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세계의 뉴욕은 어디였을까?

다마스커스 시내 야경. 중앙에 우마위야 모스크가 밝게 보인다. 출처:http://breakingnews.sy/ar/article/37721.html

그 시절, 이슬람 세계의 뉴욕은 어디였을까?

누구에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고 평생 한번쯤은 꼭 가보고 싶은 도시가 있기 마련이다. 뉴욕, 파리, 런던과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도시일 수도 있고, 지중해 해변가를 한가롭게 거닐 수 있는 해안가 작은 마을이나 숲이 우거지고 자연의 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캐나다 어디쯤 일 수도 있다. 역사 속 어느 시대, 어느 지역이나 사람들이 모여 들고 정치·사회·경제·문화의 중심으로 역할을 수행하는 도시가 있기 마련이다. 이슬람을 몇몇 단어와 문장을 가지고 정의내리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특히 지역적인 경계선을 명확하게 긋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1500년에 가까운 오랜 역사 동안 이슬람이라는 종교를 삶의 영역으로 갖고 살아가던 사람들이 꿈꾸고 모두가 모여들고자 했던 도시는 어디였을까?

이슬람의 시작, 새로운 도시의 등장

622년 예언자 무함마드는 자신의 추종자를 이끌고 메카(Mecca)에서 메디나(Medina)로 이주하였다. 624년에는 모든 무슬림의 예배 방향이 예루살렘에서 메카로 바뀌었다. 예언자가 거주하던 메디나와 이슬람이 탄생한 메카는 초기 무슬림의 중심지이자, 현재까지도 종교적으로 가장 중요한 도시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정을 세운 이븐 사우드 초대 국왕은 자신의 별칭을 ‘신성한 두 모스크의 주인’(여기서 신성한 두 모스크란 메카의 대모스크와 메디나의 예언자 모스크를 가리킨다.)이라 할 정도로 메카와 메디나가 갖고 있는 종교적 상징성이 크다.

사우디아라비아 지도, 출처: CIA World Factbook

최초의 국제도시? 다마스커스

정통 칼리파시대를 지나며 이슬람 세계의 영토는 폭발적으로 확장되었고, 아라비아 반도 서쪽에 치우쳐 있는 메카와 메디나는 광할 한 영토를 다스릴 수 있는 거점 역할이 어려워졌다. 우마위야 가문의 무와위야(Muwawiya)는 우마위야 왕조(Umayyad Dynasty, 661-750)를 세우며 현재 시리아의 수도인 다마스커스(Damascus)를 수도로 삼았다. 원래 다마스커스는 중국에서부터 이어진 실크로드의 종착지이자, 비잔틴(Byzantine Empire)의 지배를 받으며 비잔틴 제국의 다양한 문화를 영위하고 있던 국제 도시였다. 아람어(Aramaic)의 방언인 시리악(Syriac)을 사용하는 당대 엘리트 계층이 다마스커스에서 거주하면서 첫 이슬람·아랍 왕조의 기틀을 다져나갔다. 이미 도시의 구조나 건축등이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다마스커스 대 모스크(The Great Mosque in Damacus, The Umayyad Mosque)도 신축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런 이유로 세례 요한의 교회를 모스크로 개축하여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최초의 아랍 세속 왕조의 수도는 이미 국제적인 도시인 다마스커스가 가장 효율적인 선택이었다.

