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Story in Islamic Art

세계 어느 문화권에나 애절한 사랑이야기 한 두 개쯤 전해져 내려온다. 젊은 남녀 사이의 애절하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라고 했을 때, 우리나라의 춘향전을 떠올린 사람도 있고,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린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혹은 자신의 삶 속에서 존재한 추억을 생각하기도 했을 것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든, 대문호의 손끝에서 탄생한 사랑이야기든 간에 이야기를 읽고 듣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함께 울고 웃게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아랍 세계에는 어떤 사랑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을까? 어떤 모습의 사랑을 그리고 어떻게 표현했을까? 이번 글을 통해서 13세기 아랍에서 만들어진 사랑이야기에 대한 필사본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이슬람 세계의 회화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이슬람 세계에는 회화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상숭배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회화를 그리지 못하였고, 아랍어를 그림처럼 표현한 서체 예술만 발달하였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꾸란이나 하디스 어디에도 그림을 그리는 행위나 묘사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실존하지 않는 것을 창조했을 경우에 사후에 그에 대한 처벌을 받는다는 내용이 있기에 예술가 사이에서 그림을 그려 무언가를 창조하는 행동에 대한 터부가 생겼다는 것이 더 적합하다. 이슬람 초기 역사에서는 종교적 영역과 세속적 영역이 정확하게 구분되어 종교적 영역에서는 사람에 대한 묘사나 그림이 전혀 그려지지 않았지만, 세속적 영역에서는 귀족의 별장과 같은 공간에 그리스·로마의 건축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사람의 모습을 묘사한 벽화를 그려 넣기도 하였다. 종교적이고 공식적인 영역에서는 꾸란을 손으로 일일이 베껴서 예술적 영역으로 승화시킨 꾸란 필사본이 발달하기 시작하였다. 이슬람 자체가 광범위한 지역에 퍼져있었기 때문에 각 지역에서 독특한 자신들만의 서체가 발달하기도 하였다. 중기가 지나면서 다양한 책과 이야기를 필사하기 시작하면서 그 속에 삽화를 그려 넣기도 하였다. 이렇게 제작된 책들이 현재까지 전해지면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슬람 세계의 회화는 초기 벽화, 꾸란 필사본, 세밀화라고 칭하는 삽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이들의 주제도 유럽이나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과 별반 다르지 않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서양화의 영향을 받아 다양한 회화 작품이 탄생하였다.

오랜 이슬람 역사 속 중기에 해당하는 시기에 만들어졌다고 알려진 사랑이야기를 기록한 필사본은 두 가지가 전해진다. 하나는 9-10세기 사이에 이집트에서 만들어진 필사본으로 추정되는 한 장의 낱장 그림이지만 훼손도가 너무 심해 정확한 내용이나 다른 정보의 추정이 어렵다. 필사본 가운데에는 나무가 한그루 서 있고, 나무 양옆으로 두 개의 무덤이 나란히 그려져 있다. 아마도 애절한 사랑을 나눈 두 연인의 이야기가 아닐까 추정한다.

 

나무와 두 무덤. Vienna, Nationalbiblioteck, 9-10C

그림1. 나무와 두 무덤. Vienna, Nationalbiblioteck, 9-10C.

이보다 좀 더 많은 내용이 전해지는 대표적인 사랑이야기로 13세기에 제작된 바야드와 리야드(Bayad wa Riyad)를 꼽을 수 있다. 바야드와 리야드는 다마스커스 출신 상인의 아들인 바야드와 통치자의 딸인 리야드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주된 배경은 북부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으며, 아마도 리야드의 아버지는 이라크 지역의 통치자를 묘사한 것이 아닐까 추정한다. 두 주인공 이외에도 둘 사이의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여인(Lady)이 등장해 편지와 소식을 전하며 둘 사랑의 가교역할을 한다. 이슬람 세계를 떠도는 상인 아버지를 따라 이곳저곳을 방랑하며 다니던 바야드는 어느 날, 리야드를 보고 한 눈에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리야드의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과 둘 사이의 신분차이로 인해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며 헤어짐을 선택한다. 이들이 사랑을 속삭이는 방법은 여인을 통해 편지를 주고받고, 바야드가 리야드를 비롯한 사람들 앞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등 현재 우리가 읽는 책이나, 드라마 혹은 현실 속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리야드의 편지를 바야드에게 전해주는 여인

