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장품, 아랍 여성들에게 통(通)했다.

한류를 타고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한국 화장품, 옷차림보다 화장에 공들이는 아랍 여성들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2004년 8월 이집트의 카이로, 평소 북적이던 퇴근 길은 이집트 국영 TV가 방영하는 한국 드라마 <가을동화>를 보기 위해 일찍 퇴근한 이집트인들로 인해 한산했다. 드라마로 시작된 중동 지역의 한류 열풍은 <대장금>, <주몽> 등을 이어 K-pop까지 급성장하였는데 특히 이란의 경우 <주몽>은 약 90%이상의 시청률을 보일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 인기는  주연 배우였던 송일국을 모델로 내세운 LG의 가전 제품의 판매량 급증으로 이어졌다. 최근 아랍에미리트 등에서 <대장금> 등 한국 드라마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이제 한류는 한국 화장품과 한국 여배우들의 화장법을 따라하려는 아랍 여성들의 얼굴 위에 상륙하게 되었다.
한국 화장품의 아랍에미리트 수출 규모도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 화장품의 중동 진출 1호는 LG 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으로 2006년 요르단, 2007년 아랍에미레이트에 1호점을 개장하였다. 이후 꾸준히 성장하여 2017년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등을 포함한 6개국 약 65개의 <더페이스샵>매장을 운영 중이며 지난해 기준 중동시장 매출은 약 70억원에 달한다. 경쟁사인 아모레퍼시픽은 내년 2월 경 두바이에 중동 1호 오프라인 매장 <에뛰드하우스>를 시작으로 중동 지역에 데뷔할 계획이다. 중동 현지 여성들 사이에서 한국 화장품은 성분이 순하고 피부에 좋다는 평가를 많이 받고 있다. 아랍에서 활동하는 인기 뷰티 유튜버들은 한국 여배우 화장법을 시연해 올리고 있으며, 작년에는 사전 예약까지 받아 열린 한국 화장법 시연회에 100여 명의 아랍 여성들이 모이기도 했다.

   두바이에서 운영중인 <더페이스샵>, 출처: homestaykorea

아랍 여성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색조화장품이다. 화장할 때 제일 공들이는 부분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아랍 여성의 경우 눈화장에 신경을 많이 쓴다. 아이라이너, 마스카라, 아이섀도우 등 색조화장 중에서도 눈과 관련된 화장품의 가짓수가 많다. 예뻐 보이고 싶고 멋져 보이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각 나라마다 화장법과 화장하는 스타일이 다르지만 자신의 외모를 깨끗하고 흉하지 않게 가꾸려는 노력은 고대부터 있어 왔다. 2017년, 연말을 맞아 연말 모임 화장 및 크리스마스 파티 화장은 화려하면 화려할 수록 좋을 수 있겠지만 2-3년 전부터 자연스러운 화장이 대세로 모아지고 있다. 이러한 화장법이 중동 지역에도 통했다.

옷차림보다 화장에, 화장 중에서도 눈화장에 공들이는 아랍 여성들

무슬림이 국민의 대다수를 이루는 국가 특성상 옷차림에 제약을 받는 여성들은 얼굴 화장에 더 공을 들이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진하고 두꺼운 색조 화장 선호로 이어졌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데오드란트, 향수, 치약 등의 화장품이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 특히 고대 이집트에서는 화장 중에서도 눈에 초점을 두었는데 값비싼 청록빛 공작석을 가루내어 눈두덩이에 바르고 검은 숯같이 생긴 콜(Kohl)으로 아이라인을 그렸다. 곱게 딴 가발 위에는 고체형 향료를 얹어 더위에 자연스레 향이 놀아들게 했다. 현재의 이집트 여성들 또한 눈화장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한다. 한국에 사는 이집트 여성 ‘리함’은 “눈이 얼굴 중에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고대 이집트에서도 여자 눈에 관해 찬양한 시가 많다.”고 설명했다.

   

1. 고대이집트 벽화 속 화장한 여인들 2. 영화 <클레오파트라>에서 이집트 고대 화장을 재현한 엘리자베스 테일러, 출처: beauty history