다마스커스 시내 야경. 중앙에 우마위야 모스크가 밝게 보인다. 출처:http://breakingnews.sy/ar/article/37721.html

750년 이란의 호라산(Khorasan)과 이라크 지역을 중심으로 일어난 압바스 가문의 반란이 성공하면서 우마위야 왕조가 무너지고, 압바스 왕조(750-1258/1261-1517)가 세워졌다. 압바스 왕조의 2대 칼리파인 알 만수르(Al Mansur, 754-775재위)는 바그다드를 수도로 삼았다. 바그다드는 페르시아어이며, 아랍어로는 마디나트 앗-쌀람(Madinat as-Salam)이라한다. 뜻은 ‘평화의 도시’이며 이슬람 세계 최초의 원형 계획 도시였다. 페르시아 문명에 영향을 많이 받은 압바스 왕조이기에 도시 구조부터 도시로 들어가는 거대한 출입구에 이르기까지 페르시아의 수도였던 테사판(Ctesiphon)의 형태를 많이 차용하였다. 압바스 왕조의 바그다드는 수많은 아랍관련 이야기의 배경이 되었다. 대표적인 것으로 천일야화가 있으며, 디즈니 만화사의 알라딘에 등장하는 양탄자가 날아다니는 도시의 배경이 바로 바그다드이다. 워낙 오랫동안 수도로 사용되고 도시로 개발되었기에 과거의 모습을 현재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우리나라의 경주만큼이나 수많은 유물과 이야기가 숨어 있는 곳이다.

바그다드 초기 지도(복원) 출처: coreknowledge.org.uk
바그다드 상상도 출처: 위키 피디아

제국의 혼돈기, 이슬람 도시의 다양화

1258년 이슬람 세계에 큰 위기가 닥쳐왔다. 중국을 장악한 징기즈 칸(Genghis Khan)의 손자였던 훌라구 칸(Hulagu Khan)이 군대를 이끌고 바그다드를 함락하였다. 자신들이 지나가는 모든 도시의 모든 것을 파괴하는 몽골군대는 무슬림에게 공포 그 자체로 여겨졌다. 훌라구 칸의 거침없는 진격은 이집트의 맘룩 왕조(Mamluk Dynasty)가 저지하였기 때문에 바그다드가 모조리 파괴 된 것과 다르게 카이로는 역사 속에서 번영한 원형 그대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카이로가 고대 이집트 때부터 존재한 것은 아니었다. 제2대 칼리파인 오마르(Umar, 634-644 재위) 푸스타트(Fustat)라고 불리는 작은 도시 주변에 병영도시를 건설하였고, 병영도시가 확장되면서 푸스타트를 병합하여 현재의 카이로에 이르게 되었다. 몽골이 장악한 바그다드에서 도망친 정치인, 학자, 상인, 예술가 등 수많은 사람들이 카이로로 이주하였고. 몽골의 침입을 계기로 카이로는 이슬람 세계의 중심지로 더욱 공공하게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 시기 이슬람 세계의 역사는 중기로 진입하게 된다. 아랍 단일 왕조가 막을 내리고, 이슬람이 퍼져있는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군소왕조가 흥망성쇠를 거듭하였다. 이 시기 다양한 도시가 역사의 중심으로 속속 등장하면서 빠르게 발달하기 시작하였다. 쿠바(Kufa), 바스라(Basra), 예루살렘(Jerusalem)과 같이 전통적으로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를 비롯하여, 코르도바(Cordoba), 이스파한(Isfahan), 사마르칸트(Samarkant)처럼 새로운 도시도 이슬람 역사 속에 등장하였다.

몽골의 침입 경로 출처: Edmaps.com

이슬람 세계를 장악한 몽골이 무슬림으로 개종하고, 일한국(Ilkhanid Dynasty)를 건설하고, 이 후 티무르제국(Timur Dynasty)를 거쳐 오스만제국(Ottoman Emipire), 사파비제국(Safavid Empire), 무굴제국(Mughul Empire)로 재편되는 제국시대로 역사가 진행되었다. 오스만제국의 수도는 비잔틴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Constantinople)이었다. 콘스탄티노플을 이스탄불(Istanbul)로 명칭을 변경하였고, 성당으로 쓰이던 하기야 소피야(Hagia Sophia)은 모스크로 개축되었다.

