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부는 평화의 바람, 중동에도 평화의 바람이 불까?

혹자들은 최근의 한반도 정세를 두고 '지정학의 부활'이라고 일컫는다. 동북아시아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중동 정세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한반도에 평화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서쪽 너머 중동에는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지난 27일 판문점에서 남북 두 정상이 손을 맞잡고 분단한계선을 넘을 때 중동에서는 폼페이오 미국무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요르단 방문을 시작하며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스라엘 네탄냐후 총리는 지난 달 모사드가 테헤란에서 빼온 자료라며 이란의 2015년 맺은JCPOA핵협정 불이행을 대외적으로 주장하였고, 모로코는 이란이 히즈볼라와 반모로코정부단체인 서사하라 폴리사리오를 지원한다는 이유로 단교를 선언하였다. 한반도에 부는 비핵화바람과 평화적기류, 반대급부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중동, 트럼프 손에 쥐어진 저울은 과연 어느 곳으로 기울까?

Anything but Obama? Yes, Anything but Iran!

2015년 5월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이란 로하니 대통령을 포함한 G5+1 JCPOA가 타결되었다. 오랜 경제 제재에 신음하던 이란 국민들은 환호를, 국제사회는 이란 핵협상 타결에 축하를 보냈다. 그러나 2016년 1월 부터 단계적으로 해제된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가시적 경제성장 효과는 기대에 비해 낮았다. 이러한 가운데 2016년 10월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 되었고 미국에 불평등한 협약이라면 재협상을 지속적으로 요구 하던 트럼프는 2017년 10월 JCPOA 3차 이행을 거절하였다. 2018년 1월 트럼프는 120여일의 유예기간을 이란 정부에 제시, 재협상을 요구 하였고 이란 로하니 정부는 재협상은 없다며 미국의 요구를 강하게 거절하고 있다.

2015년 핵협정 이행과 현 로하니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던 EU도 현재는 부분적 재협상을 이란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특히 미-EU모두 핵 폐기 및 미사일 문제 까지 재협상 테이블에 올리려 하고 있으나 이란 정부는 미사일은 협상 할 내용이 아니라고 일축하였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2016년 1월 부터 핵협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으며 지속적으로 비밀리에 핵개발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JCPOA가 이란에게만 유리한 불평등 협정임을 강조 하며 이란에게 재협상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이란은 오히려 경제 제재가 제대로 풀리지 않았으며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는 건 이란 당사국이라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오는 5월 12일 JCPOA 파기 혹은 재협상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문제는 현 이란을 둘러싼 국내외 상황이 이란이 재협상을 마냥 거부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7년 겨울 이란의 북서부 도시 마샤드(Mashhad)에서 일어난 시위는 이전 이란의 시민 시위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2009년 Green Revolution을 주도한 이들이 도시 중산층 시민들이 였다면 이번 시위는 기존 이란 이슬람정권을 지지 했던 중하위층 시민들이였던 것이다. 2015년 핵협정이 타결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란 경제는 나아지지 않았으며 실업률은 여전히 높으며 동시에 시민의 불만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시위에서 시민들은 현 이란정부의 시리아, 예멘 개입을 비판하며 ‘이제 해외가 아닌 국내 문제이나 신경 쓰라‘며 현 정부의 대외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외적으로도 이란은 고립되어 있다. 한국이 지난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시킬 수 있는 요인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우선 지난 1년간 양측의 신뢰를 받아 김정은과 트럼프를 이어줄 중재자 문재인 대통령의 존재는 이란의 상황과 비교된다. 그러나 이란은 다르다. 우선 이웃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지속적으로 반이란을 외치며 강하게 이란을 비난 하고 있고 이스라엘 또한 전쟁까지 불사하겠다며 (이스라엘의 이란 본토 가능성은 낮지만) 이란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터키, 중국, 러시아는 멀리서 관망 중이다. EU 조차도 JCPOA의 부분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이 기대어 믿을 중재국의 부재는 이란을 더욱 고립시키고 있다. 현재 이란에 대한 압박의 요인으로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Anything but Obama 를 지적한다. 오바마의 유산인 이란 핵협정을 뒤엎고자 이란에 압박을 가한다는 것이다. 이 추론이 맞다면 향후 북한의 비핵화가 트럼프의 입맛대로 순조롭게 진행 될 경우 향후 이란에 대한 미국의 압박 수위는 지난 오바마 정권과 비교 격차를 가시화 하기 위해 더 높일 수 도 있다.