강가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리야드

 

 

 

 

 

 

 

좌) 리야드의 편지를 바야드에게 전해주는 여인, Biblioteca Apostolica, Vatican, 13C
우) 강가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리야드, Biblioteca Apostolica, Vatican, 13C

 

사람들 앞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리야드

 

사람들 앞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리야드, Biblioteca Apostolica, Vatican, 13C

바야드와 리야드가 그리고 있는 사랑 이야기는 고대 그리스 소설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플롯으로 아랍 시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이들의 사랑이야기는 아름답지만 아프기도 하고, 슬프고 때로는 상처를 받기도 하는 모습이며 특히 플라토닉한 모습을 강조해 그린다.
북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필사본은 스페인 지역에서 제작된 것이다. 필사본 속 회화와 서체를 통해서 이 작품이 만들어진 장소를 추정할 수 있다. 회화에서 보이는 기둥과 벽면의 장식이 붉은 색과 흰색이 반복적으로 사용된 모습은 코르도바(cordoba)에 위치한 대모스크-성당(The Great Mosque-Cathedral of Cordoba)의 모습과 꼭 닮았다. 또한 창문 구조에서 보이는 말 편자와 같은 모양으로 생긴 말굽아치(Horse-Shoe Arch)도 이베리아 반도(Iberia Peninsula)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독특한 아치 구조물이다. 주인공들이 입고 있는 의복 또한 스페인 남부 지역인 안달루시아(Andalusia) 지역에서 입던 복식으로 알려져 있다. 회화 속에서 표현된 건축 구조물과 의복을 통해서 이 작품이 현재의 스페인 지역에서 제작 된 것을 알 수 있다.
또 한 가지 현존하는 바야드와 리야드 필사본에 사용된 아랍어 필체는 안달루스체로 이베리아 반도를 중심으로 발달한 서체이다. 이슬람 세계의 서체는 이슬람이 발흥한 아라비아 반도를 중심으로 발달한 초기 서체인 히자즈체(Hijaz), 이라크를 비롯한 레반트 지역에서 발달한 쿠파체(Kufic), 오스만 터키를 중심으로 많이 사용하던 쑬루쓰체(Thuluth), 페르시아 지역에서 널리 사용된 나스크체(Nask) 등이 있다. 다양한 지역에서 자신들의 개성이 담긴 고유의 서체가 발달하였는데, 이베리아 반도를 중심으로 발달한 서체를 일컬어 안달루스체(Andalus)라고 칭한다. 필사본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아랍어 활자 끝부분을 둥근 형태로 길게 빼면서 미학적인 측면을 강조한 형태이다.(서체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지면을 빌어 더 자세하게 다룰 것이다.)
이슬람 세계도 다른 문화권과 마찬가지로 연인사이의 이루어질 수 없는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존재하였다. 시대를 막론하고 이들의 이야기는 아름다운 회화와 함께 책으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전해지며 지역을 넘나들며 회자되었을 것이다. 바야드와 리야드라는 필사본을 보며 누군가는 필사본에서 찾을 수 있는 예술적 가치를, 누군가는 안달루스체의 아름다움을, 또 다른 누군가는 13세기,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전에 존재했던 이야기 속 젊은이들의 사랑이야기를 찾아 낼 것이다. 단 몇 장의 작품 속에서 찾아내는 다양한 이야기들, 오늘 내가 찾아 낼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Yi SOO Jeong is a lecturer of Korea Army Academy at Yeongcheon, She has MA in Anthropology and PhD in Middle Eastern & African Studies from the Hankuk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 She is specialized in Islamic studies and Islamic Art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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