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판 ‘왕자의 난’, 부자 승계로의 여정

사자상과 왕관 로고가 풍기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대표되는 리츠칼튼 호텔 체인은 세계 어디서나 특급 호텔로 통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 있는 리츠칼튼 호텔 역시 예외는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 사우디 방문 당시 리츠칼튼 호텔에 여장을 풀었으며, 10 말에는사막의 다보스 포럼미래 투자 이니셔티브세계와 협력 사우디 정부 주재로 호텔에서 개최된 있다. 따라서 리야드 리츠칼튼은 사우디아라비아 왕족 유력인사, 국외 귀빈의 대표 회합 장소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그런데 4일부터 일부 사우디 고위층만 리츠칼튼에서 머무를 일반인의 출입은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 무함마드 살만 왕세자(Prince Mohammed bin Salman, 이하 무함마드 왕세자) 주도하는 반부패위원회가 활동을 개시한 이래로 5 호텔이 사우디 고위층을 위한 감옥으로 바뀐 탓이다. ·현직 장관은 물론 왕족까지 부패혐의로 체포된 고위 관계자는 호텔에 구금되어 있다. 부패 혐의 조사 역시 호텔 안에서 진행되는 관계로 리야드 리츠칼튼은 오는 1일까지 일반 예약을 받지 않는다.

사우디판왕자의 ’, 형제 승계에서 부자 승계로 가기 위한 반석

유례없이 신속하게 이뤄진 이번숙청작업은 사우디 국내외에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반부패위원회가 조사 체포는 물론 자산동결권까지 갖게 되며, 위원장은 무함마드 왕세자로 한다는 발표가 왕실령으로 발표된 시간 만에 왕자 11, ·현직 장관 14명이 체포되었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이번 작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이유는 본인의 왕위 계승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무함마드의 왕세자위 승계는 사우디 왕국의 건설자인 압둘아지즈 이븐 사우드 초대 국왕(King Abdulaziz ibn Saud, 이하 압둘아지즈 국왕) 유고에 어긋난 것이기 때문이다. 압둘아지즈 국왕은 본인의 아들이 모두 왕이 되어 국가를 통치했으면 한다는 유고를 남겼고, 그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는 형제 승계라는 독특한 왕위 계승 체계를 구축했다. 그에 따라 2 국왕부터 7 국왕인 살만 압둘아지즈(King Salman bin Abdulaziz, 이하 살만 국왕)까지 모두 선대 국왕의 아들이었고, 왕세자가 아닌 왕세제가 지명되어 왕위 계승권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살만 국왕은 번의 왕세자 폐위를 거쳐 결국 6, 장남 무함마드의 왕세자 임명을 완료했다. 아직 선대 국왕의 다른 아들들이 살아있는 상황에서 차기 왕위 계승권이 손자 세대로 넘어간 것이기에 정통성이 결여되어 있으며, 왕실 안팎으로 흘러나오는 볼멘소리를 해결하기 위해 반부패위원회를 발족시켰다는 것이다.

Deputy Crown Prince of Saudi Arabia Mohammad bin Salman Al Saud, ⓒ President of Russia

그런 와중에 만수르 무크린 왕자(Prince Mansour bin Muqrin, 이하 만수르 왕자)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본인의 지역구인 아시르 항공 시찰 도중 없는 사고로 헬기가 추락한 것인데, 예멘과 인접한 아시르 주의 위치, 왕실이 뒤숭숭한 현재 시국 등을 감안할 예멘으로 도주하려다 사고를 당한 것이라는 추측도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만수르 왕자의 아버지가 살만 국왕의 이복 동생으로 폐위된 왕세제인 무크린 압둘아지즈 왕자(Prince Muqrin bin Abdulaziz, 이하 무크린 왕자)이다. 사우디 왕실에서 기존의 형제 계승이 유지되었다면 살만 사후의 왕위는 무크린 왕자가 계승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직접적으로 체포 과정에서 사망한 왕자도 있다. 바로 5 파하드 국왕(King Fahd bin Abdulaziz) 아들 압둘아지즈 파하드 왕자(Prince Abdulaziz bin Fahd). 체포 작전에 저항해 총격전을 벌인 끝에 사망했다.

한편 살만 국왕의 사촌이자 무함마드 왕세자의 당숙인 왈리드 탈랄 왕자(Prince Al-Walid bin Talal, 이하 왈리드 왕자) 체포는 사우디 국외적으로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왕실의 대표적인 개혁파 인사로서 무함마드 왕세자의 개혁적인 성향을 지지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중동이 워렌 버핏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그는 성공한 사업가로서 이전부터 꾸준히 사우디 여권 신장, 대외 개방 등을 주장해왔기에 왕위 계승 경쟁에서는 사실상 탈락했지만 대외적으로 인지도가 매우 높았다. 그가 구축한 개혁파의 이미지가 젊고 진보적인 지도자의 이미지를 독점하려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입장에서는 꽤나 번거로운 것이었을 공산이 크다.

왕족 외에도 체포된 인물들의 면면은 대물급이다. 2015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왕실법원장 보직을 이임한 칼리드 투와이즈리(Khaled al-Tuwaijri) 원장 역시 체포되었는데, 투와이즈리(al-Tuwaijri) 가문은 사우디 유력가문 하나이다. 세계 최대 국영석유업체 아람코 이사인 이브라힘 아사프(Ibrahim al-Assaf) 재무장관, 아델 파키흐(Adel Fakeih) 경제계획장관 등도 구금 명단에 올라있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부왕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사정없이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우디 왕실의 광폭 행보, 칼날의 끝은 어디로?

