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파주의를 넘어: 2018년 이라크 총선 고찰

문명의 갈등, 이슬람과 기독교의 갈등, 수니와 시아의 갈등은 그동안 중동을 바라보는 하나의 고착화된 프레임 이였다. 하지만 지난 5월 12일 치뤄진 이라크 총선에서는 종파주의(Sectarianism)에 역행하는 재밌는 결과가 나왔다. 2003년 이후 이라크 선거에서 ‘종파 프레임’은 효율적 선거도구 였다. 그러나 올해 이라크 유권자들은 ‘기존의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인이 아닌 실제로 우리에게 빵과 직업을 줄’ 탈종파주의를 표방하는 새로운 세력에게 표를 던졌다. 그 승자가 바로 ‘사이룬(Sairoon)’이다.

이번 총선에서 총 329석 중 54석을 차지한 ‘사이룬(Sairoon)연합’은 이라크 공산당, 자유주의 세력과 연합을 구축한 시아파 성직자인 무크타드 사드르 (Muqtad al-Sadr)가 이끄는 탈종파주의를 표방하는 연합 정당이다. 그 뒤를 이어 2, 3위를 차지한 ‘파타(Fatah) 연합’, 현 이라크 총리인 하이데르 아바디(Haider al-Abadi)가 이끄는 ‘Nasr 연합’ 모두 새로운 정치세력이다. 현 이라크 총리인 아바디가 이끄는 ‘나스르 연합(Nasr Coalition, 승리)’은 바그다드에서 ‘파타연합’에게 주도권을 빼았겼으나 모술(Mosul)을 중심으로 한 니네베(Nineveh)지역에서 선전했다. 지역별 득표현황을 보았을 때 상대적으로 바스라를 제외한 남부지역은 ‘사이룬 연합’이, 중부 및 북부는 ‘파타 연합’이 승리하였다. 반면 지난 선거에서 92석을 가져갔던 말리키(Maliki) 전 총리가 이끄는 ‘이라크 법치연합’은 지난 선거보다 67석이나 잃은 25석에 겨우 그쳤다.

이념 및 종파갈등은 이제 그만, 문제는 경제다

2010년 들어와 중동, 유럽, 미 대륙을 포함한 전 세계의 정치 이슈는 당연 포퓰리스트 정당의 선전 이였다. 2008년 경제 위기와 낮아질 줄 모르는 높은 실업률, 갈수록 악화되는 경제상황에 국민들은 기존의 정치인들에게 환멸을 느꼈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 대중 교육의 확산으로 수동적 국민이 아닌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행사하려는 ‘시민’의식이 발전하면서 이제 시민들은 EU통합이나 인권 보다 개인이 당장 먹고 살 문제를 해결해 줄 것 같은 기존과 차별화 된 후보자에게 표를 던졌다. 이는 2016년 브렉시트와 2017년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최근 이탈리아 오성운동 총선 승리 등으로 볼 수 있다.

중동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냉전, 수니-시아 갈등 등 이념과 종파 갈등으로 끊임없는 분쟁에 휩싸였던 이곳에 시민들의 요구가 달라지고 있다. 시아파의 중심이자 이슬람혁명의 수출국인 이란에서도 2017년 겨울, ‘더 이상 외국 시아파 일에 간섭 말고 자국 경제나 신경쓰라’ 는 목소리가 이란 전역을 휩쓸었다. 이라크 또한 마찬가지였다. 2018년 5월 이라크 총선에서 승리를 거둔 ‘사이룬 연합’의 경우 ‘반부패, 탈종파주의, 전문 기술관료(Technocrats)의 정부화’를 선거 슬로건으로 걸고 종파주의에 영합했던 기존 이라크 정당들과 차이를 두었다.

출처: HAIDAR HAMDANI | AFP | Getty Image https://www.cnbc.com/2018/05/14/iraq-elections-who-is-moqtada-al-sadr.html

캐스팅 보트, ‘파타 연합’의 선택에 따른 이라크 탈종파주의의 미래

불법 선거 개입, 투표용지 재검수 등 아직도 지난 5월 총선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향후 이라크 정국은 1, 3위를 차지한 연합 정당인 ‘사이룬’과 ‘나스르’의 연정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연정 구성의 캐스팅 보트가 될 총선에서 47석을 가져간 ‘파타 연합’의 향후가 주목된다. ISIS격퇴에 결정적 공헌을 한 PMF(Popular Movement Forces)세력이 중심이 된  ‘파타 연합’의 하디 아미리 (Hadi al-Amiri) 의 경우 친이란 노선을 계속 견지하고 있다. ‘사이룬’의 사드르의 경우 총선 이전부터 아미리를 비롯 ‘PMF’세력을 향해 ‘이라크 땅에 두 군대가 있을 수 없다’며 지속적으로 친이란 세력을 비난해 왔었다.

이번 이라크 총선은 44%라는 저조한 투표참여율을 보였다. 만연화된 부패와 비효율적 정부 운영, 깊은 종파주의 갈등으로 지친 국민들은 기존 정치세력에게 암묵적 거부의사를 보였다. 친이란 노선을 탈피하고 주변 아랍국가들과 가까워지려는 사드르와 아바디 세력이 ‘파타 연합’을 품을지, 아니면 친이란 노선의 ‘파타 연합’과 전 총리인 ‘말리키 총리’ 세력이 연합하여 대립각을 세울지 아직 미지수이다. 이 두 세력이 앞으로 어떻게 ‘종파주의를 넘어선 이라크 정부 정상화’의 밑그림을 그려갈 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Ahrum YOO is Arab in Seoul’s editor-in-chief. She has a MA in Politics and took a PhD course with reference to Middle East Politics from the 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in London. She is specialised in Syrian, Iraqi and Lebanese affairs. Her academic interests are sectarianism, the role of political ideology and identity in contentious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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