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쇼끄지 사건과 사우디의 미래

10월 2일,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아라비아 총영사관에 들린 사우디 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쇼끄지(Jamal Khashoggji, 60)의 행방이 묘연해 졌다. 까쇼끄지 실종 직후 터키 수사 당국은 카쇼끄지가 사우디 영사관 안 에서 살해되었다고 발표, 용의자로 의심되는 터키에 입국한 15명의 사우디인 사진을 배포했다. 사건초반 카쇼끄지 살해 의혹을 전면 부인했던 사우디 정부는 전세계의 비난과 관심이 급증하면서 결국 20일 카쇼끄지의 사망을 인정했다. 그러나 현 사우디 아라비아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카쇼끄지 살해 관련성은 적극 부인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의 인정에도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은 이제 사우디 투자 철회, 무기 판매 금지 등 경제, 안보 분야의 제재로까지 커지고 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인가? 2017년 ‘개혁군주’로 전 세계와 사우디 젊은이들의 주목을 받았던 젊은 왕세자의 야심찬 ‘사우디2030’ 개혁의 배는 이대로 좌초하고 마는 것일까?

자말 카쇼끄지는 누구인가?

사우디 출신의  카쇼끄지는 1985년, ‘사우디 가제트(Saudi Gazzet)’에서 언론인으로서의 경력을 시작, 1991년 부터 1999년까지 알제리, 아프가니스탄, 수단 등에서 특파원으로 활동했다.또한 ‘아랍 뉴스(Arab News)’ 부 편집장, 사우디 진보성향의 일간지 ‘알-와탄(Al-Watan)’의 편집장을 지냈다. 2017년, 사우디 정부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막았다고 주장하며 사우디를 떠나 망명길에 올랐다. 이후 ‘워싱턴 포스트 (The Washington Post)’지를 비롯한 서구 유력 일간지를 통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및 사우디 정권에 본격적으로 비판적인 기사를 썼다. 터키에 체류하던 카쇼끄지는 올해 10월 2일, 이혼서류를 처리하기 위해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아라비아 영사관에 들린 이후 실종되었고, 카쇼끄지의 실종 및 살해 의혹은 터키와 그가 몸담았던 워싱턴포스트 및 미국 주류 언론에 의해 대서특필되었다.

카쇼끄지는 작년 9월 18일 워싱턴 포스트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즉위식을 앞두고 왕가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던 내 동료들이 구금되었지만 난 내 가족의 안전과, 자유, 직업을 잃을까 두려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라고 기고했다. 또한 10월 31일 기사에서는 “왕세자는 현 사우디 정부에 비판적인 학자, 언론인, 소셜미디어 스타까지 구금하고 있다.  비판의 목소리는 커녕 정부에 온건한 입장을 가진 사람들까지 체포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왕세자는 극단적인 성직자 쉐이크 살레 알-파우잔(Sheikh Saleh Al-Fawzan)같은 보수극단주의자들이 있는The Council of Senior Scholar와 여전히 함께 일하고 있다.” 라며 현 사우디 정권의 이중적인 개혁정책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11월 5일자 기사에서는 왕세자를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비교하며 사우디 왕가의 부패와 경제이권 독점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사우디 아라비아, 스스로의 함정에 빠진 것인가 아니면 덫에 걸린 것인가?

