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바레인의 도매시장에서 느낀 단상

마나마

나는 회사의 특정 물건을 누군가에게 많이 팔면 되는 일을 하다보니, 단순히 어떻게 하면 더 팔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었다. 그리고 잘 팔리지 않으면, 왜 안 되는지에 만 집중했다. 사실 그 부분 마저도 파악 하기는 쉽지 않다.

중동 지역 현지 출장을 가면, 대부분 처음에는 수입상(Importer)를 만나 전반적인 외부 상황에 대한 상담을 한다. 대부분 최근 경제 분위기, 예로 ‘장사가 잘 된다. 어렵다’ 나 ‘유가는 얼마고, 그로 인한 영향은 어떻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또는 환율(고정 환율을 적용하지 않는 나라는 대부분 환율에 큰 영향을 받는다)이나 정치적 이슈(아랍의 봄 같은 정치적 이슈는 시장 전체의 판도를 바꾼다)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두 번째는 수입상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최근 장사는 잘 되는지, 현금 흐름(CASH FLOW)에는 문제 없는지, 회사 사장은 무탈하게 잘 있는지, 넷째 애를 낳았는지 등 근황을 묻는다. 사실 첫 번째 외부환경 보다 두 번째 수입상의 상황이 훨씬 중요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사업의 외부 환경은 최고인데, 수입상의 창고에 불이 나서, 물건을 수입하여 적재할 때마다 대여비를 내야 하던지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사장이 몸이 아파 최근 주변국의 병원을 다니기라도 한다면, 기본적인 사업은 매우 어려워 진다. 이런 모든 것을 잘 파악하는 것이 영업맨의 숙명이자 능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마지막에 하나 더 고려해야 할 상황이 있다. 내가 파는 어떤 물건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소비자들에게 음용 및 사용, 활용되는지이고, 결국 얼마나 많은 것들이 서로 물려있는지이다.

여기서 바레인(Bahrain) 출장일화를 소개한다. 걸프 국가 중 하나인 바레인은 매우 작은 시장이나, 사우디와 연결되어 있어 많은 물건들이 사우디를 통해 반입된다. 바레인 시내 도매시장을 방문 했을 때였다. 규모가 상당한 도매시장이었는데, 그 시장 내에서 내가 팔던 물건의 M/S가 상당 하던 때였다. 당사 수입상 거래처인 도매 유통사와 도매시장의 골목을 걷고 있는데, 한 상인이 나에게 다가왔다.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고, 들뜬 표정이었다. 다짜고짜 다가와서, 나를 불렀다.(심지어 내 이름을 알고 있었다)

“Hey! Mr.Sultan, Sir!!!”

나는 의아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누구냐고 물었다. 그는 자신이 이 시장에서 약 18년동안 제과류를 유통하던 상인이며, 우리 회사 제품을 취급한지 3년 되었다고 소개를 했다. 그래서 나를 꼭 자신의 가게로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요청이었지만, 흥미를 느낀 나는 그 상인의 가게로 찾아갔다. 그 상인의 가게는 3평도 안 되는 작은 사무실에 작은 창살과 침입방지창이 있는 조그마한 점포였다. 그런데, 가게 앞에 우리 제품을 40-50박스를 꺼내 쌓아둔 것 아닌가. 설명을 들어보니 내가 온다는 소문을 듣고 일부러 지하 창고에서 나에게 보여주기 위해 박스를 꺼내  작업을 했다고 한다. 나는 이에 깊은 감명을 받았고, 그 친구의 이야기를 경청하기 시작했다.

“쑬딴, 나는 여기서 18년 장사를 하면서 우리 세 아이들 학교도 보내고,  아이들 신발도 사주고, 아이들이 먹고싶어하는 빵도 사다 주었어. 그래서 너에게 매우 고맙게 생각해. 근데 최근 옆집 무함마드가 나보다 200원 저렴하게 물건을 파는 바람에 내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 문제 좀 해결해 줘. 알라가 계시다면, 이는 공평하지 못한 처사라고 매우 화내실 거야!”

나는 그때 큰 울림을 받았다. 내가 서울의 작은 책상에서 너무 쉽게 책정한 그 가격 하나가 머나먼 바레인 한 가정의 아이들에게는 그 날 빵을 먹느냐 먹지 못하느냐, 아이들의 신발을 사 줄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너무나 절실했던 그 상인은 200원을 아껴야 본인의 가족을 건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상인과 악수를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 것 같지만, 오늘 소중한 이야기에 감사해요.”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도록 도매시장 대도매상(통상 중동 도매시장은 대도매상이 소도매상에게 작은 마진을 가지고, 물건을 넘기는 형태)과 잘 이야기 해보겠다고 했다. 그 상인은 연거푸 나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며 먼지가 켜켜이 쌓인, 아무리 봐도 한국에선 6살 아이도 먹지 못할 거 같은 카라멜을 내 손에 쥐어줬다. 나는 카라멜을 감사히 받아 가방에 넣어서 돌아왔다.

우리의 삶은 단순히 우리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아무리 사소한 일, 업무, 말, 글 한 줄이라도, 그 모든 것은 ‘나비의 효과’처럼 온 세상과 연결되어 있고, 그 연결은 돌아 돌아 반드시 나에게 다시 오게 될 것임을 느꼈다.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난 그것을 믿는다.

학부 때, 사우디 교환학생으로 갔다가, 사우디 친구가 즉석에서 지어준 아랍 이름 “Sultan” 을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다. 한국사람들은 술에 머 탄 거 아니냐고 하기도 한다. 나름 중동(이란 포함) 껌 파는데 가면 알아주는 이들이 많다. L 제과에서 15년 넘게 중동지역에 과자들을 수출 해왔다. 두바이에 4년 넘게 거주도 했다. 테러와 폭력, 금식 등으로만 알려진 중동에 대해 나름 다양한 해석과 올바른 FACT를 전달하려 노력하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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