출처 : theduran.com

이라크, 시리아- 무능한 중앙정부, 테러 그리고 재건에 드리운 그림자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지 벌써 약 15년이 흘렀지만 이라크 내 분쟁은 현재진형형이다. 바그다드의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는 이라크 전체를 통솔하지 못하고 있다. 쉬아, 순니 종파를 떠나 같은 종파 안 에서도 각 계파 및 정치인, 부족, 가문 별 분열이 심각하다. 북부 쿠르드 정부는 독립을 주장했으나 실패 하였고 테러 위협은 여전히 이라크 전역에 도사리고 있다. 각 정치인의 이권에 따라 분열된 정부는 국민들에게 기본적인 서비스 조차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 정규군 또한 PMU같은 민병대 들의 도움 없이 국민들의 안전, 국경의 안전을 지키고 있지 못하는 현실이다. 저유가, 오랜 내전으로 파괴된 기간 시설 및 형편없는 인프라, 깊은 사회적 불신, 국가 통합 정체성의 부재, 만연한 부패로 이라크의 미래는 아직도 불투명 하다.

시리아 내전이 이미 국제전이 된 지는 오래 되었다. 미국, 터키, 러시아, 사우디, 이란 군이 시리아 땅에 주둔하고 있다. 분열된 반군, 쿠르드 문제로 대치하는 미국과 터키, 이란의 영향, 러시아의 바샤르 아사드 현 시리아 대통령 비호 등 각 국의 이권이 중첩된 시리아의 미래는 블랙홀 마냥 한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기존의 시리아 정권이 아닌 미국-터키 관할의 북서부 지역에 대한 분할론도 대두 되고 있다. 시리아 북서부에는 쿠르드 문제에 따른 터키의 개입, 서부 이라크 국경에서는 아직 잔존하는 다에쉬(ISIS), 남쪽에서는 시리아 내 주둔 이란군을 티켓으로 한 이스라엘의 공격, 바샤르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 등 시리아는 점차 해결책 없는 소용돌이로 침착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재건을 논의 할 수 있을까?

미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다시 재 점화될 화약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이 건국되었다. 70년 이후, 2018년 5월 14일 미국이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한다.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양 국가 모두 수도로 주장하는 예루살렘, 특히 이슬람, 기독교, 유대교 의 성지인 동예루살렘에 대한 양 국의 갈등은 한 치의 양보 없이 지속되고 있다. 이 와중에 미국의 대사관 이전은 서예루살렘도 아닌 동예루살렘에 가까운 부지로 옮겨질 예정이며 향후 이에 저항하는 팔레스타인 및 주변 아랍국가의 반발, 향후 물리적 충돌 또한 우려되고 있다. 양보 없는 이스라엘의 강경 대응, 부패하고 분열된 팔레스타인 지도부, 오랜 분쟁으로 피로감을 느끼는 주변국의 다소 냉담한 반응 등으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은 여전히 출구 없는 뫼비우스의 띠 위에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래는 언제 오나요? 군부독재로 회귀한 이집트, 여전히 혼란 속에 있는 튀니지

2011년 중동을 휩쓴 아랍의 봄, 그러나 ‘무바라크(Mubarak)’라는 철옹성 같던 독재자를 시민의 힘으로 끌어내렸다는 기쁨도 잠시, 이집트는 다시 군부 독재로 회귀하였다. 오랜 야당 세력으로 존재 하였고 무바라크 퇴진 이후 정권을 차잡았던 ‘무슬림 형제단(Muslim Brotherhood)‘의 실패 및 쿠테타, 현 시시(Sisi) 대통령의 시민들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은 이집트의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하고 있다. 아랍의 봄의 시발점 이자 독재자 였던 ‘벤 알리(Ben Ali)’ 대통령을 쫒아냈던 튀니지는 이집트에 비해 상황은 나은편이다. 이슬람계 정당 ‘나흐다 당(En-Nahda)’를 중심으로 연합 의회를 구성, 새로운 정권을 세우는 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다양한 혁명 및 기존 세력 사이의 이권 다툼과 세력 싸움, 테러 공격 등 안보 불안, 나아지지 않은 경제 상황 등 으로 국민들이 원하는 안정적인 민주주의 정권으로 이행은 앞으로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5월, The Critical Juncture

올 해 5월은 향 후 중동의 정세 및 흐름을 바꿀 중요한 날이다. 5월 12일 이란 핵햅정 JCPOA, 14일 미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으로 현 중동의 긴장은 최고조에 놓여있다. 시리아와 이라크는 분쟁이 고착화 되었으며, 시민 혁명을 절반정도 성공시킨 튀니지 조차 밝은 미래를 낙담하기 힘들다. 저유가, 악화되는 경제상황, 높은 실업률, 만연한 부패와 사회적 불신, 무능한 정부, 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무차별 테러 공격 등으로 현재 걸프 몇 산유국을 제외한 중동의 국가들 앞에 쌓인 이 문제가 앞으로도 고착화 된다면 제 ‘2, 3의 아랍의 봄’ 혹은 ‘제 2, 3의 시리아 내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Ahrum YOO is Arab in Seoul’s editor-in-chief. She has a MA in Politics and took a PhD course with reference to Middle East Politics from the 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in London. She is specialised in Syrian, Iraqi and Lebanese affairs. Her academic interests are sectarianism, the role of political ideology and identity in contentious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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