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핵협상 파기? 도마 위에 오른 이란의 운명

출처 : Gage Skidmore, Flikr
출처 : Gage Skidmore, Flikr

금년 10월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대통령은 2015년 여름에 체결된 이란 핵협상 준수 ‘불인증’을 선언하였다. 대선 전부터 오바마 정권의 중동정책을 강력히 비난하며 반(反) 이란 노선을 보인 트럼프는 이란 핵협상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미국 의회와 동맹국이 이란에 대한 핵 제재를 강화할 것을 요청하였다. 2015년 7월 14일 오바마정부와 현 이란의 로하니 정부,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의 중재 하에 극적으로 타결된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포기 대신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를 골자로 하고 있다.

이란 핵협상 타결

이란 핵협상 일지

2002년 여름, 과거 반(反) 샤(Shah)정권 단체이자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이라크로 축출된 ‘무자헤디네 할크(Mujahedin-e Khaq)’라는 단체가 이란 핵 시설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이란은 1970년에 ‘핵무기 비확산 조약(NPT, 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에 가입하였으며, 핵의 평화적 이용권리는 인정받고 있으나, 모든 핵개발에 대해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신고할 의무가 있다. 자연에 존재하는 우라늄을 어느 정도 까지 농축하면 발전소의 연료 등으로 평화적 이용이 가능해 진다. 그러나 농축을 계속하여 농도를 높여 80%이상이 되면 이는 핵폭탄의 재료가 된다. 평화적 이용을 위해 기술을 개발했더라도 한 번 기술을 획득하게 되면 언제라도 기술의 군사적 전용이 가능해지기에 이란의 핵개발은 주변국의 우려를 증폭시켰다.

그러나 2013년 이란 대선에서 중도파 로하니(Hassan Rouhani)가 승리하면서 이란 핵협상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오바마 미 대통령의 핵협상 타결에 대한 의지, 영국, 프랑스와 독일 EU 3국의 평화적 원칙 및 협상 고수 전략으로 2013년 11월 제네바 공동행동계획 합의를 시작으로 2014년 2월 본격적 협상을 시작, 2015년 7월 14일에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되었다. 협상에는 중국, 러시아도 참여했으며 이란에 가해진 경제제재 및 외교-군사적 압박이 이란으로 하여금 협상 테이블로 이끌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특히 EU 3국이 우라늄 농축권과 관련 어느정도 타협 의지를 보여 양 측이 합의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협상 주요 내용으로는 최대 쟁점이었던 이란의 군사 시설을 비롯한 핵무기 개발이 의심되는 시설에 IAEA의 사찰을 허용하고 IAEA 감시 하에 신형원심분리기 연구-개발을 나탄즈 시설에 제한하여 허용하는 방안으로 타결하였다. 농축 우라늄농도는 3.67% 이하 및 규모는 300kg 이하로 제한된다. 특히 무기 금수 조치와 탄도미사일 제재는 각각 5년, 8년 간 유지하기로 합의하였다. 반대급부로 대(對)이란 경제, 금융 제재는 IAEA 사찰이 끝나는 2016년 초 이란이 협약내용을 성실히 이행하여 부분 해제되었다.

트럼프, “Anything but Obama!”

출처 : Kaveh and UN maps, 위키피디아

미국에 있어 이란은 두 가지 지정학적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카스피해와 인도양 사이에 위치한 이란은 중앙아시아와 아시아를 잇는 중간 매개로서 냉전 동안 러시아 남하를 막기 위한 미국의 전략적 동맹국 이였다. 또한 전략적으로 중요한 전세계 원유 물동량의 절반 가량이 이동하는 걸프만의 입구인 호르무즈 해협(Hormuz Strait)은 이란의 통제 하에 있다. 현재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내 위치한 섬 3개(아부 무사, 대 툰브, 소 툰브 섬)의 영유권을 두고 아랍에미레이트(UAE)와 영토분쟁을 이어오고 있다. 또한 이란은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 1위, 원유 매장량 4위 국가로 현재 약 8천만의 인구 중 약 3분의 2가 젊은 층 세대로 구성되어 있어 향후 거대 시장이 될 잠재력 또한 갖추고 있다.