사우디 정부가 사건 발생 18일 만인 지난 20일 카슈끄지의 피살을 인정했다. 사우디 검찰은 카슈끄지가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되었다고 발표했으며 현재 관련 용의자를 수사중이라 발표했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는 카슈끄지의 피살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있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21일 미국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카슈끄지의 피살과 관련된 이들은 자신의 권한 밖의 일을 했다”며 “이들 가운데 누구도 빈살만 왕세자와 가까운 관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과연 카슈끄지 살해를 명령했을까? 여기서 두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 무함마드 빈 살만이 카슈끄지 살해를 명했다. 작년 11월, 사드 하리리(Saad Hariri) 레바논 총리를 약 2주간 자국에 억류시키고, 약 1000명이 넘는 인권운동가를 감금한 현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의 행보를 돌이켜 본다면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부패와의 전쟁’이란 명목으로 유력 왕가 인물과 기업인들을 감금하고 적극적인 개혁 개방 노선을 펴고 있는 무함마드 빈 살만이 카쇼끄지를 살해했을 경우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기에 일각에서는 빈 살만의 카슈끄지 살해 연계설에 의문을 조심스레 제기했다. ‘네옴(Neom)’ 프로젝트, 여성 운전 허용 등 사우디 개혁정책의 선봉장으로 서구의 투자와 기술, 지원이 절실한 무함마드 빈 살만이 유력 언론인인 카슈끄지를 살해했다고 한다면 자국내 및 외부 자신의 지지기반을 잃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무함마드 빈 살만이 2016년 왕자의 난에도 아직까지 사우디 왕가 및 정부를 모두 장악하거나 컨트롤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일 무함마드 빈 살만이 사우디 정부의 발표처럼 카슈끄지 살해 지시를 직접적으로 내리지 않았다면 결국 카슈끄지 구금 중 우연히 고문 등으로 사망했거나 혹은 무함마드 빈 살만의 반대세력이 카슈끄지를 살해했다는 음모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은 현재 공격적인 개혁 정책과 권력공고화, 내부 보수 세력 달래기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을 타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의 국내 지지세력은 변화를 외치는 사우디의 젊은 층이다. 하지만 기존 보수 세력 또한 무시할 수 없기에 무함마드 빈 살만은 여성 운전을 허용하면서도 지난 3월, 아부다비에서 사우디 여성 인권운동가인 로자인 알-하슬루(Loujain al-Hathloul)를 체포하는 등 이중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진실을 넘어 무함마드 빈 살만은 카쇼끄지 죽음의 여파를 직격탄으로 맞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이번 달 23일 개최된 사우디 ‘미래투자이니셔티브(Future Investment Initiative Summit, FII)’에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총재, 김용 세계은행 총재,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등을 포함한 세계 정재계 인사들이 대거 불참했고, 뉴욕타임즈, 파이낸셜 타임즈, CNN 등 세계 유력언론사들 또한 카슈끄지 살해 기사가 나온 직후 FII파트너쉽을 철회했다. 2017년 ‘사막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며 전 세계의 이목을 받았던 젊은 왕세자의 ‘네옴(Neom)’호는 1년 뒤 현재, 카쇼끄지의 사망으로 현재 앞을 예측하지 못한 채 좌초할 위기에 빠져있다.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이미 다수의 국제기관 및 투자가들이 사우디 아라비아 투자 재검토를 시작했고, 독일 엥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캐나다 트뤼도 총리는 사실이 명백히 밝혀지기 전 까지 사우디 무기수출을 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But, the business is going on

사망이 기정사실화 된 까쇼끄지의 시신 행방보다 묘연한 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이였다. 캬쇼끄지 살해개입의혹과 함께 사우디 아라비아를 맹비난하는 터키 에르도간 대통령과 터키 및 서구 언론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초기부터 ‘정확한 사실이 나오기 전 까지 나는 사우디를 믿는다’며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그와 동시에 “사우디는 미국의 우방이며 미국의 무기시장의 주요 고객”임을 강조하였다. 또한 현 미국정부의 중동정책의 중심에 있다고 여겨지는 트럼프 대통령인 사위, 제러드 쿠쉬너 또한 지난 22일 인터뷰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여주며 미국의 이익과 사우디와 미국의 공고한 동맹을 강조했다. 사우디에 대한 무기수출을 즉각 금지한 독일과 캐나다와 달리 프랑스와 영국을 비롯한 타 국가들은 무함마드 빈 살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으나 정작 무기 수출 제재에 대해선 아직까지 함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동의 언론 자유도는 매우낮은 것으로 유명하다. 카쇼끄지가 첫 희생양은 아니다. 이미 수십년 간 수많은 언론인들이 언론의 자유를 빼앗긴채 정권에 의해 구금되거나 살해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카쇼끄지 사태만큼 전 세계의 이목을 받는 일은 없었다. 그렇다면 미궁에 싸인 금번 사건에서 가장 이득을 보는 이는 누구인가? 여기서 터키와 이란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오는 11월 5일, 제2차 에너지수출 금지 제재를 앞둔 이란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이란 제재로 부족한 석유 산출량을 사우디의 증산을 통해 채우려는 미국의 계산에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긴 것이다. 아직까지 사우디 정부는 자국의 석유 생산 관련하여 무기화 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고,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이 이미 충분하기에 사우디에 대한 압박 혹은 제재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수도 있으나 전 세계 석유시장의 중심축인 사우디에 생긴 변수는 현재 석유시장에 불안감을 드리우고 있다.

