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고전 톺아보기 첫 번째, 이븐 칼둔의 《무깟디마》

이븐칼둔, Melbourne Islamic Initiative

불과 전만 해도 ‘TV 켜면 외국인, 요리사, 아기가 항상 나온다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그만큼 이들을 출연시키는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보장되었다. 그런 흐름 속에서 작년부터 인문학이 새롭게 등장했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 tvN 「알쓸신잡」시리즈 등이 높은 인기를 누리며 순항하고 있다. 올해에도 인문학을 재조명하는 흐름이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MBC 「토크 노마드」, JTBC 「방구석1열」 등이 새로 론칭되며 시청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인문학 재조명과 함께 고전 다시 읽기가 도서가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책의 해를 맞아 교수신문이 발표한 교수 추천 도서 30 목록에 포함된 대다수가 고전인 점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슬람 황금 세기를 장식했던 다수의 고전이 이런 흐름에서 비껴있다는 점이다. 수가 결코 적지 않은 데도 말이다. 따라서 시점에서 이슬람 고전을 하나씩 톺아보면서 의미를 바루고 재조명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다룰 작품은 우리에게 역사서설(歷史序說)로도 알려진 《무깟디마》이다.

※ 톺아보다: [동사] 샅샅이 톺아 나가면서 살피다는 뜻의 우리말.

인류 최초의 사회과학서《무깟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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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막론하고 오늘날 대학에서 연구되는 학문의 이론적인 바탕은 거의 대부분 서구에서 개발되고 발전된 것임은 이견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서구에서 학문적인 기틀을 마련하기 훨씬 이슬람 세계에서 학문 제분야 전반을 다룬 총서 격의 서적이 출판되었다고 한다면 매우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유럽 대륙이 흑사병과 오스만 제국에 시달려 아직 중세의 미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14세기, 이미 이슬람 세계의 일원으로 편입되었던 북아프리카에서 《무깟디마》가 탄생했다. 무깟디마의 사전적 의미는앞부분또는선두이다. 책이 단행본이 아니라 7권에 이르는 《키탑 이바르 (교훈의 )》의 서문이자 1권으로서 출판된 것이기 때문이다. 초판 이래로 중동의 지식인은 물론 유럽의 학자 세계에서도 줄곧 읽히면서 《무깟디마》는 사회과학이라는 분야를 인류 최초로 다룬 것으로 평가받는다. 재미있게도 《무깟디마》는 《키탑 이바르》의 서문일 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의 서문이기도 것이다.

《무깟디마》의 저자이븐 칼둔 다방면에서 뛰어났던 역사가이자 사상가, 정치가로서 곧잘 통치자의 신임을 얻어 생애의 대부분을 관료로 보냈다. 그는 마그립 지역의 하프스 왕조 마린 왕조, 스페인 남부의 나스르 왕조, 이집트의 맘루크 왕조, 그리고 중앙아시아 일대를 지배했던 티무르 제국에 이르기까지 당대 이슬람 세계의 왕조를 돌아다니며 정치인으로서 생활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키탑 이바르》를 집필했다. 그는 시리즈의 1권인 《무깟디마》에서 사회변동 정치변동에 관한 법칙을 논리적으로 전개했다. 그리고 법칙을 이용하여 현존하는 각종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고찰했다. 이러한 논지 전개 방식은 오늘날 사회과학 분야의 연구방법론과 매우 유사하며, 따라서 사회과학을 최초로 다룬 책이라고 평가받는 것이다.

  책에서 주요 분석틀로 사용되는 핵심 개념은아싸비야. 부족주의나 연대의식 등으로도 번역이되는 개념은 집단에서 구성원 사이에 공유하는 단결을 일컫는 것으로 이해할 있다. 다시 말해 왕권 획득 권력 유지를 가능케 하는 원동력은 권력 집단이 가진 연대의식의 결속력이며 이것이 약화되면 권력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특히 개념은 당시 북아프리카의 정치변동을 설명하는 유용한 분석틀이었다. 이븐 칼둔이 활동하던 14세기 북아프리카 지역은 유목민 출신의 왕조가 흥망하는 사이클이 매우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오스만 제국이 빠르게 이슬람 세계를 복속시키던 동쪽 지역과는 판도가 달랐던 것이다.

현대적 의미에서 재조명 받는 아싸비야 개념

물론 여기에서 그친다면 《무깟디마》는 단지 고서적에 불과할 것이다. 《무깟디마》에 나오는아싸비야 오늘날에도 활발히 연구되면서 현대적 함의를 찾아가고 있다. 사티 후스리, 바삼 티비 등의 아랍 학자는 아싸비야 개념을 독일의 민족 개념과 결합하여 아랍 민족주의의 개념을 현대적으로 재정립했다. 프랑스의 지리학자 이브 라코스트는 오늘날 3세계에 존재하는 저개발 문제에 대한 접근법으로, 이븐 칼둔의 아싸비야 개념과 부르주아지 개념을 결합하여 아싸비야 개념의 현대적 함의를 찾았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이론생물학자 인류학자인 피터 터친은 아싸비야를 집단행동을 가능케 하는 사회적 자본으로 해석하여 유럽 역사에 폭넓게 적용, 아싸비야가 폭넓게 적용될 있는 지평을 열었다.

아싸비야 개념의 현대적 적용은 우리에게도 가능한 명제일 것이다. 현대 중동 세계를 이해하는 열쇠로서, 또는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고찰하는 하나의 실마리로서 아싸비야 개념을 짚어본다면 매우 의미있는 두뇌 유희가 아닐까 싶다.

함께 읽어보기

《무깟디마 1, 2 이븐 칼둔 /김정아 (2012)

《제국의 탄생》 피터 터친 /윤길순 (2011)

《이븐 할둔과 역사의 탄생, 그리고 3세계의 과거》 이브 라코스트 /노서경 (2009)

Won-gu Kang is Arab in Seoul’s editor. He is in a master and PhD integrated course in the Middle Eastern Departement, Graduate School of Int’l and Area Studies, Hankuk University of Foreign Studies. He wants to be a scholar who specialized in Maghrebi politics especially Moroccan modern period and its Makhzen 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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