냉전의 종식 및 9.11 이후 미국의 중동정책의 핵심은 1) 테러와의 전쟁 및 대량학살무기의 확산 제지, 2) 이스라엘 안전 보장, 3) 석유의 안정적 수급이였다. 1979년 이란-이슬람 혁명 전 팔레비 왕가가 통치하던 이란은 소련의 남하를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우방국 이였으나, 1979년 혁명 이후 미국이 전 팔레비 국왕의 망명을 인가하고 테헤란에서 미대사관 인질 사건이 벌어지자 두 국가의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되었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이란에 개혁 성향의 라프산자니와 하타미가 대통령으로 선출 되면서 두 국가 사이의 화해의 조짐이 싹텄고 이란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협력하였다. 하지만 2002년 전 부시(Bush) 미 대통령이 이란을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비난하자 양국의 관계는 다시 냉각 되었고 이는 2005년 보수 반미 성향의 아흐마디네자드(Ahmadinejad)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오바마 정권 이후 미-이란의 냉각관계는 풀리기 시작했다. 특히 2013년 중도파 로하니가 대선에서 승리하자 오바마의 외교 우선주의 정책과 함께 이란 핵협상은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특히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 등으로 러시아와 대척점을 세운 미국은 반(反)러시아 노선을 구축하기 위해 이란을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빼내어 국제사회에 동조하도록 회유하였다.

트럼프의 이란 핵협상 불인정의 요인은 미 국내 정치와 이란-사우디 견제 구도의 지역적 갈등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대의민주주의제에서 다른 성향의 후보자가 선출될 경우 전 정권의 정책을 부인하고 비평하여 정 반대 노선의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트럼프의 경우 2016년 대선 전부터 오바마 정권의 2015년 이란 핵협상 타결을 최악의 협상으로 평가하며 재협상에 나설것을 주장했다.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 동결을 요구하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서 미국의 전통적인 친-이스라엘 입장에서 다소 중도적인 입장을 취했던 오바마의 중동 정책과 달리 트럼프의 정권의 메티스 국방장관, 틸러슨 국무장관 및 국가안전보장회의(NSC, National Security Council) 실무진들은 이란을 중동 내 최대 위협세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이스라엘과 사우디 아라비아가 반(反)이란 연대에 목소리를 강하게 더하고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이란과 다른 순니파 국가로서 가장 보수적인 와하비즘(Wahhabism)을 국가 기조로 하고 있다. 1979년 이란-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 수출’ 및 자국 내 20%를 차지하는 시아파 국민들의 동요를 견제하며 이란을 적대시 하였고 이란-이라크 전에서 이라크를 적극 지원하는 등 두 국가의 적대 관계는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특히 오바마 정권 2기의 친 이란정책을 통한 이란의 지역 패권국으로서의 성장에 민감히 반응 하였다. 또한 셰일가스 혁명 및 저유가에 따른 경기 침체로 유가가격 통제력을 상실하는 등 어려움을 겪자 이스라엘과 연대하여 반(反)이란 세력을 구축하였다. 2016년 트럼프 당선 이후, 트럼프는 바로 사우디 아라비아를 중동 첫 방문지로 선택하였으며 막대한 무기 거래계약을 체결하였다.

이란, 핵무기보유 보다는 경제!

