇년 살며 쿠르드 문제에 관심갖게된 사림인데, 지나가다 생각나는 몇마디 거들어봤습니다.
    제가 모르는 내용도 몇가지 알게돠어 좋은 공부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2. 안녕하세요 한상진 선생님

    저는 알아랍인서울 편집인 유아름 입니다. 금번 “쿠르드족의 미래는?(2)” 글에 주신 답변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특히 고란운동이 단순히 기존 이라크 쿠르드 집권세력에 대한 저항 운동이 아니라 쿠르드 내 소수민족 저항 운동이란 점에 대한 지적 감사드립니다.

    국경을 넘어 지역적으로 접근하면 쿠르드족 문제에 있어서 터키, PKK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지요.
    하지만 이번 글은 이라크 쿠르드족에만 초점을 맞추어 1000자라는 제한된 글자 수에 일반 독자를 상대로 쓴 글이라 본의아니게 PKK에 대한 자세한 언급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글 전체 방향을 이라크 중앙정부와 이라크쿠르드 지방정부에만 좁게 맞추어 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이라크 내 PKK영향력, 쿠르드족 안의 소수민족 문제 관련 혹시 추천하시는 자료나 사이트 등이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번거롭지 않으시다면 추천이나 자료 공유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직 초기 단계라 많이 미흡하지만 저희 ‘알아랍인서울’에 관심가져주시고 이렇게 좋은 지적, 조언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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