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경제 제도: 과거와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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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지역(특히 GCC 국가들)에는 다른 지역과 구분되는 고유의 경제와 관련된 제도가 있다. 과거에는 이슬람 율법에 근간을 둔 사회 구조에 영향을 받은 제도가 만들어졌다. 현대 국가 형성 이후에는 외국인이 자국인보다 많은 인구 구조, 석유 중심 경제 및 권위주의 정치 체제 등의 특성으로 인해 독특한 경제 제도가 구축되었다. 그리고 중동 특유의 경제 제도는 산업 발전, 투자,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이번 글에서는 중동 지역의 과거와 현재 경제 제도의 특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전통의 경제, 와끄프와 무다라바

이슬람 학자 중에 이슬람 율법에 영향을 받은 와끄프(waqf), 상거래 계약, 상속법 등이 19세기 중동 지역의 상대적인 경제 저발전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보는 이들이 있다. 와끄프는 설립자가 자신의 재산을 공동체에 학교, 모스크, 병원 등의 형태로 기부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수익을 공공을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신탁제도라고 할 수 있다. 와끄프는 중동 지역에서 이슬람 태동 이후 형성되었으며, 750년경에 제도의 원형이 마련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아랍 국가들뿐만 아니라 터키, 인도 등에 남아서 실제로 작동하고 있으며, 공동체성을 강조하는 이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주요 제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슬람 신탁인 와끄프는 위탁자가 기부한 재산을 수탁자가 운용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이익을 수익자에게 배분하는데, 수탁자, 수익자 모두 위탁자 본인이나 가족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본인이 사회에 기부한 재산에서 나온 수익을 본인이나 가족이 취할 수 있다. 또한 한번 정해진 와끄프 규정은 이후에 절대 변경할 수 없다. 와끄프는 시간이 지나면서 제도의 문제점을 이용해 자신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점차 변질되었다. 19세기로 갈수록 과세를 피하고자 각종 토지, 학교 등을 와끄프로 지정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국가의 조세수입이 감소하였고 부(wealth)의 대부분이 와끄프에 묶여 산업발전에는 사용되지 못하게 되었다. 물론 와끄프를 통해 민간 부문에 의한 복지가 제공된 점은 이슬람 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한 측면으로 볼 수 있다.

무다라바(mudaraba) 계약 또한 중동 지역에서 대규모 기업 등장의 저해 요인으로 볼 수 있다. 10세기 이후 중동 지역에서 파트너십을 의미하는 ‘무다라바라는 계약 방식이 널리 활용되었다. 무다라바는 상업 활동에 주로 사용된 계약으로, 1개의 계약은 하나의 특정 사업만을 대상으로 하며, 계약 체결 당사자도 대개 6명을 초과하지 않는다. 해당 사업이 진행되다 사업 참여자 중 1명이 사망할 경우 해당 계약은 무효가 되고 파트너십을 통해 형성된 자산은 사망한 자의 상속인과 계약 당사자간에 분배된다. 그리고 해당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사망자의 상속인들과 새로운 계약을 체결해야만 한다. 즉, 무다라바 계약에 많은 파트너가 참여할 경우 해당 사업의 이행성이 불투명해지기 때문에 대도록 적은 수의 참여자간 계약이 체결되었다. 학자들은 무다라바 계약이 결국 상업 활동의 정교화 및 복잡화, 대규모 상업 관련 기업의 등장 및 회계 시스템 발전을 저해했다고 지적한다.

지나치게 분배적인 형태의 상속법이 자본축적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과거의 우리나라를 비롯해 장자 상속 제도를 가진 국가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이슬람 율법은 사망자의 아내, 자식, 친척 등에게 일정 비율로 재산을 나누어 주라고 명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망자에게 아들이 없고 두 명 이상의 딸이 있을 경우 유산의 2/3를 주고, 1/3을 사망자의 배우자에게 주라고 명확하게 나와 있다. 이와 같은 제도를 통해 여성 및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도 상속 재산이 분배되는 순기능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경제적인 측면만을 고려한다면, 자본의 축적 및 부의 집중 효과를 가로막았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친척 및 대가족을 가진 사업가가 사망할 경우 해당 사업에 대한 소유권이 지나치게 분산되거나, 상속인들이 해당 사업을 청산하는 경우도 있어 사업의 연속성이 감소하게 된다. 이처럼 중동 지역에서 이슬람이라는 종교에서 파생된 여러 가지 제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18~19세기 산업화를 가로막아 경제의 저발달을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의 경제, 석유와 자국민고용정책