기독교 성화 위에는 회칠을 덮어 그림이 보이지 않게 하였고, 천장에 그려진 천사의 얼굴에는 금빛 마스크를 씌워 얼굴의 형태를 알아 볼 수 없게 되었다. 천장 아래에는 알라(하나님)와 무함마드, 정통 칼리파의 이름이 새겨진 매달리온이 걸렸다. 이스탄불 시내 곳곳에는 오스만 제국의 힘과 권력을 상징하는 다양한 모스크가 수많은 후원자들의 후원을 바탕으로 건설되었다. 다른 제국보다 월등히 넓은 영토를 다스리고 강한 권력을 가졌던 오스만 제국의 중심지는 비잔틴 제국부터 세계의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하던 이스탄불이었다. 현재 터키의 수도는 앙카라(Ankara)이지만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매력적인 도시로 이스탄불은 여전히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기야 소피아 내부모습. 중앙 천장 양쪽으로 천사의 모습이 보인다. 왼쪽은 현대에 얼굴을 복원한 모습이고, 오른쪽은 천사의 얼굴이 금빛 마스크로 가려져 있다. 둥근 메달리온 안에는 아랍어로 알라와 무함마드등 칼리프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출처: ayasofyamuzesi.gov.tr

이란, 인도의 이슬람 도시

이란의 이스파한은 사파비 제국의 수도였다. 압바스 왕조의 칼리파를 형식적으로 유지하고 실질적으로 이슬람 세계를 다스렸던 셀주크 왕조(Seljuq Dynasty)의 수도였고, 사파비 왕조의 전성기였던 17세기에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로 손꼽혔다. 지금도 두 왕조의 대표적인 광장과 모스크, 왕궁이 유적으로 남아 있어 지난 날 이스파한 누렸던 도시의 영광을 보여준다.

무굴 제국의 대표적인 수도는 아그라(Agra)였다. 초기 무굴 제국을 이끌고, 정치·경제·사회·종교 문화의 기반을 다지고 꽃을 피웠던 초기 6명의 왕, 바부르(Babur), 후마윤(Humayun), 아크바르(Akbar), 자한기르(Jahangir), 샤자한(Shah Jahan), 아우랑제브(Aurangzeb) 각각의 개성에 따라 다양한 모스크와 영묘, 왕궁 건축이 이루어졌으며 신도시를 계획 건설하였다.

타지마할. 샤자한이 자신과 아내를 위해 건설했다고 알려져 있는 영묘이다. 출처:위키피디아

 

이 후, 식민주의(Colonialism)와 제국주의(Imperialism)이 이슬람 세계를 휩쓸고 지나가고 근대 국가 건설기를 거치며 현재의 국경선과 수도가 형성되었다. 이 후 다양한 국제 정세와 사회·문화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도시가 국제 무대의 정면 등장하기도 하고 쇠락하기도 하며 변화를 이끌어왔다.

중동 지도. 출처:Foreign Policy Journal

도시 속에서 꽃 핀 이슬람 문화

부유함과 걸프의 상징과 같은 두바이(Dubai), 아부다비(Abu Dhabi), 도하(Doha), 리야드(Riyad)부터 가슴 아프고 슬픈 전쟁의 배경인 가자(Gaza), 라까(Raka), 홈즈(Homs), 알레포(Aleppo), 역사와 문화의 상징이자 관광의 중심지인 이스탄불(Istanbul), 카이로(Cairo), 알렉산드리아(Alexandria), 베이루트(Beirut)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도시에서 다양한 얼굴의 이슬람 문화가 꽃피고 있다. 메카와 메디나라는 아라비아 반도의 작은 도시에서 시작된 이슬람은 현재 세계 곳곳에서 수없이 다양한 문화와 서로 교류하고 독특한 독자적 문화 영역을 구축하며 발달하고 있는 것이다.

Yi SOO Jeong is a lecturer of Korea Army Academy at Yeongcheon, She has MA in Anthropology and PhD in Middle Eastern & African Studies from the Hankuk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 She is specialized in Islamic studies and Islamic Art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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