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선언, 미국의 고립과 중·러의 부상

미국의 진공을 메우는 중국과 러시아, 트럼프의 예루살렘 선언은 중동 지역에서의 새로운 역학 관계 형성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했다소위 6 전쟁이라 일컫는 1967 3 중동전쟁에서 요르단의 관할 구역이었던 동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이 점령한 이래, ‘하나의 예루살렘(United Jerusalem)’ 외치는 이스라엘과 동예루살렘 사수를 원하는 팔레스타인 사이에서 누구도 섣불리 건드리지 않았던 문제를 트럼프가 구태여 끄집어낸 것이다. 물론 이번 선언에서 이스라엘 수도로서의 예루살렘이 서예루살렘으로만 한정되는 제한적인 의미인지, 동예루살렘까지 포괄하는 확대적인 의미인지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가 해법 기초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평화 협상이 여전히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의 이번 선언은 비단 이슬람권의 분노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비난을 사고 있다.

예루살렘 선언의 배경을 잠시 뒤로 하고 선언의 내용에만 집중해보면 트럼프의 말이 언어도단인 것만은 아니다.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에 있어 천명한 원칙은 국가 해법 입각한 평화적인 해결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전쟁으로 얻은 영토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국제법도, 점령지 철수를 권고하는 UN 안보리 결의안도 무시하며 예루살렘을 실효 지배하고 있고, 그에 따라 해당 원칙은 공허한 외침에 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각국은 아랍권 이슬람권과의 외교적 관계를 고려해 예루살렘이 아닌 텔아비브에 외교 공관을 마련해 두고 양국 관계를 맺고있지만, 이스라엘 외교부는 물론 의회와 대통령궁  이스라엘 국가 행정의 핵심 기관은 예루살렘에 둥지를 오래다. 관례적으로 대사관은 해당국의 수도에 주재한다는 사실을 비춰볼 , 역대 행정부에서 법안의 시행을 계속 미뤄오기는 하였으나, 1995 미국 의회에서예루살렘 대사관 (Jerusalem Embassy Act)’ 통과되었을 당시 이미 미국은 이스라엘의 주장에 암묵적인 동의를 한 것으로 간주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이번 선언이 발표된 직후 중동학계 국제정치학계의 다수 전문가들이 내놓은 트럼프의 의중은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이 정리해 있다: (1) 미국 정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대인 복음주의 기독교인을 공략하려는 의도, (2) 정권의 아킬레스건인 러시아 스캔들을 희석하려는 의도, 그리고 (3) 팔레스타인에 불리하게 작성된 국가 해법 협상안을 팔레스타인 측이 어쩔 없이 받아들이게 하려는 의도. 외에도 여러가지 배경이 있을 있겠으나, 가지 확실한 점은 이번예루살렘 선언 국제정치의 맥락에서 발표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외교의 기본은 적대세력의 수를 줄이고 동맹 관계를 확고히 건설하는 것인데, 선언은 완전히 반대의 경우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트럼프 정권은 1,400 유대인을 끌어안는 대신 18 무슬림과 척을 지게 수도 있다. 국내정치 요인 탓에 추동된 선언이 자칫 미국의 외교적 고립을 낳을 수도 있다는 추론이 가능한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중동 정책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을 수습하면서 역내 반미감정을 해소하는  방점이 찍혀 있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해인 2009 카이로 대학교에서새로운 시작이라는 제목의 연설을 통해 이슬람과의 공존을 설파하며 미국 정부가 나아갈 대중동 정책의 틀을 확고히 다졌고, 집권 2 말인 2015년에 UN 안보리 상임이사국 독일(P5+1) 공조하여 이란 핵협상 타결이라는 성과를 꽃피웠다. 그러나 트럼프는 집권 해에 예루살렘 선언을 해버렸고, 공존이라는 전임 행정부의 결실이 무르익기도 전에 엎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 나아가 1956 수에즈 전쟁(2 중동전쟁) 이후 영국과 프랑스를 제치고 우위를 차지했던 미국의 역내 영향력이 크게 후퇴할 수도 있을 가능성이 생겼다.

