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라고 하지 마라. 웃으면서 ‘인샤알라’라고 말해라.

한국 기업인들은 흔히 중동지역 바이어들과 딜(Deal)을 할 때, 본인에게 유리한 조건을 성사시키는 것을 최대의 성과라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과중한 목표 달성 및 무자비한 성과위주의 기업 문화 덕(?)에 무리한 조건에도 쉽게 승낙하고, 그들의 표현을 과장해서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중동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조심해야 할 사항이 있다. 대표적인 몇 가지를 보자.

‘No’라고 말하지 말고 ‘Yes’를 있는 그대로 듣지 마라.

가장 많이 하는 실수다. 중동 바이어들과의 중요한 상담, 한국 직원은 애가 탄다. 이미 상담만 4시간째이다. 다음 비행기 스케줄도 있는데, 이 친구들은 개의치 않는다. 점심 시간도 지났는데, 식당 가자는 소리도 안 한다. 하물며, 샌드위치 시켜 먹자고 한다. Oh My God.

가격을 더 내려달란다. 단번에 ‘No’라고 말했다. 이 가격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본사에서 컨펌이 날 거 같지 않다. 되려 상담하고 혼만 날게 뻔하다. 확실하다. 그러나, ‘No’라고 하는 순간 더 이상 이 상담은 진행되지 않는다. 바이어들은 더 이상 이 사람들이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과 절대 불가하다는 것은 다르다. 실제로 중동 사람들은 아무리 불가능한 일이라도 ‘No’라고 잘 하지 않는다. 애매모호하게 웃으면서 윙크를 할 뿐.

이번 제품은 신제품으로 아주 성능이 뛰어나고, 최고 A/S 조건을 갖췄다. 특별히 이번에 2,000박스 주문 시, 10% D/C도 가능하다. 거래선에서 조건이 아주 좋다며, 무척 기뻐한다. 활짝 웃으면서 다음달이라도 선적하자고 한다. 됐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본사로 전화를 한다. 상무님, 드디어 수주 받았습니다!!!

그러나, 본사 돌아 와서 막상 계약서를 보내니, 대답이 없다. 이미 생산 요청까지 다 들어갔다. 다음달에 분명 한다고 했는데. 상무님은 처음엔 웃다가 점점 표정이 일그러진다. 이거 제대로 하겠다고 한 거 맞아? 아니다. 그들은 한다고 한 적이 없다. 좋다고 했을 뿐. 계약서에 사인하고 도장 쾅! 까지가 마지막이다. ‘No’는 너희와 더 이상 이야기 하기 싫다는 뜻이다. 차라리 ‘No Problem’이라고 말하자.

‘인샤알라’는 그저 ‘인샤알라’이다.

두 번째로 많이 듣는 말이다. 어렵게 상담을 마무리하고, 대금결재 조건을 협의하는데, 선수금으로밖에 안 된다고 했더니, ‘인샤알라’라고 한다. 하겠다는 건지, 안 한다는 건지 모르겠다. 사전을 찾아보니, ‘신의 뜻대로’ 란다. 이런.

본사에는 욕 먹을게 두려워, ‘할거 같다’고 보고했다. 상무님은 크게 칭찬하면서 ‘더운데 고생했다’ 라며 크게 칭찬을 하는데, 무언지 찝찝하다. ‘인샤알라’ 라는데.

이럴 땐, 가장 최악의 수를 미리 감안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바이어가 가격을 인하해 달라고 하면, 오히려 되받아 쳐라. ‘가격을 더 인하해 주세요. 경쟁사 제품에 비해 더 비쌉니다.’(항상 하는 말이다. 경쟁사라는 것은 거의 중국산이다. 세상 어느 제품도 그들보다 더 쌀 수도 없다.)

그럴 때 우리가 웃으면서 “인샤알라” 라고 말하면 된다. 그리고 그들의 표정을 보자. 너희들의 신의 뜻이니, 어찌되나 함 보자고. 아마 더 잘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인샤알라’

상담은 언제나 어렵다. 특히 중동 친구들은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오늘 안되면 내일 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상담이 막히면, 그들은 기도하러 간다. 우리도 자리를 박차고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다시 한 번 복기해보자. 그러면 오히려 쉽게 풀리는 경우가 많다. 그들을 이길 필요는 없다. 우리 것을 파는 것이 목적이다. 비즈니스는 전쟁이 아니다. 서로 WIN-WIN하는 능력이 사업도 챙기고 친구도 챙기는 고수의 길이다. 건투를 빈다.

학부 때, 사우디 교환학생으로 갔다가, 사우디 친구가 즉석에서 지어준 아랍 이름 “Sultan” 을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다. 한국사람들은 술에 머 탄 거 아니냐고 하기도 한다. 나름 중동(이란 포함) 껌 파는데 가면 알아주는 이들이 많다. L 제과에서 15년 넘게 중동지역에 과자들을 수출 해왔다. 두바이에 4년 넘게 거주도 했다. 테러와 폭력, 금식 등으로만 알려진 중동에 대해 나름 다양한 해석과 올바른 FACT를 전달하려 노력하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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