이란은 지속적으로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대체에너지 개발과 경제 자립을 달성하기 위해 평화적 목적의 원자로 건설을 주장하고 있다. 이란의 원자로 건설은 경제 제재를 받기 이전, 1957년 팔레비 국왕 정권에서 에너지 수급을 위해 추진되었었으나 1979년 혁명 이후 중단, 1984년에 다시 추진되었다. 1992년 러시아원전 도입 계약을 체결, 2013년 부쉐르 원전 1호기가 가동을 시작했다. 원자로 건설 및 기술 거래에서 이란은 러시아와 밀접과 관계를 맺고 있으며, 러시아에게 이란은 중요한 원자로 구매 고객이다. 또한 안보측면에서 보았을 때, 약 8년간 이어진 이라크와의 전쟁, 미국의 2003년 이라크 침공, 쉬아 벨트(Shi’ite Belt-요르단의 압둘라 국왕이 주장한 레바논-시리아-이라크-이란을 잇는 시아파 벨트를 일컬음) 따른 사우디 및 타 아랍국가의 견제 등 안보 위협에 따른 이란의 고립된 상황에서 핵이 갖는 상징성은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란이 북한과 달리 NPT를 탈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평화적 목적에 의한 개발을 주장하며 IAEA 및 국제 사회의 시찰에도 적극 협력하는 모습으로 보았을 때 이란의 궁극적 목적은 핵 무기 실질 보유 보다는 대체 에너지 개발이라는 경제 자립 및 국제 사회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출처 : 월스트리트 저널, 국립외교원 주요국제문제분석, 2016-13 “2016년 이란 양대 선거의 함의 및 향후정세

이란은 1979년 이란-이슬람 혁명 이후 이슬람 법학자가 정치의 중요 사항을 결정하는 ‘빌라예트-에-파끼흐(Velayet-e-Faqif)’라는 독특한 정치체제를 가지고 있다.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해 ‘신’의 뜻을 이은 성직자가 정치에 개입해야 한다는 아야톨라 호메이니(Ayatollah Khomeini)의 사상은 공화주의 체제와 신정체제의 묘한 조합을 낳게 되었다. 우선 행정, 사법, 언론, 군대를 통솔하는 최고지도자는 이슬람 성직자 출신의 종신직이며 현재는 1989년에 사망한 호메이니를 뒤이어 아야톨라 하메네이(Ayatollah Khamenei)가 집권하고 있다.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과 입법부인 의회(Majlis) 의원은 국민의 직접투표로 선출되나 대통령 및 의원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최고지도자와 사법부 수장이 임명한 ‘헌법수호위원회(The Guardian Council)’의 후보자 천거를 받아야 가능하다. 그러나 최고지도자 또한 국민의 직접투표에 의해 선발되는 ‘전문가 위원회(The Assembly of Experts)’에 의해 선임되거나 해임될 수 있어 시스템 상으로는 공화제와 신정정치가 균형과 견제를 이루고 있다.

오랜 경제제재로 피폐해진 이란의 중산층은 ‘변화’를 요구하기 시작 했다. 이란 민중의 열망은 무사비(Mir Hossein Musiavi)를 위시한 2009년 ‘녹색혁명(The Green Revolution)’으로 시작하여 2013년 6월 중도 성향의 로하니가 대선에 승리함으로써 결실을 맺게 되었다. 이란에서 정치정당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어 정치 성향으로 큰 틀에서 세가지로 정파가 나뉘게 된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로 대표되는 보수파, 전 대통령인 라프산자니로 대표되는 개혁파,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중도파의 수장이 현 이란 대통령인 로하니다. 이 세 정파는 대외정책에 관련하여 커다란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현 체제 유지’라는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과거 핵협상에 반대 의지를 보였던 하메네이도 핵무기 불필요를 선언하는 등 이번 핵 협상 타결을 위해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로하니의 중도파 정권, 하메네이의 협력, 그리고 경제 제재 해제에 대한 이란 국민의 열망과 의지와 달리 미국 측의 일방적 협상 파기 혹은 재협상 요구는 이란 보수층을 결집하여 이제 막 싹을 틔운 이란의 평화 의지를 꺾을 수 있어 앞으로의 트럼프 행보의 귀추가 주목된다.

Ahrum YOO is Arab in Seoul’s editor-in-chief. She has a MA in Politics and took a PhD course with reference to Middle East Politics from the 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in London. She is specialised in Syrian, Iraqi and Lebanese affairs. Her academic interests are sectarianism, the role of political ideology and identity in contentious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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