아랍 지역은 색조 화장이 발달했지만 지역 자체 생산 화장품은 많지 않아 대부분 독일이나 프랑스 화장을 많이 써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국 화장품도 가성비 대비 품질이 좋아 즐겨 찾는 편이라고 한다. 특히 서울을 찾는 관광객들 사이에서 한국 화장품은 ‘K-Beauty’의 위용을 높이며 한국 방문시 사야 하는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정도다. 금년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로 유커(遊客 중국 관광객) 수가 점차 줄어들자 무슬림 관광객과 할랄(Halal)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과거 명동 거리를 가득 채웠던 중국 관광객 대신 현재 2017년 명동 거리에서는 히잡을 쓴 중동 여성 관광객들이 쇼핑가방 가득 한국화장품을 채우고 있다. 실제 올 해 한국을 찾은 무슬림 관광객은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할 것이 예측되는 만큼 ‘제2의 유커’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한국 화장품의 아랍에미리트를 포함한 중동국가로의 수출 규모는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하지만 무슬림이 먹고 바르는 화장품의 경우 식품과 마찬가지로 할랄(Hala) 등의 인증 절차를 받아야 하며, 낯선 사람과 대면접촉을 꺼리는 이슬람 문화권의 특성 때문에 시장 진입 장벽이 타 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다. 할랄(Halal)은 ‘신이 허락한 것’이라는 뜻의 아랍어로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을 통칭하는데 아직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할랄(Halal) 인증기관 및 절차가 부재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랍에미레이트의 경우 자체적 할랄 인증 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순한 성분의 화장품과 자연스러운 화장법 인기

한 듯 안 한 듯 자연스러운 화장. 이게 바로 잘 한 화장이고, 모든 여자들이 꿈꾸는 화장이리라. 보통 사회에서 화장을 진하게 한 여자들을 예쁘다기 보다 과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화장을 아예 하지 않고 당당할 수 있는 여자는 몇이나 될까. 자연스러워 보이는 화장은 절묘한 솜씨와 기술을 필요로 한다. <반대가 끌리는 이유>라는 노래 제목이 있듯이 한국인 입장에서 이목구비가 뚜렷한 아랍인들의 화려한 화장법에도 관심이 가는 게 사실이다. 특히 눈화장은 아랍계 여성들의 눈을 더욱 더 고혹적이고 아름답게 돋보이게 한다. 홑꺼풀이 많은 한국인 특성상 눈을 크게 표현하는 아랍 화장법에서 힌트를 얻기도 한다. 

올 해 8월에 개봉한 영화 <더 테이블>은 여자 주인공 4명의 이야기를 하루동안 하나의 카페의 하나의 테이블에서 보여주는 영화다. 배우 정유미는 극 중에서 스타 배우 유진으로 등장하는데 카페의 테이블에서 전 남자친구와 재회하게 된다. 전 남자친구는 연예인이 되어 유명해진 유진을 보며 “화장을 거의 안 하고 다니네.”라고 말했고 정유미는 “너 아직 잘 모르는구나. 한 듯 안 한 듯 한 화장이 있어.”라고 말한다. 최대한 자연스럽고 수수하게 표현하는 화장의 기술이 그 어떤 화장 기술보다 어렵다는 걸 화장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아랍 여성이나 한국 여성 다 눈을 예쁘게 보이고 싶어 하고 동시에 자연스러운 화장을 선호하는 게 트렌드라면 한국 화장품과 한국 화장법은 아랍 여성들에게 지속적으로 통(通)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눈에 초점을 두었다.이 눈은 녹색 또는 검은 색 눈 물감으로 그 크기와 모양을 강조했다. 녹색 말라 카이트의 지상 안료는 물과 혼합되어 페이스트 형태로 만들어졌으며, 옛 이집트 왕국(c. 2613-2181 BCE)의 한가운데까지 사용 되었지만 시나이 산악 지역에서 온 미네랄 방염재에서 생산된 검은 색 콜(kohl)로 대체되었습니다. 콜은 햇빛, 먼지 또는 파리로 인한 감염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등의 치료적 가치를 지녔다.”

 이집트 학자 ‘Helen Strudwick’의 글이다. 미의 기준은 시대마다 달라진다. 그러나 역사가 쌓아 온 고유의 문화가 특정 시대의 미적 기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화장품이 어떤 목적과 용도로 사용돼 왔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화장품은 립스틱, 아이라이너, 로션과 같은 제품들만 의미하지 않으며, 자기 만족을 위해 단순히 외모를 꾸미는 것 뿐만 아니라 오일, 연고, 향수, 햇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제품 등 건강을 목적으로도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고대 이집트 벽화의 사후 세계의 영혼과 신들은 눈화장을 한 상태로 묘사 됐으며 화장품은 무덤에 무덤용품으로 배치 되는 가장 흔한 품목 가운데 하나였다. 고대 이집트, 수메르 문명 등이 번창했던 고대 근동지역은 지금의 중동 지역으로 세계 문명의 고향이라고 불린다. 문명이 시작될 때부터 화장품은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모지상주의’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건강한 사람이 진정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이며 고대 이집트의 눈화장의 목적이 ‘꾸밈’과 동시에 ‘치료 및 예방’에 있었다는 것을 상기하면서 화장품의 주요한 목적도 건강보다 우선하지 않는다는 지혜를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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