살만 국왕 무함마드 왕세자의 이같은 움직임이 비단 사우디 국내 경쟁자 제거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징후가 있다. 종파적으로 중동의 맹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란을 향해서도 더욱 경쟁의 포문을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부패위원회가 활동을 개시한 당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사드 하리리 총리(Saad Hariri, 이하 하리리 총리) 별안간 총리직 사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본인의 선친인 라피크 하리리(Rafiq Hariri) 총리 암살 당시 상황과 비슷하게 이란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본인의 목숨을 노리기 때문이라는 이유인데, 본국도 아닌 사우디에서 퇴임 발표를 것은 사우디 왕실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라고밖에는 해석할 여지가 없다.

레바논 수니파를 대표하는 정치 가문인 하리리 가문은 오일붐 당시 사우디 건설업계를 기반으로 부를 축적하여 레바논 정계에서 입지를 다졌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사우디적인 성향을 보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레바논의 정치 환경상 수니파 무슬림 정치인의 친사우디적 성향은 당연한 것이다. 레바논은 오랜 내전을 거친 후 1990년 헌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의 권한이 내각으로 대폭 이양되는 경향을 보였으나, 1989년 타이프 협약에서 합의된 종파별 안배 폐지는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마론파 기독교도가 대통령을, 수니파 무슬림이 총리를, 시아파 무슬림이 의회의장을 맡는 종파 권력 분점 구조가 공고화된 레바논에서는 종파가 배후 지원 세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레바논 내에서 시아파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하리리 총리가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우디 왕실 내부에서 하리리 총리 책임론이 불거졌다는 관측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우디를 방문한 자리에서종파 갈등 빌미로 총리직에서 퇴임할 것을 강권했다는 것인데, 시점에서 구태여 종파 갈등을 유발할 있는 빌미를 던졌다는 점에서 하리리 총리의 이번 발표가 여러모로 의구심을 들게 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리리 총리는 사임 발표 이후인 6일, 살만 국왕과 회동을 가졌다, Saad Hariri ⓒ President of Russia

또한 사우디 군대는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이 리야드 소재 칼리드 국제공항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예멘 영공과 영해를 봉쇄하고 지도자인 압둘말리크 후티(Abdul-Malik al-Houthi) 역대 최고액인 3,000 달러(우리돈 335 ) 현상금을 내걸며 예멘의 수니파 구 정부를 물밑 지원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에는 테러리즘 극단주의자에 대한 지원을 명분으로 내세워 카타르와의 단교 조치를 주도하고 카타르 외교 위기를 일으킨 있는데, 이것 역시 사우디의 의중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이란과의 관계 유지를 도모하는 카타르에 대한 본보기식 대응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역내에서 이란의 영향력 확대에 협조하는 세력은 누구든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이와 더불어 사우디의 종교 권력에도 칼날을 겨눌 공산이 크다. 이미 지난 9 사우디 사법 당국은 고위 성직자 일부를 체포한 있으며, 무함마드 왕세자는 여성 운전자 허용, 여성 경기장 입장 허용, 관광비자 신설 등을 잇따라 발표하며 사우디가 온건 이슬람 국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메세지를 끊임없이 내비치고 있다. 반부패위원회의 활동과 관련하여 사우디의 고위 성직자인 울라마로 구성된 최고종교위원회(Council of Senior Scholars)부패와의 전쟁이 이슬람의 의무라며 동의했지만, 향후 왕실의 행보에 따라 입장이 달라질 수도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제2의 태종, 또는 또 다른 제임스 2세

반부패위원회를 위시한 사우디 왕실 내부의 권력 정리 측면에서 살만 국왕과 무함마드 왕세자의 활동은 역사 속 인물들의 활동과 매우 유사한 측면이 있다. 반부패위원회가 겨냥하는 인사는 파벌과 무관한 것으로 비춰진다. 전임 국왕인 압둘라 국왕(King Abdullah bin Abdulaziz) 파벌에 속하는 인물은 물론 현 살만 국왕이 속한 수다이리 파벌의 왕자들도 사정의 대상이 되었다. 반부패위원회를 통해 경쟁 파벌의 인사들을 효과적으로 제압하고 수다이리 파벌 내의 권력 서열 재조정도 이뤄진다면 살만 국왕은 제2의 태종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반부패위원회가 겨냥하는 대상이 워낙 광범위하고 전방위적이기 때문에 현 국왕의 의중대로 흐르지 않는다면, 제임스 3세를 후계로 지명도 못하고 쫓겨난 스튜어트 왕조 제임스 2세의 전철을 밟게 될 수도 있다. 반부패위원회의 활동 종료일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으나, 리야드 리츠칼튼의 일반 예약 재개일이 오는 12월 1일임을 감안한다면 11월 중에 1차적인 활동이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살만 국왕과 무함마드 왕세자는 본인들이 원하는 결과를 산출할 수 있을까? 

Won-gu Kang is Arab in Seoul’s editor. He is in a master and PhD integrated course in the Middle Eastern Departement, Graduate School of Int’l and Area Studies, Hankuk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 He wants to be a scholar who specialized in Maghrebi politics especially Moroccan modern period and its Makhzen 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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