미국의 진공을 메우는 중국과 러시아

출처 : Kremlin

2014, G2 꿈꾸는 중국은 새로운 실크로드를 건설하는 일대일로 계획을 발표하며 중동 진출을 공식화했다.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출구 전략으로 미국이 중동에서 발을 빼는 시점에서 중국이 진공을 메우겠다는 심산이다. 중국은 아랍 연맹 회원국이자 홍해의 진출입로에 위치한 지부티 항구 개발에 2015년부터 투자하고 있고,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구 역시 같은 해부터 투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불안정한 시리아 재건 사업에 발빠르게 참여할 준비를 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역내 영향력 확대를 위한 채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처럼 보인다. 냉전 당시 소련은 다른 지역에서와 마찬가지로 중동 지역에서도 미국의 강력한 경쟁자로서 그 영향력을 과시했었다. 이집트의 나세르는 소련과 미국 사이를 부단히 줄타며 이익을 챙겼고, 시리아와 이라크, 예멘의 사회주의 정권은 소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소련 붕괴 직후 러시아는 대외 영향력 확대보다는 내부 정비에 여념이 없었지만, 자신감을 회복한 2010년대 러시아의 횡보는 거침이 없다. 2015 9 러시아는 미국이 주도하는 IS 격퇴 동맹인연합 합동 특수임무부대(CJTF-OIR)’ 대응하는 성격의 동맹인러시아시리아이란이라크 동맹(RSII 동맹)’ 결성했다. 그런가 하면 서방이 거의 개입하지 않고 있는 리비아에서도 칼리파 하프타르 반군 사령관을 지원하며 리비아의 여론을 주도할 준비를 하는 중이다.

특히 시리아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은 IS의 공세  걸프 부국과 서구의 지원을 등에 업은 반군의 진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고하다. 반군 세력이 사분오열된 탓도 있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안보리에서 아사드를 뒷받침해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향후 시리아에서는 재건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 업체들이 역할을 공산이 높다. 중동의 비즈니스는 무엇보다도 신뢰와 의리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가족 비즈니스가 유달리 많고, 처음 신뢰 관계를 구축하기가 힘들지 한번 쌓고 나면 웬만해서는 그 관계가 엎어지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다. 단적인 예로는 대림산업을 있다.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모든 기업체들이 이란에서 빠져나오는 와중에도 대림산업은 끝까지 사업장을 유지했다. 결과 대림산업은 전후 각종 건설 사업에서 손쉽게 수주를 하여 이란 건설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유지할 있었다. 마찬가지로 6 동안 거의 모든 것이 파괴되다시피한 시리아의 인프라를 재건하는 연일 아사드를 비방했던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이 참여할 있는 여지는 없다고 봐야 한다. 곁다리로 아사드의 장남인 하페즈는 러시아어를, 차남인 카림은 중국어를 학습하는 중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예루살렘 선언 이후에도 정작 직접적인 당사자인 주변국들은 소리를 못내고 있는 형국이다.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는 해외원조로 겨우 행정이 유지되고 있는데, 2015 동안 받은 원조액(24 달러) 15%(4 달러) 미국이 지원해주었다. 따라서 미국의 일방적인 선언에도 목소리를 없다. 3 중동전쟁 이전까지 동예루살렘을 실효지배했던 요르단 역시 팔레스타인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미국과 걸프 국가의 원조가 없으면 국가 운영에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메카와 메디나의 수호자로서 아랍 세계의 형님을 자처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미국의 결정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발하지 못하고 있다. 사우디의 안보는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무함마드 왕세자로의 권력 승계 역시 미국의 도움이 없다면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 이스라엘과 가까워지려는 행보도 보이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예루살렘 선언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곳이 시아파의 거두 이란과 새로운 술탄을 꿈꾸는 에르도안의 터키 곳이다.

새로운 역학 관계 형성의 시발점이 수도

앞서 언급했듯 이란은 러시아와 상당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터키 역시 푸틴 정권이 공을 들이는 중이다. 러시아는 시리아 관련 회담에서 터키를 전략적 파트너로서 적극적으로 끌어 안았으며, 쿠르드 문제 역시 자극을 피하기 위해 구태여 언급하지 않고 있다. 반면 미국은 그들이 주도하는 연합군에 시리아 쿠르드 세력의 협조를 얻으며 터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한 이란과 터키가 이슬람권의 자존심과도 직결된 예루살렘 문제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흐름을 주도하는 반면, 요르단, 사우디, 팔레스타인 미국의 지원을 받는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상황을 주시하는 중이.

1956년 발발한 2 중동전쟁은 중동 역내 패권이 영국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당시 나세르 대통령의 수에즈 운하 국유화 선언을 놓고 영국과 프랑스는 이스라엘과 손을 잡고 기존의 수에즈 운하 소유권을 놓지 않으려 했고, 미국은 이에 반대해 이집트의 편에서 종전 압박을 가했다. 결과 중동 자유세계의 패권은 완전히 미국으로 넘어가게 된 것이. 그로부터 60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예루살렘 선언을 통해 이슬람권을 자극했다. 미국에 우호적인 국가들이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할지 관망하는 사이 러시아와 중국에 우호적인 국가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예루살렘 선언이 중동 역내 패권 전환이 이뤄지는 다른 기념비적인 사건이 수도 있는 이유다.

Won-gu Kang is Arab in Seoul’s editor. He is in a master and PhD integrated course in the Middle Eastern Departement, Graduate School of Int’l and Area Studies, Hankuk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 He wants to be a scholar who specialized in Maghrebi politics especially Moroccan modern period and its Makhzen 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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