현재 중동정세를 파악했을 때 시리아 내전을 기점으로 두개의 커다란 진영을 볼 수 있다. 사우디와 이란의 라이벌 구도에서 사우디와 앙숙인 카타르, 이란을 한 축으로, 다른 축은 사우디와 이집트, UAE를 포함한 걸프국가들로 볼 수 있다. 이 사이에서 이란을 최대의 위협으로 여기는 이스라엘은 사우디의 편을, 중동의 새로운 맹주를 꿈꾸는 터키는 자신의 이익에 따라 이란과 사우디 사이에서 줄을 타고 있다. 금번 카쇼끄지 사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사우디 왕가를 압박했던 터키는 신문 전면에 카쇼끄지 기사로 도배를 하고 있으며 초반 사우디는 이에 카쇼끄지 살해 음모는 터키와 카타르의 조작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 세계의 관심과 비판이 높아지고 사우디 정부의 카쇼끄지 살해 개입 정황이 하나 둘 밝혀지자 무게의 추는 터키로 기울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화폐가치가 폭락했던 터키는 금번 사태로 살만국왕으로 부터 사우디의 투자 약속을 얻어 경제적 이득을 보는 한편, 시리아 내전 관련 사우디와 각을 세우던 터키는 이제 국제무대에서 본인의 목소리를 더 크게 낼 수 있는 우위를 얻었다.

사미르 까시르와 자말 카쇼끄지

2005년 6월 2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유명 언론인 사미르 까시르 (Samir Kassir)가 탄 차가 폭발했다.  2004년부터 약 4년 간 레바논에서는 지브란 투웨이니(Gebran Tueini)를 포함한 반(反)시리아 노선의 레바논 정치인 및 언론인이 암살되거나 암살 위협에 시달렸다. 그 중 시리아 바샤르 아사드 정권의 레바논 정치개입을 강도높게 비판하던 사미르 까시르의 죽음은 시리아 압제를 반대하는 레바논 국민의 대규모 데모로 이어졌다. 언론자유단체 ‘국경없는기자회(RSF)’가 발표한 2018년 세계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튀니지, 이스라엘을 제외한 중동 약 22개국 국가 모두 순위 100위 권 밖이다. 터키, 이란을 포함한 중동 국가들의 언론은 국가의 감시 및 통제를 받거나 언론인 스스로 자국 정치인 및 독재자를 비판하는 기사를 지양하는 자기검열에 익숙하다. 그나마 언론 자유도가 높다는 ‘알자지라’도 후원자인 카타르 국왕에 대한 비판은 하지 않는다. 건강한 민주사회는 ‘언론의 자유’, ‘의사의 자유’에 기반한다. 다양한 의견이 존중받고 받아들여지는 사회에서 시민의식은 자라나고 국가의 사회 또한 성숙한다. 2017년, 개혁의 기치를 걸고 화려하게 부상했던 사우디의 젊은 왕세자와 자신과 같은 길을 간 카쇼끄지를 보며 베이루트 중심가에 세워진 사미르 까시르의 동상은 어떤 표정을 지을지 자못 씁쓸하다.

Ahrum YOO is Arab in Seoul’s editor-in-chief. She has a MA in Politics and took a PhD course with reference to Middle East Politics from the 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in London. She is specialised in Syrian, Iraqi and Lebanese affairs. Her academic interests are sectarianism, the role of political ideology and identity in contentious 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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