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GCC 국가들의 경제 정책 키워드는 ‘DNA’

 

2015년 2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국제 유가는 3년 만에 60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재정 수입 대부분을 석유에 의존하고 있는 GCC 산유국에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리고 유가 상승은 그동안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던 GCC 국가들에는 새로운 성장을 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GCC 주요 국가들은 2017년 말 기존의 ‘긴축’에서 확대 재정 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한 2018년도 예산안을 공개하였다. 또한 경제 개혁을 위해 2014년 이후 발표한 각종 보조금 축소, 민간 부문 육성, 자국민 고용 확대 등의 정책을 더욱 강화하고자 한다. 이번 글에서는 경제체질을 바꾸기 위한 GCC 국가들의 움직임을 대변할 수 있는 정책 키워드를 산업다각화(Diversification), 자국민화(Nationalization), 부분적 긴축(Austerity)으로 보고 이를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산업다각화(Diversification)

사실 GCC 국가들의 산업다각화는 최근에 제기된 이슈는 아니다. GCC 국가들은 1980년대 이후 저유가로 정부 재정 적자가 장기화되고 국내 경제는 국제 유가 변동에 의한 대외 충격에 높은 취약성을 보였다. GCC 국가들은 석유 의존적 경제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중장기 개발계획에 매번 민간 부문 육성, 산업다각화 등을 핵심 정책 과제로 추진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다시 유가가 상승하면서 절박함은 줄어들고 산업다각화를 위한 의지도 이전 같지 않게 되어다. 하지만 2014년 하반기 이후 유가가 하락한 뒤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를 중심으로 한 산유국들은 새로운 경제 비전을 제시하고 민간 부분 및 비석유 부분의 실질적인 육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 수단을 마련하고자 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2016년 장기 개발 계획인 ‘사우디 비전 2030’을 발표하여 개혁의 추동력을 마련하였다. 이후 사우디 아람코, 사우디 전력공사 등의 국영기업을 민영화하고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창업에 대한 다양한 금융지원 및 혜택을 부여하여 일자리 창출에도 힘쓰고자 했다. 그리고 2018년에는 정부의 재정을 투입하여 산업다각화에 대한 지원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GCC 정부들의 투자는 단기적으로는 서비스 부문에, 장기적으로는 첨단 기술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이 발달하면 취업 및 자국의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만 제조업 기반이 빈약한 GCC 국가들이 단기간 내에 이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자국인 고용도 확대할 수 있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한 민간 서비스 부문 육성 관련 지원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한편 장기적인 관점에서 첨단 기술 및 4차 산업 관련 투자도 더욱 활발히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2017년 일본의 소프트 뱅크에서 설립한 약 1,000억 달러 규모의 비전 펀드에 450억 달러를 출자하였으며, UAE 또한 1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였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펀드 참여를 통해 첨단 기술을 갖춘 기업에 대한 투자 경험을 늘리고 자국 내에도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한다.

자국민화(Nationalization)

GCC 국가들은 이전부터 높은 임금 수준 대비 근무 강도가 강하지 않은 공공 부문에 자국민 고용을 확대해왔다. 하지만 급격한 인구증가와 함께 비대해진 공공 부문을 더욱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이에 대한 재정 지출 확대 또한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민간 부문에 자국민 고용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 민간 부문에서의 자국민 고용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2014년부터 ‘니타카트’라는 자국민 의무고용제도를 도입하였으며, 이를 점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외국인 고용에 대한 인센티브를 줄이기 위해 2018년 1월부터 민간 기업의 외국인 고용 시 수수료를 인상하고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사우디에 온 부양가족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늘려나갈 예정이다. UAE도 기존에는 금융 및 에너지 부분에서만 자국민 고용을 강조하였으나 사우디아라비아와 유사한 제도를 2017년 12월부터 도입하여 분야별로 외국인 노동자 고용에 따른 수수료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오만도 2017년부터 자국민 의무고용정책을 강화하고자 분야별 의무 고용 비율(관광 90%, 은행 90%, 석유 및 가스 90%, 보험 45% 등)을 설정하고 2018년 1월에는 IT, 보험, 회계, 마케팅 분야 등의 고용과 관련된 외국인의 거주 비자를 일시적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쿠웨이트 또한 외국인 노동자 규모를 지속적으로 줄여나가기 위해 비자 연장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부분적 긴축(Austerity)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GCC 국가들은 최근 유가 상승세에 힘입어 기존의 긴축 정책에서 선회하여 증액된 2018년 정부 예산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인적자원 개발, 인프라 프로젝트, 신성장 동력 관련 사업에 대한 예산은 늘리되 그동안 재정 부담으로 작용해온 각종 에너지 보조금과 관련된 예산 지출을 줄여나가겠다는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중동 대부분의 국가는 석유, 전기, 수도 요금 등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저소득층에 실질적인 도움은 크지 않으면서 정부 재정에는 부담을 주는 정책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GCC 국가들은 2015년부터 에너지 보조금을 축소, 다시 말해 각종 요금을 인상하고 있다. UAE, 오만은 석유에 대한 보조금을 축소한 뒤 자국의 석유 가격을 국제 유가에 연동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18년 1월부터 석유 가격을 3배가량 인상하여 리터 당 최대 2.04리얄(0.54달러)로 높이고 수도 및 전기 요금도 인상하고 있다.

향후 전망

GCC 국가들이 중점을 두고 있는 산업다각화, 민간 부문에서의 자국민 고용 확대, 보조금 축소 등의 정책은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추진 의지와 유가 상승에 따른 재정 부담 완화로 상당히 탄력을 받을 것을 보인다. GCC 국가들은 그동안 재정 적자 문제로 경제 개혁 및 탈석유화를 위한 정책 추진 의지는 있었으나 그 이행에는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 유가로 정책을 이행할 수 있는 재정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서 민간 부문에서의 자국민 고용 확대를 위한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기업 육성을 위한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으며, 보조금 축소에 따른 서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금융 지원도 병행할 수 있게 되었다. GCC 국가들은 그동안 구호에 그쳤던 개혁을 내실화하고 이행 속도를 높이기 위해 2018년을 자신들의 경제 개혁을 위한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 GCC 국가들의 이와 같은 움직임은 환영할 만하다. 지나치게 비대해진 공공 부문 비중과 보조금으로 인한 정부 재정 부담을 줄여 공공 재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어 국제 유가에 의한 자국 경제의 부침을 해결해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추진하는 근본적인 정책의 목표인 탈석유화를 위해서는 정치 구조의 변화가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GCC 국가들이 왕정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참정권을 제한하는 대가로 다양한 경제적 지원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다른 지원수단 없는 보조금과 같은 복지 및 혜택 축소는 대정부 불만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민간 부문을 육성하고자 하면서 민간 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자국민 의무고용 정책을 강화하는 것도 이율배반적이며, 외국인 투자 확대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도 방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결국 단기적으로 어느 정도의 개혁성과는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자국민에게 다양한 형태로 높은 수준의 복지를 보장해야만 안정적으로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왕정’체제라는 정치 구조가 개선되어야지만 진정한 의미의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ON Sung Hyun is a senior researcher of the Middle East and Africa team at the Korea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 Policy (KIEP). His research areas have been economic development of Middle Eastern Countries and Islamic Finance. His recent publications are on ‘Electricity Industrial Policies in the Middle East and their Implications for Korean Companies’ and ‘Lower oil prices and economic cooperation between Korea and the Middle East’. He holds Master’s degree in Economics from Hankuk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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