현대 국가 및 석유 중심의 경제구조가 새롭게 형성되면서 중동 지역 특유의 경제 제도도 등장하였다. 대표적인 것이 스폰서 제도, 자국인 의무고용제도, 파산법 등이 있다. 특히 스폰서 제도는 외국인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일 뿐만 아니라 자국의 민간 부문 발전과 노동 생산성 향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스폰서 제도는 GCC 국가들이 자국민보다 많은 외국인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외국 기업을 통해 자국민에게 부의 분배를 강제하기 위해 만든 제도이다. 국가마다 제도가 상이하지만, 대체로 외국인이 현지에 직접투자 형태로 진출할 때, 반드시 100% 현지인 지분으로 구성된 기업 혹은 개인을 스폰서로 두고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특히 관공서에서 각종 서류를 발급할 때 스폰서와의 계약서가 필요하며, 외국인의 고용, 이직 시에도 스폰서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지금은 폐지되었으나 몇 년 전만 해도 카타르에서는 출국 시에도 스폰서의 동의가 필요했었다. 이와 같은 업무의 대가로 현지 스폰서는 수수료를 받거나 수익 일부를 배당 형태로 받을 수 있다. 즉, 외국 기업이 경제특구를 제외한 중동 지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스폰서와 계약을 체결하지만 이에 따른 비용 증가와 외국기업의 의결권 제한에 의한 리스크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또한 유력인사 및 왕족과 네트워크가 좋은 현지인들은 민간 기업에서 일하는 것보다 스폰서로 활동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와 같은 요인들로 인해 비석유 및 민간 부문의 발달이 느리게 진행되는 측면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자국민 고용 의무화와 관련된 규정도 강화되고 있다. 2010년 아랍의 봄의 여파가 GCC 지역까지 유입되어 정정 불안이 심화되었으며, 특히 청년층의 높은 실업률이 사회 불안과 정권안정에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 떠올랐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는 기존의 자국민 의무고용 규정을 강화하여 니타카트(Nitaqat)라는 새로운 제도를 만들었다. 업종, 규모에 따라 민간 기업의 자국민 의무고용 비율을 정하고 이를 잘 준수한 기업에는 숙련 외국인을 추가로 고용하거나 외국인 비자 갱신권을 주는 등의 인센티브를 주었다. 반면 자국민 고용 비율을 채우지 못한 기업에는 각종 페널티를 부여하였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뿐만 아니라 쿠웨이트, 오만 등에서도 자국민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GCC 국가 대부분에서 자국민의 임금 수준은 높은 반면 생산성은 낮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간 기업이 현지인 고용을 늘릴수록 기업의 비용은 증가하고 생산성은 감소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어 이에 대한 불만이 크다. 이러한 이유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외국인 투자 감소가 발생한 주요 원인으로 니타카트 제도가 지목되기도 한다.

GCC 국가들은 기업이 파산할 경우 사업주에 대한 과도한 책임을 묻는 파산법을 적용하여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기도 하였다. 일반적으로 파산법은 기업 회생 및 채권자들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GCC 지역에서는 개인의 재산권 보호에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근간을 두고 발달한 법체계의 특성으로 인해 기업 운영 시 발생한 타인의 재산 손실에 대해서도 징벌적 처벌이 강하게 이루어졌다. 이는 형사 처벌을 의미하며, 실제 형량도 높아 창업 및 민간기업의 사업 확대 의지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특히 금융기관은 외국인 합작투자 기업에 대한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진행하였다. 외국인 합작투자기업이 부도가 날 경우, 외국인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해 도주를 하는 사례도 있어 대출을 실행한 은행은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6년 UAE는 새로운 파산법을 제정하였으며, 사우디아라비아도 채무 상환 및 기업 청산을 효율화할 수 있는 파산법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저유가, 변화의 길목에 선 중동경제

중동 지역은 이슬람이라는 종교에 근간한 특유의 경제 제도를 도입해 왔다. 일부 제도는 현대에 들어오면서 사라지기도 했지만, 석유 중심·분배적 정치 및 경제구조에서 파생된 새로운 경제 제도가 지금까지 유지되면서 사업환경을 저해하고 있다. 특히 권위주의 국가들이 밀집된 GCC 국가들은 왕권체제 유지, 비석유 및 민간 부문의 저발달에 의한 자국민 실업 문제 해결 등을 위해 자국민에게 지나치게 우호적인 고용 및 사업 환경을 조성하면서 이것이 경제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외국인 투자 및 생산성 향상을 저해하기도 한다. 다행인 것인 최근 저유가 기조로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가 절실한 중동 국가들이 스폰서십 제도 및 파산법 등에 대한 개선 의지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급증하고 있는 청년 인구를 감당하기 위해서 당분간 자국민 고용 강화 정책 기조는 유지되거나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SON Sung Hyun is a senior researcher of the Middle East and Africa team at the Korea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 Policy (KIEP). His research areas have been economic development of Middle Eastern Countries and Islamic Finance. His recent publications are on ‘Electricity Industrial Policies in the Middle East and their Implications for Korean Companies’ and ‘Lower oil prices and economic cooperation between Korea and the Middle East’. He holds Master’s degree in Economics from Hankuk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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